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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구
돌보아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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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정상회의 개막식 연설에서 열일곱 살 난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툰베리는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나요.(How dare you.)” “사람들이 고통받으며 죽어가고 있고 생태계는 붕괴하고 있는데 당신들은 돈과 경제성장이라는 동화만 이야기하고 있군요.”
트럼프 미 대통령 등 세계 정상들을 향해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분노의 목소리는 관경 문제에 대한 전 지구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툰베리가 세계를 돌며 목소리를 낼 때 세계의 Z세대들은 SNS를 통해 기후파업에 동참했다. 환경 문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세대들이 윗세대를 끌어 들이며 환경운동의 구심점이 되어 사회를 변화시킨 것이다.
근래 호주와 캘리포니아, 아마존에서 시베리아까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비롯해 허리케인과 홍수 등 자연재해가 갈수록 빈번해지며 인명과 재산 손실, 생태계의 파괴가 뒤따랐다. 이는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워 초래한 지구온난화에 기인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IPCC(유엔 산하 과학위원회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 따르면 지구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도가 올라갔으며, 앞으로 0.5도가 더 올라가면 지구 생명체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를 피하려면 지구온난화 가스의 배출량을 2010년 수준에서 45퍼센트 줄여야 하는데 그것은 곧 글로벌 경제, 사회, 삶의 방식이 인간 역사에서 전례 없는 방식으로 개혁해야 함을 의미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툰베리들이 연대감을 가지고 기후 위기의 긴박함에 대해 계몽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좌우하는 문제이자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된 이상 무엇보다 정치적인 결단,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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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 연료 산업에서 탄소 제로 녹색 경제로”
리프킨의 그린 뉴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경제,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하며 미래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온 선구적인 사상가 제러미 리프킨은 『글로벌 그린 뉴딜』이라는 책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할 ‘그린 뉴딜’이라는 비전을 전 세계에 공유한다. ‘그린 뉴딜’이란 1930년대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원한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과 유사한 비상 대책이라는 의미로 친환경 녹색 성장, 즉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친환경(탈탄소) 녹색 성장에 방점을 둔 산업 전환 프로젝트이다. 이는 곧 기후변화로 인한 대멸종의 위기 앞에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탄소 제로 녹색 경제’의 로드맵과 녹색 정치 비전의 동시 발생으로 유럽을 비롯한 세계의 젊은 세대는 그린 뉴딜에 대한 여론을 주도하며 사회를 혁명적으로 바꿀 대담한 정치 운동의 어젠다를 설정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주요 대선주자들이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린 뉴딜은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워 초래한 지구온난화의 진행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새로운 시대의 경제 성장을 위해서도 유의미하다. 실제로 그린 뉴딜이 논쟁의 화두로 부각하는 동안 비즈니스 공동체에서는 그에 상응하여 향후 글로벌 경제의 근본적인 기반을 뒤흔들 움직임이 일고 있다. 리프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제의 주요 부문들이 빠르게 화석연료에서 이탈해 갈수록 저렴해지는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로 갈아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새로운 사업 기회와 고용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서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은 2028년경, 지금으로부터 8년 이내에 태양열과 풍력이 훨씬 저렴해지면서 화석연료 업계와 결전을 치르게 되는데, 그로 인해 화석연료 산업계에서 100조 달러에 이르는 좌초자산(stranded asset, 시장 환경 변화로 자산 가치가 떨어져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이 발생하리라는 예측이다.
기후변화 우려가 높아지고 좌초 자산의 발생 가능성에 직면한 화석연료 산업의 장기적 재무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상실되면서, 신흥 태양광과 풍력 및 여타 재생에너지의 경쟁우위가 증가함에 따라 글로벌 금융 부문에서 자금 투자 우선순위에 대한 재평가가 촉발되어 갈수록 더 많은 펀드가 화석연료에서 자본을 빼내 녹색 에너지와 청정 기술로 이전하고 있다. 리프킨에 따르면 산업 부문 가운데 가장 많은 에너지와 전기를 사용하고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정보 통신 기술(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s Technology) 부문’에서 화석연료를 분리하고 녹색 에너지에 재투자하는 과업에는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들이 이미 앞장서기 시작했다. 2018년 4월 애플은 세계 곳곳에 산재한 자사의 모든 데이터 센터가 이제 재생에너지로 가동된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2017년 자사의 데이터 센터에 100퍼센트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했으며 현재 재생에너지 인프라에 총 35억 달러를 투자하는 방식으로 20개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페이스북도 같은 해에 향후 건립하는 모든 새로운 데이터 센터를 100퍼센트 재생에너지로 가동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운송 부문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세 가지 요인, 즉 ‘휘발유 차량에서 녹색 에너지로 구동되는 전기 및 연료전지 차량으로’의 이행, ‘차량 공유 서비스’로의 전환, ‘자율 주행 차량’의 도입이라는 세 가지 주요 변화는 각각 그 자체만으로도 혁신적이며 기존에 화석연료로 구동되는 자동차 운송 부문을 파괴하기에 충분하며 운송 부문에서 좌초 자산을 남기게 될 것이다. 이렇듯 전 세계적인 그린 뉴딜 대중운동과 동시에 부각된 탄소 버블과 화석 연료 좌초 자산의 발생 전망은 향후 20년에 걸쳐 탄소 제로에 가까운 생태 시대로 인프라가 전환될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시멜로 실험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미래에 얻을 더 큰 보상보다 작지만 지금 얻을 수 있는 보상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눈앞에 놓인 문제의 처리에 급급하지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하면서도 나중으로 미루며 둔감하고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글로벌 그린 뉴딜』의 말미에 리프킨은 “현재의 기후변화는 이제껏 인류가 겪은 ‘진보의 시대’ 청구서가 주어진 것이며 ‘복원의 시대’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의 기후 위기는 인류가 사상 처음으로 스스로 “멸종 위기의 생물종”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변화에 보다 둔감한 기성세대보다 환경문제의 위험을 먼저 깨닫기 시작한 젊은 세대는 살아 숨 쉬는 지구와 함께 환경문제의 당사자로서 대처하고 있다. 모두가 진정한 참여자가 되는 것이 오늘날 가장 위급한 현재적 과제가 되어 버린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릴 방책이다.
“우리는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며 지구는 인류에게 끝없이 내주기만 하는 존재라고 믿어 버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행성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는 언제나 불확실한 청구서가 따라온다는 진리를 간과했던 것이다. 우리는 이 시기를 진보의 시대라 불렀다. 현재의 기후변화는 그 청구서의 기한이 도래한 것과 다름없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는 새로운 여정의 출발선을 지나는 중이다. 복원의 시대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 새로운 세상의 현실에 어떻게 적응하는가에 따라 생물종으로서 인류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 『글로벌 그린 뉴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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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현재 민음사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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