지난호보기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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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경영평가와
혁신사례를 통한
지방공기업의 변화와 발전방향
전국에 405개 지방공기업이 있다. 출자출연기관 742개까지 포함하면 지방공공기관은 1,147개가 된다.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국가 공공기관 340개에 비하면 거의 3.3배에 이른다. 우리의 일상이 정부의 공공서비스 제공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상수도와 하수도 처리가 지방정부의 역할이다. 쓰레기 처리도 지방공단이 하고 있다. 아파트 공급도 중앙정부의 한국주택토지공사의 역할이 있지만, 전국 15개 광역단위에 도시개발공사가 있다.
우리의 일상에 중요한 지방공공재를 공급하고 있지만, 하나하나를 보면 규모가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적자가 발생해도 공익의 실현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의 적자 보전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 쉽다. 그래서 평가를 통해 자기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매년 진행되는 경영평가가 순응비용과 관리비용이 발생하기는 하기만, 외적 통제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순효과를 고려하면 비용이라기보다 투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2020년 지방공기업 평가와 혁신 평가의 결과를 분석하여 지방공기업의 발전 방향을 진단하여 보고자 한다.
경영평가와 지방공기업 역량 강화
1. 평가와 감사
지방공기업에 대한 통제 방안으로 감사와 평가가 있다. 감사는 과거와의 대화이다. 과거 자료에 근거하여 문제점을 지적하고 책임을 묻는 과정이다. 그리고 불규칙하게 이루어진다. 반면 평가는 미래와의 대화이다. 1년 전 실적에 근거하지만 미래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년 예측 가능하게 진행이 되는 과정이다. 경영평가가 일정한 지표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이유이다. 기업에 대한 시장의 통제는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상장 회사라면 주식 가격에 기업의 가치가 대표되어 있고, 실시간으로 시장의 반응을 알 수 있다. 집 주변의 조가마한 가게라고 하더라도 하루의 매출액을 계산해 보면서 영업 전략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 관련 조직은 이러한 외부 통제에 둔감하기 쉽다. 공권력의 범주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장 요인에 민감하지 않다. 오히려 공익 실현이라는 명분으로 시장 요인을 외면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보 불일치와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적 통제의 장치로서의 경영평가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에 경영 평가의 과정에는 행정 전문가, 성과 관리 전문가, 공인회계사 그리고 지방공기업 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이유이다. 지방공기업 운영의 전반적인 과정을 분석하기 때문이다.
2. 2020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의 시사점
2019년의 실적에 기반한 2020년 평가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순응하고 전반적인 경기 하향 추세에 대응하는 외적 요인이 중요하였다. 지방공기업 평가는 표준화된 평가 지표를 1년 전에 공표하고 이의 집행 결과를 평가한다. 이에 공적 책임을 수행하는 지방공기업들은 표준 이상의 서비스 제공 수준은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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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산재한 지방공기업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각종 정책이 본격화되는 실적을 보였다. 사회적 약자의 보호, 안전에 대한 관심 그리고 고객만족을 위한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었다. 물론 각 지방공기업은 매출, 인력 등에서 큰 편차를 나타낸다. 이에 기관별로 차이는 있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대로 책임을 수행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한 기관이 수행한 우수한 사례는 다른 기관에 공유되고 확산이 되고 있다. 정책 순응과 확산의 관점에서 치열한 노력이 수반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순응에 더하여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고객을 최우선하려는 의지도 확인된다. 특히 IT 기술을 접목하여 사업을 재설계하려는 노력도 수반되었다. 전체 지방공기업의 고객만족도가 꾸준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 그러한 노력들을 대표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편 공공기관에 대한 역할 기대의 수준만큼이나 이들 기관의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지원 노력도 필요하다. 예컨대 기관의 내부관리시스템은 매우 취약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재정회계관리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디지털브레인시스템, 지방정부는 e호조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지방공기업은 개별 기관별로 ERP를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고, 심지어 재정회계 결산을 엑셀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 기대 수준에 비례하는 지원도 필요하다.
데이비드 오스본(D. Osborne)은 1990년에 출간한 저서 ‘민주주의 실험실(Laboratries of Democracy)’에서 미국의 주요 지방도시에서 확산되는 기업가적 환경 변화(Entrepreneurial climate)를 지적하였다. 당시 클린턴 아칸소주지사가 서문을 작성했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서 미국 행정개혁의 주요한 지침서가 되었다. 지방공기업 평가를 하다보면 전국에 분포한 지방공기업의 활동이 이러한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혁신 우수 사례를 통한 지방공기업의 노력
1. 경영평가와 혁신사례 발굴의 의미
2020년 혁신 우수 사례를 발굴하여 시상하는 절차는 Best of Best를 선발하는 의미가 있다. 매년 반복하여 실시되는 경영평가는 일상적 혁신을 확인한다면, 혁신 우수 사례 발굴은 획기적인 노력을 한 사례를 발굴하는 의미가 있다.
