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보기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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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공법적 과제*
전국 최초로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이 설치되었다.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이 그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간 풀어야 할 문제뿐 아니라 국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긴밀히 협력해야 할 사항이 많다. 메가시티 정책이 국가의 지역균형 발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해보고, 연방주의 원리를 바탕으로 메가시티를 지역균형 발전과 관련하여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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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메가시티 정책과 지역균형 발전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22년 4월 18일 전국 최초로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이하 부울경 특별 연합 또는 부울경 메가시티)이 구성되어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의회 의결과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거쳐 공식적으로 설치되었다. 이번 특별연합은 전면개정된 지방자치법 제199조에 기반한 것으로, 광역지방자치단체 간 기능적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특수목적조합이다.
성남시·수원시·용인시·오산시·평택시 등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IT 산업단지도 부울경 메가시티와 비교하여 규모 면에서는 작으나 이것 역시 일종의 특수목적조합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로 대표되는 특별지방자치단체는 반드시 인접한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능적 협력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지역을 초월하여 특수목적조합을 만들 적정 절차를 거쳐 결성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제주특별자치도, 강원특별자치도(’23. 6 시행), 세종특별자치시도 특정의 기능을 대상으로 상호 특별지방자치단체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기능적으로 협력하고자 하는 분야는 3가지다. 산업 분야, 인재양성 분야, 공간적 협력으로 표현되는 광역교통 분야가 그것이다. 산업 분야와 관련해서는 울산의 조선, 부산의 항만, 경남의 기계산업 간 협력을 도모하고, 인재양성 분야에 대해서는 부울경 소재 대학이 협력하여 4차 산업 및 메가시티 권역의 산업에 필요한 인재양성에 대해 협력한다는 것이다. 공간협력 분야와 관련해서는 메가시티 내 이동시간을 1시간대로 단축한다는 것으로, 국토교통부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소관 광역교통 관리, 광역 BRT 구축·운영 등에 관한 사무 권한을 부울경 메가시티에 위임한다는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2023년 1월 1일 사무처리를 시작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할 사항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특별연합의회와 특별연합사무소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나아가 특별연합의 장을 누구부터 할 것인지 정하는 것도 중요한 협력사항이다. 지방자치단체 간 풀어야 할 문제뿐 아니라 국가와의 관계에 있어 협력이 이루어져야 할 사항 또한 만만치가 않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어느 정도 실질적 권한을 이양할 수 있는가, 나아가 미래차, 선박, 항공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어느 정도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가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메가시티 정책이 국가의 지역균형 발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연방주의 원리를 바탕에 두고, 메가시티를 지역균형 발전과 관련하여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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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주의의 본질과 기능
독일 기본법 제20조제1항에는 “독일연방공화국은 민주적·사회적 연방국가이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 제23조제1항제1문에는 “유럽 통합을 실현하기 위하여 독일연방공화국은 민주적, 법치국가적, 사회적, 연방주의적 원칙과 보충성 원칙에 구속되고 기본법과 본질적으로 동등한 기본권 보호를 보장하는 유럽연합의 발전에 기여한다.”면서 국가통치원리의 하나로 연방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독일 기본법이 명시적으로 규정한 연방주의의 본질과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기본법의 전체적인 구조와 특징을 통해 파악할 수밖에 없다. 연방주의에 관한 내용이 기본법 전체 11개의 장 중에서 “연방 및 주”에 관해 규정하는 제2장에 있는데, 기본적으로 연방과 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즉 연방과 주 간의 관계에서 연방 및 주가 각각 행사하게 되는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에 관한 영역을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연방과 주의 관계에는 지방자치에 관한 보장(동법 제28조)도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독일의 연방주의는 우선 국가운영 및 지방분권에 관한 “구조적 틀”1) 내지는 국가통치와 지방분권을 ‘형성하는 기준’이라 할 수 있다. 이 틀 내지는 기준의 유지에 사용되는 권한을 연방-주-게마인데(Gemeinde) 및 크라이스 등 기초지방자치단체에게 각각 ‘수직적으로 분할’하고 있다. 나아가 연방 및 주, 그리고 기초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집행부와 의회 간 관계(가령, 연방 및 주의 법률 제정의 과정,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집행부와 지방의회 간 입법 절차상의 대등한 관계) 등을 규율하고 있어, 연방주의는 연방기관 상호 간, 주 기관 상호 간 그리고 기초지방자치단체 내 기관 상호 간의 권한을 ‘수평적으로 분할’하는 원리로도 이해가 가능하다. 그래서 수직적 권한 분배가 ‘보충성 원리’의 문제라 한다면, 수평적 분할은 헤르만 도이베르트(H. Dooyeweerd)가 말한 ‘영역주권’의 문제다. 우리는 이 양자에 대한 보장이 여전히 미진한 상태이고 과제로 남아 있다.
한편 연방주의는 각 주가 처한 다양한 문화적·지정학적·전통적 특징을 존중하고 보장해 준다는 의미에서 ‘다양성 보장’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성 보장은 그 자체로 분절된 것이 아니라 기초자치단체 차원, 주 차원, 연방 차원에서 하나의 일관된 가치를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통일성’을 추구한다.2) 연방주의의 특징인 다양성 보장과 통일성 추구는 이들 각 주체에게 ‘소통·참여·권한의 보장’을 국가운영원리로 이해한다는 의미다.
