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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직장인을 위한
행복의 품격
행복에 대해 ‘아는 것’과 행복을 ‘느끼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불행한 사람도 행복에 대해 아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불행한 삶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품격 있는 행복을 추구하는 데 특히 중요한 지혜 중 하나는 바로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한다고 해서 꼭 그것을 좋아하게 되지는 않는다. 예컨대, 알코올 중독자들은 술을 간절히 원한다. 하지만 그들이 술을 원하는 것은 술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술이 없으면 금단증상 때문에 견딜 수 없어서이다.
또 우리는 무언가를 정말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을 사랑하게 되지는 않는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꽃을 바라보면서 만족감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꽃을 그저 좋아하기만 하는 사람은 꽃을 사랑하기에 물도 주고 정성껏 돌보는 사람이 경험하는 ‘기쁨’은 맛보지 못한다. 품격 있는 행복의 비밀은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것의 차이를 이해하고서 그 세 가지를 하나로 통합해낼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하는 데 있다.
선물을 행복으로 받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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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문제와 관련해서 나 자신의 현재 모습을 점검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표가 있다. 선물을 받았을 때, 내가 선물을 준 사람에게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가 하는 점이다. 근래 선물을 받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그 순간 내가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기억을 더듬어보자. 생각이 정리되었다면, 당신의 답을 다음의 표현과 비교해보라.
“뭘 이런 걸 다, 이런 거 안 줘도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선물을 받았을 때,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이와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평생에 걸쳐 선물을 적게 받을 확률이 높다. 대조적으로, 행복한 사람은 선물을 받으면 유사한 상황에서 그 사람이 ‘선물을 또다시 들고 오지 않고는 못 배기게끔’ 말하고 행동한다. 그 결과, 행복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평생에 걸쳐서 훨씬 더 많은 선물을 받게 된다.
아마도 가끔 주변 사람들 중에는 선물을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선물을 기준으로 할 경우, 사람들은 다음의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선물을 안 받는 동시에 안 주는 유형이다. 둘째, 선물을 받기만 하고 주지는 않는 유형이다. 셋째, 선물을 주기만 하고 안 받는 유형이다. 마지막으로, 선물을 잘 주는 동시에 잘 받는 유형이다.
사람들은 세 번째 유형, 즉 선물을 주기만 하고 받지는 않는 유형이 도덕적인 것 같은 인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관계에서의 핵심적인 가치는 바로 ‘호혜성’이다. 누군가 선물을 오로지 받기만 하게 된다면, 결국은 그러한 관계에 대해 부담감을 갖게 될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이 받은 것을 상대방에게 몇 배 이상 되돌려줄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있기만 하다면, 선물처럼 좋은 것을 안 받을 이유는 없다. 따라서 선물과 관련해서 가장 행복해지는 데 유리한 유형은 선물을 잘 주는 동시에 잘 받는 유형이다. 미국의 사상가 랄프 에머슨(Ralph W. Emerson)이 말한 것처럼, “행복이라는 선물은 받을 줄 아는 자의 몫이다”라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선물을 주고 받을 때 품격있게
선물은 잘 받는 것만큼이나 잘 주는 것도 중요하다. 선물을 잘 주는 기술 중에서도 누군가에게 ‘시간’을 선물하는 것은 특별한 효과를 갖는다. 모든 사람들에게 시간은 똑같이 소중한 법이다. 따라서 시간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소중한 사람이 아니라면, 어지간해서는 정말 내주기 어렵다. 심리학적으로 시간을 선물한다는 것은 소중한 사람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 위해 품을 들여서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상대방이 내가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일을 성심껏 실천하면 그것이 바로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맞벌이 부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아내가 이전에 부탁했던 일들을 잘 챙겨주지 못하던 남편이 주말에 짬을 내서 그 일들을 해주면, 이것이 바로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 된다. 또 직장일로 바빠서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못해주던 아내가 주말에 짬을 내서 남편이 좋아하는 요리를 만들어주면, 이것도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 된다. 단, 시간을 선물할 때도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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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시간을 선물할 때는 내가 해주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간절히 바라는 것을 들어줘야 한다. 어떤 관계에서든지 친밀한 관계를 적으로 만드는 지름길은 바로 초대받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다. 흔히 부모는 자녀에게 지혜로운 조언을 들려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자녀가 들을 만한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을 때 부모가 조언을 하면, 그 조언이 아무리 가치 있는 말이라 하더라도 자녀는 귀를 닫아버린다. 잔소리가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 잔소리를 늘어놓는 부모를 좋아할 자녀는 존재하지 않는다.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자녀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자녀가 도움 받을 만한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을 때 부모가 도움을 주면, 그 도움이 아무리 가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자녀는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린다. 간섭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을 선물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상대방이 선물을 받기를 원하는지 물어본 후 오직 상대방이 원할 때만 선물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시간을 선물한 다음에는 절대 생색내면 안 된다. 생색을 내는 순간 그 즉시 시간을 선물하는 특별한 효과가 사라져버릴 뿐만 아니라,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 한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행복을 품격 있게 추구하는 비결 중 하나는 바로 선물의 기술이다. 만약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내가 아무리 바쁘더라도 상대방이 원하기만 한다면, 내가 기꺼이 시간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이 나를 위해 시간을 얼마나 선물하는지를 확인해보면 된다. 이처럼 행복의 비결 중 하나는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것을 지혜롭게 구분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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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건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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