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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와의 공존을 위한
인사조직 문화 개선 방안
조직 내 MZ세대의 비중이 커지고 이 비중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MZ세대가 회사 구성원의 절반에 달하면서 기업에서는 MZ세대와 소통을 잘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기업과 사회가 지속해서 발전하려면 기성세대와 MZ세대 간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조직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조직이 미래세대와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개선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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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MZ세대와 제도적 보완의 한계
언론 연구 잡지인 <관훈저널> 2021년 겨울호는 ‘MZ세대는 왜 언론을 떠나나’는 주제로 한 간담회를 소개했다. 내용은 젊은 기자들은 기업이나 학업을 위해 언론사를 그만두고 있는데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주된 원인은 저임금·저성장에 대한 비전 부족, 선·후배 간의 공감 부족, 상명하복의 조직문화 등 우리가 짐작할만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원인은 비단 언론사만이 아니라 최근 이직률이 늘어난다는 공무원에 적용해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인재 경쟁에 앞장서고 있는 대기업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아, MZ세대를 포용하기 위한 조직문화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주로 온·오프라인 소통을 확대하여 MZ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아이디어를 존중하여 다양한 역할을 맡기는 식의 대책들이 나와 있으며 기업들은 이러한 제도들을 서로 모방하며 발전시키고 있다.
그런데 제도는 공유된 가치관, 즉 문화가 뒷받침될 때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조직구성원 사이에 공유된 가치관이 굳건하다면 특별한 제도가 없더라도 개인들이 일관된 행동으로 조직의 가치관을 유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위의 높고 낮음과 관계없이 사람을 존중하고 인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인식이 조직 내에 광범위하다면 직장 내 괴롭힘방지위원회와 같은 제도는 굳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공유된 가치관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조직은 제도를 통해 조직문화를 강제로 안착시키려고 하는데, 제도의 성공 여부는 사실 장담하기 어렵다.
제도는 있지만 유명무실한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남녀고용평등법에는 성별 차이를 이유로 남녀 차별을 해서는 안 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하지만, 현실에서는 선발과 보상 등에서 남성과 여성의 차별이 존재한다. 이를 제도적 디커플링(decoupling)이라고 부른다.
무엇이 문제인가?
MZ세대와 공존하는 것이 조직의 중요한 과제임은 모두가 인정한다. MZ세대가 머지않아 기업, 학교, 공공기관, 정부, 정치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과 사회가 지속해서 발전하려면 기성세대의 바람직한 가치관이 이어지고 MZ세대의 도전적 가치관이 수용되어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그런데 이렇게 당연한 말들은 현실에서 공허하게 느껴진다. 기성세대들끼리의 대화에서 MZ세대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 이기적이다.” 등의 표현이 종종 등장하기 때문이다. MZ세대도 선배들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러다 보니 보수, 정년, 역할 등을 둘러싸고 세대 갈등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세대 차이로 인한 조직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대 갈등을 겪는 조직은 다른 기관의 제도를 모방하여 도입하기에 앞서 조직 내 ‘공감’ 수준에 대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제도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구성원 간의 공유된 가치가 전제되어야 하고, 이는 구성원 서로가 공감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감은 상대방이 처한 상황에 대한 깊은 동조다. 따라서 공감을 위해서는 무조건 이해하기에 앞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베이비부머세대, X세대, Y세대, MZ세대는 모두 다른 사회적 환경에서 교육받고 성장해 왔다. 따라서 MZ세대는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다름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인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조직은 이를 위해 공감을 강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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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와 공존하기 위한 인사조직의 과제
조직은 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하는 데 항상 목말라 있다. 조직의 미래를 책임지고 중추적 역할을 할 MZ세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조직이 미래세대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MZ세대가 처한 ‘절박함’에 주목한 인사관리가 필요하다. 왜 MZ세대가 자신의 권리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조직적 관계나 사회적 연대에는 상대적으로 덜 민감할 것일지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 MZ세대는 어릴 적부터 경쟁하면서 성장해 왔다. 특성화고와 명문대학에 입학하고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은 물론 친구, 동료와 경쟁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러한 운명적 비극은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과 관련되어 있다. 영토와 천연자원 등 물리적 자원이 부족하고 분단국가이면서 가장 중요하게 성장의 결과로 노동시장이 양극화된 절대적으로 기회가 부족한 상황이 MZ세대의 삶을 경쟁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회가 부족한 나라에서 젊은 세대가 할 수 있는 것은 경쟁에 뛰어들어 살아남은 것이다. 이때 반칙은 모두에게 타도의 대상인 것이다. 마치 오징어 게임을 연상하게 한다.