만약 기초지방자치단체와 주정부에게 그 고유의 기능과 과업을 자기책임 하에 독자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소통 및 참여할 수 있는 환경과 권한을 보장하지 않고, 각 주체와 긴밀히 관련 있는 정책 등에 대한 결정에 참여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기초지방자치단체, 주정부를 통한 행정서비스는 국가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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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성기준으로서 연방주의
지방자치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시도 중 하나가 지방자치단체의 초광역화, 즉 메가시티 정책이다. 메가시티는 지방자치법상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장에 근거를 두고 있고, 일차적 규범 척도 역시 지방자치법이다. 입법자가 개정된 지방자치법 제12장 특별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의도하는 바는 부울경과 같은 초광역단체의 형성을 법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광역적 사무를 수행할 수 있고, 나아가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여 상호 이해된 관심 사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유발하여 지역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이다.3)
메가시티를 국가의 균형발전과 연결시켜 본다면 메가시티는 균형발전을 위한 한 정책에 해당된다. 균형발전에 관해서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있는데, 동법은 산업통상자원부 및 기획재정부가 지역의 불균형과 지역의 자발적 발전 역량을 증진 및 진흥하기 위해 필요한 근거와 추진내용 등을 담은 ‘근거법 또는 집행법’으로서 의의가 있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어떤 것을 집행할 수 있고 그 절차는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 동법은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메가시티를 내용으로 하는 지역균형 발전의 전체적인 방향이 적정한지, 그 형성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동법은 침묵하고 있다. 균형발전의 형성기준으로서 헌법 제123조제2항을 정점으로 하여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라 볼 수 있는데, 그 방향성의 적정성 및 적법성은 헌법뿐만 아니라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서는 사실상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서 메가시티 정책, 나아가 지역균형 발전의 방향성에 대한 법적 검토의 틀 내지는 형성기준으로서 연방주의를 고려할 수 있다.
부울경의 메가시티 논의는 전국을 대구경북권, 광주전남권, 대전충청권 등으로 묶는 데 일조하였다. 초광역권이 일반화될 경우, 이는 2007년 대통령선거 때 논의되었던 “강소국연방제”4)와 같은 외형을 띄게 된다. 이들 ‘강소국’에 비유되는 초광역권에 수도권과 대등한 권한을 부여하여 해당 지역의 발전을 제대로 견인하게 하기 위해서는 연방주의의 내용으로 채택되는 기초단체 차원에서의 주민 간 소통, 자율성과 책임성 확보, 주정부에 대한 입법, 사법, 행정권의 독립된 보장, 개별 주정부의 연방행정에의 대등한 참여 등이 메가시티 전략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 이런 연방주의 원리에서 나오는 구조적 틀 및 기준이 메가시티 정책 및 지역균형 발전정책에 부여되지 않는 한 지역균형 발전이 구호로만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 점이 메가시티 및 지역균형 발전을 연방주의 원리에서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연방주의를 통한 정당성 확보
독일과 미국에서 오랜 기간 역사적 발전을 거쳐 정착된 연방주의5)는 공간적으로 게마인데 영역, 주정부 영역, 연방 영역에서 경제·사회·문화·정치·교육 등 각 분야에 직접 관계하는 관계자들에게 해당 업무(사업, 계획, 집행 등)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해 주고, 동시에 해당 업무에 참여하여 당사자로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소통과 참여’를 보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권한의 배분과 참여의 보장은 기초자치단체, 주정부, 연방에 효율적으로 과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능을 배분하고, 이 주체들이 상호 협력하고 주체들을 이루는 구성원들 간 소통과 참여를 할 수 있게 하는 본질적 요소다.6)
스위스 역사학자 아돌프 가써(Adolf Gasser)는 연방주의원리, 즉 지방자치단체 내 주민 상호 간의 소통과 자치행정에의 참여, 주정부 내 시민 간 소통과 주정부 행정에 대한 기초자치단체의 참여, 연방 차원에서 연방 국민 상호 간 소통과 연방 국정 운영에 대한 주정부의 참여 보장은 메가시티 정책과 같은 국가의 거대정책이나 국민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사항을 판단함에 있어, 권력적 집단주의(중앙집권주의)가 단시간에 기획한 정책의 오류를 극복하게 하여 세계대전의 발발과 같은 대재앙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지방자유, 지방분권, 연방주의라고 한다.7) 또한 연방주의는 기초단체마다, 또 주정부마다의 ‘다양성’을 보장하면서 국가 전체적으로는 ‘통일성’을 꾀하는 헌법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8)
메가시티 정책 및 지역균형 발전을 연방주의에 둠으로써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국가적·초광역적으로 끼치는 영향이 큰 사업일수록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주민 간 소통과 참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런 절차에 의한 결정을 초광역연합체가 수용 및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며, 궁극적으로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이를 지원하고 후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메가시티와 지역균형 발전정책은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고, 그 방향성(경제성, 효율성 등)에 대한 의문을 잠재울 수 있다. 메가시티를 통해 지역균형 발전이 촉진되기 위해서는 연방주의원리의 특징적 디엔에이(DNA)인 메가시티와 지역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주체, 그리고 주민(특히 기초단위의 주민)들에게 ‘소통, 참여, 권한’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보충성 원리와 영역주권 원리에 대한 깊은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인식과 보장은 결국 지역별 다양성에 대한 제고로 이어지고, 동시에 지역균형 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다.