혁신 사례 평가는 사회적 책임 경영기반 확립, 참여와 협력의 민주적 경영체계,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 적극행정 확산 및 경영혁신의 4가지 영역으로 평가되었다.
2. 2020 혁신 우수 사례의 특징
경영평가는 정형화되고 표준화된 지표에 근거하여 이루어지지만, 혁신 평가는 기관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집행한 사례들이다. 이에 매우 특징적인 강점이 발견된다. 첫째는 R&D 기능을 수행하는 적극성이다. 광주도시개발공사는 수압에 의해 맨홀 뚜껑이 폭발하여 사고가 잦아지자 이의 원인을 분석하고 수압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사전에 방지하는 적극성이 있었다. 외부 전문가에게 용역으로 맡긴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함께 고민하여 자체 개발하였다. 세종시시설관리공단에서는 대기오염 저감을 위해 질소 산화물 저감물 장치가 구비된 화장로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에서는 파레트 출하를 위해 물류 표준화를 시도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산자, 유통업자, 공사가 협력하는 노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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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발상의 전환이 수반되는 혁신이다. 공급자에서 수요자로의 관점이 전환된다. 그것이 바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경기주택도시공사는 입주 계층별로 공동체 생활을 강화하는 맞춤형 주거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본주택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예컨대 신혼부부, 청년, 노령자의 공동주택에서 공동 식사가 제공되도록 하는 것이다. 경북개발공사에서는 개발의 과정에서 사라지는 고향의 추억을 남기기 이한 ‘고향앨범’을 제작하여 지역주민에게 제공하였다. 지역과 함께하는 노력이다. 창원시설공단은 보건소와 협력하여 찾아가는 이동건강증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셋째는 IT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 제고의 노력도 인상적이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스마트관광을 추진하여 숙박 시설의 플랫폼을 구축하였다. 이러한 컨텐츠 개발 과정에서 사용자가 참여하도록 하였다. 숙박 플랫폼은 공유경제를 실현하는 유형이 될 수 있다. 동작구 시설관리공단은 대화형 메신저인 챗로봇을 개발하여 AI 기반의 지능형 응대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모두 현장에서 서비스를 전달하는 대민서비스의 장점을 살려 전달체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이해된다.
3. 혁신 우수 사례의 시사점
혁신 사례를 분석하면 partnership, gateway, leverage, platform 등과 같은 몇가지 특징적인 개념이 도출된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 제공의 의미가 확인된다. 주민의 수요를 확인하고 이를 반영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정책이 실험되고 도입되는 출발점(gateway)이 된다. 우수 사례를 통해 지역 사회의 발전을 위한 지렛대(leverage)가 된다. 지방공기업이 구매한 제품이 시장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채용 기회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방공기업을 통해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열린 마당이 되어야 한다. 사람과 재화와 서비스가 교류되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러한 우수사례는 일회성의 이벤트가 되지 않고 지속가능해야 한다. 그래서 시상만하고 말 것이 아니라, 3년이나 5년 등 일정한 주기별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제도로 장착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사례는 타 지역으로 확산되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방공기업평가원이 기방공기업의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주장되는 이유이다.
주민을 위한 지방공기업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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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공기관은 소유권 집중이라는 개념이 적용된다. 각 부처가 경제정책, 사회정책의 관점에서 각 공공기관을 관리한다. 그러나 인사, 조직, 재무, 성과 평가 등의 관리 기능은 1개의 부처가 통합하여 관리한다는 접근이다. 이에 기획재정부의 공공정책국이 통합 관리의 역할을 하고 있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중요한 외적 거버넌스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지방공기업은 중첩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정부부처로서 국가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조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보면 지방공기업은 개별 지방정부에 소속되어 있다. 소유권 집중이라는 개념을 적용하기에는 2중적 지위이다. 예컨대 지방공기업법에 노동이사제가 언급되어 있지만, 각 지방정부별로 조례에 근거하여 노동이사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그리고 지방공기업평가원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방공기업에 대한 평가, 컨설팅, 교육의 기능을 총괄하고 있다. 전문성에 근거하여 지방공기업을 지원하는 기능이다. 한국의 지방공기업 관리 체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지방공기업의 정책을 보면 매우 신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지위가 매우 취약하다. 선출된 장의 의지에 따라 변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방공기업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지역 주민이다. 지방공기업이 주민의 수요에 대응하고 주민에게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거버넌스 설계가 중요한 이유이다. 전문가에 의한 평가가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지방에서 주민이 스스로 지방공기업의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공기업 종사자는 끊임없이 고객인 주민의 수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소중한 지방공공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지방공기업이 주민을 위한 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한편으로 통제가 필요하고 한편으로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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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한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2020년 지방공기업평가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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