이러한 이유로 MZ세대는 개인의 능력을 과도하게 주장하고, 공정한 규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결과,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서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선배들의 권리는 과거에 박봉으로 열심히 일했을지 몰라도 현재는 반칙처럼 보인다. 따라서 공정한 보수체계는 조직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직무성과급인데, 직무급과 성과급은 다르므로 이 둘을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공공기관은 성과 요소를 측정하기 어려워 성과급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원칙으로 하는 직무급에 대해 노사 간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기성세대에는 기존의 임금 저하가 없도록 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고용형태나 남녀 혹은 세대와 관계없이 직무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보수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 보수만이 아니라 기회의 균등도 적극적으로 함께 검토해야 한다.
둘째, MZ세대가 경험한 민주주의에 주목한 인사관리가 필요하다. 베이비부머세대는 권위주의 독재정권에서 교육받았고 통제된 시스템에 익숙한 편이다. 조직 내 의리와 희생에 순종적인 이유다. 이와 달리 신세대라고 일컬어졌던 X세대와 Y세대는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정보공유의 세대이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 혁신을 이룬 세대다. 다만, 이들 세대에서도 인간적 관계는 중요했다.
그렇다면 MZ세대는 어떨까. 이들은 다른 가치보다 민주주의에 익숙한 세대다. 초·중·고교에서는 노동과 인권을 배웠고 교사의 체벌 대신 자유로운 분위기를 누렸다. 그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진전된 민주주의가 자리 잡고 있었다. 공정에 대해 민감하고 개인의 인권이나 절차적 민주주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MZ세대는 직장 내 괴롭힘을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하는 관행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맞서 싸울 자세가 되어 있다. 이른바 꼰대 문화나 저질문화를 견디기 어려워하며 일과 삶의 경계가 명확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조직이 MZ세대와 공존하려면 직장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어떻게 직장 민주주의를 향상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은 물론 일과 삶의 양립을 보장하고 회사의 입장만을 앞장세우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노동법에 명시된 권리들을 준수하고 대가 없는 희생을 구성원에게 요구하는 일도 자제해야 한다.
셋째, 보이지 않는 MZ세대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모든 MZ세대가 대기업에 다니고 공공기관에 다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언론은 공무원이거나 대기업에 다니는 MZ세대를 주로 주인공으로 다뤄 조직문화의 개선을 주문하고 있지만, 성공한 MZ세대 말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MZ세대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에게는 세대 간의 갈등이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고 이직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이야기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직의 배려나 공정성보다는 노력하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 그리고 언론은 소수의 성공한 MZ세대 이외에 사각지대에 있는 MZ세대를 살펴보고 이들을 위한 정책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와 공공기관은 공공부문에 청년 일자리를 더 늘려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기업은 청년 일자리를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 채용을 늘려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언론 역시 왜곡된 능력주의에 편승하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취약한 MZ세대의 고충에 귀를 기울이고 그 고충을 사회에 알려야 한다.
언젠가는 기성세대가 되는 MZ세대의 태도
한 세대는 특정 시기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또 다음 세대가 역할을 이어받는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20~30년 터울을 지닌 세대가 바뀔 때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우리도 그중 하나다. 따라서 새롭게 등장한 MZ세대를 위해 기성세대의 양보와 기회, 자원의 공정한 분배를 강조했다.
그런데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는데, MZ세대도 20~30년 후면 기성세대가 된다는 점이다. 지금 기성세대에게 MZ세대를 위한 배려와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MZ세대도 같은 사회적 요구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MZ세대 역시 세대 간의 조화를 이루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또한 공정한 경쟁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경쟁하기 어려운 동료를 돌아보는 따뜻한 연대의 중요성도 견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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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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