* 2022. 3. 20. 지방자치법연구(22권1호)에 게재한 것을 바탕으로 한 것임.

1) 최봉석, “독일의 연방주의개혁과 지방분권의 강화 - 2006년~2014년 독일 기본법(GG) 개혁을 통한 지방분권의 강화 -”, 「공법학연구」 제17권 제1호(2016), 92면.

2) 이기우, “지방분권적 국가권력구조와 연방제도”, 「공법연구」 제37권 제1호(2008), 147면 참조.

3) 경기 남부지역의 수원, 성남, 용인, 화성, 평택, 안성, 이천 등 7개 기초자치단체 연합체가 반도체 산업을 특화·발전시키기 위해 특별지방자치단체를 형성하는 경우도 있다. 이경준(법제처), “새 정부 출범과 지방분권에 대한 행정법적 대응과제”에 대한 토론문(2022), 76면 참조.

4) 강소국연방제는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전국을 인구 500만~1천만 명 규모의 여러 권역으로 나눠 국방·외교를 제외한 모든 권한을 지방에 이양해 각 지방정부를 유럽의 강소국 수준으로 육성하며, 장기적으로는 지금의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에서 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 구조로 전환하자는 내용이다.

5) 관련한 기초적 개관에 대해서는 이기우 외, 「연방주의적 지방분권에 관한 연구」, 경기개발연구원(2010) 참조.

6) 김남철, “독일 연방주의와 연방주의개혁의 우리나라 지방분권개헌에의 시사점-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공법학연구」 제19권 제3호(2018), 357면 참조.

7) 이기우 역, 유럽의 구원으로서 지방자유, 박영사(2022), 247-312면 참조. 게마인데와 주정부, 연방 각각에게 소통, 참여, 권한이 보장되지 않는, 이른바 “관치적- 중앙집권적 국가이론은 위계적인 명령행정의 이념에 기초하여 세워졌으며, 그 본성에 따라 일반적으로 도구적이고 권력적인 사고로부터 나온다.”고 할 수 있다.

8) 연방주의를 보는 다양한 시각 중에서 한반도의 분단된 남북관계에서 “민주적 연방주의”는 한반도의 평화를 공간적 다양성 측면에서 유지시키는 원리로 이해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이국운, “민주적 연방주의와 헌법”, 부산대학교 법학연구 제53권 제2호(2012), 4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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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홍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전)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상근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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