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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공기관
직무중심 인사관리 도입 방향
2022년 7월 ‘새정부 지방공공기관 혁신방향’과 9월 ‘새정부 지방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의 후속조치로, 지방공공기관 직무중심 인사관리의 도입이 추진되었다. 지방공공기관 직무중심 인사관리 도입은 단계적 방식을 통해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관리에서 직무중심으로 인사관리 체계로의 점진적 전환을 추진하고자 하며, 직무 가치에 기반한 공정한 인사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다.
속인주의와 직무중심 인사관리
직무중심 인사관리는 말 그대로 직무가 기준이 되어 인력을 운영하는 관리방식이다. 직무분석을 통해 직무정보를 도출하여 체계화하고, 이를 활용하여 채용, 배치, 교육훈련, 경력개발, 평가, 보상 등의 인사관리를 시행하는 제도이다. 직무중심 인사관리는 직무내용과 정보를 활용하여 조직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인사관리 체계를 마련하여 인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현재까지 다수의 공공기관은 종사자 개인 특성을 기준으로 인사관리를 실시하는 속인주의(사람중심 인사관리)를 적용하고 있다. 연공서열에 따른 직급 및 승진 체계를 운영하고 호봉제를 중심으로 임금관리를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람중심 인사관리의 예시이다. 직무중심 인사관리에서는 개인 특성보다는 직무가 가지는 특성을 고려하여 인사관리를 실시하도록 한다. 인사관리 관련 주요 결정 시 직무 특성이 반영된 기준에 따라 인사관리를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채용과 관련하여 사람중심 인사관리에서의 채용은 직무 특성에 대한 고려보다는 인재상 등 표준 기준에 따른 ‘괜찮은’ 사람을 선택하는 경향이 컸고, 채용 후에는 일반관리자(generalist) 양성을 위한 폭넓은 순환보직을 통해 인력을 배치하고 경력을 관리하였다. 반면, 직무중심 인사관리에서는 채용 분야에 대한 직무정보를 바탕으로 대상의 조건과 채용평가의 기준을 마련하여 채용 분야 직무수행에 적합한 직무자를 선택하도록 한다. 채용 후 채용된 분야에 우선 배치되어 업무를 수행하고, 직무 특성이 반영된 경력경로에 따라 보직을 변경하도록 한다. 이처럼 인사관리의 주요 판단 시 어떤 부분을 기준에 두고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두 인사관리 방식은 차이를 보인다.
직무중심 인사관리의 필요성
사람중심 인사관리와 직무중심 인사관리 중 어떤 것이 더 우수한 관리방식이라고 말할 수 없다. 직면한 사회적·산업적 환경에 따라 적합한 인사관리 방식을 적용하여 문제와 한계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1960년 이후 한국사회는 다수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고도의 성장을 이루어 왔고,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중심 인사관리는 효과를 발휘하며 충분한 성과를 제공하였다. 하지만 저성장 경제사회로 진입하고 다양한 삶의 가치와 선호를 추구하는 사회로 변화하게 되면서 인사관리 방식 역시 변화를 요구받게 되었다. 관성적으로 유지되어 왔던 사람중심 인사관리는 사회 수요(needs)의 다양성과 고도의 전문성 요구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였고, 오히려 공정성(equitability)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양산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인사관리 변화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출산·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은 인사관리 방식의 변화를 촉발하는 또 다른 요소가 되었다. 경제활동인구 감소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대안적 인사관리 방식에 대한 논의는 더 활발해졌다. 민간 영역에서는 이미 이러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다양한 인사관리 방식의 도입을 논의하였고, 각 민간 분야에 적합한 인사관리 방식을 적용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였다. 하지만 공공 영역은 전문성 및 성과만 강조할 뿐 특유의 경직성으로 인해 여전히 고도성장 시대의 인사관리 방식을 고수하고 사람중심 인사관리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물론 직무중심 인사관리 역시 만능열쇠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인사관리 관행에 따른 공정성 등의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적용해야 하는 주요 방향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방공공기관은 변화의 필요가 더 절실할 것으로 생각한다. 가속화된 지역 인구 소멸은 지역 내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를 의미하며, 지역 내 가용한 인적자원이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예전처럼 채용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며, 이미 몇몇 지역은 채용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역 내에서 다양한 공공서비스는 제공해야 하는 등 일의 양은 줄어들지 않았다. 따라서 직무중심 인사관리를 통해 직무 수준과 요구에 맞는 인력을 채용하거나 경력경로에 따른 교육훈련을 통해 지속적으로 기존 종사자의 역량을 강화하고, 일의 조정이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고 개편하여 인력의 효과적 활용을 도모해야 한다. AI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직무 분야가 무엇인지 검토할 필요도 있다.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조직 운영의 비효율을 감소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방공공기관 직무중심 인사관리 방향
지방공공기관에 직무중심 인사관리를 도입한다고 하여 기존의 인사관리 방식을 모두 부정하고 전면적이고 대폭적인 개편을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관 상황에 따라 직무중심 인사관리의 적용 범위와 수준이 다를 수 있고, 사람중심 인사관리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종전에 비해 직무중심 인사관리로 관리방식의 초점을 바꾸도록 하면서, 기존 인사관리에서의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고 보다 합리적인 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직무중심 인사관리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사관리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지역 내 공공서비스는 제공되어야 하고 각 기관 종사자들은 현업의 미션을 수행하고 이슈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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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직무중심 인사관리로의 변화 방향
지방공공기관 직무중심 인사관리는 극단적 형태의 직무주의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지방공공기관의 현실과 필요에 따라 순환보직에 따른 직무확대는 여전히 유지해야 한다. 혹자는 직무중심 인사관리가 도입되면 특정 직무로만 채용하여 퇴직까지 해당 직무만 수행하도록 하고, 직무별로 개별 직무급을 기본급으로 편성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고 효과를 거두는 조직이 있겠지만, 현재 지방공공기관 상황을 고려하면 경직된 인력 운영으로 기관 성과가 저해될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 지방공공기관에서 극단적 방식의 직무중심 인사관리 도입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현실적 상황을 고려할 때 <표 1>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이 사람중심-직무중심 인사관리가 혼용된 형태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무중심 인사관리의 도입 목적이 현재 인사 관행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두 인사관리 방식의 결합된 형태에서 인사제도를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직무중심 인사관리를 직무급 도입을 위한 과정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직무중심 인사관리를 위한 직무분석과 직무평가는 모두 직무급 도입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직무평가는 무조건 직무급과 연계된다고 치부하기도 한다. 직무평가는 직무급 도입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직무평가를 실시한 모든 기관이 직무급 도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직무평가 후 직무급을 도입하지 않은 사례도 많다. 어떠한 특정 과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특정 제도가 반드시 도입된다고 미리 결론을 지어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관의 인사관리 방식 중 한계를 보이는 부분을 진단하고 이를 해소하는 차원으로 직무중심 인사관리를 접근하고, 속단하기보다는 전사적 논의를 통해 기관에 필요한 방향을 맞춤식으로 채택하고 적용하는 노력이 현명한 대처 방식이라 생각된다.

직무중심 인사관리가 도입되면, 가장 먼저 채용 단계에서부터 적용하도록 하고, 다음으로 직무 특성과 인적 구성을 고려한 경력경로를 설정하여 채용 후 배치뿐 아니라 기존 구성원의 재배치에서도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직무분석을 통해 도출된 직무기술서의 직무수행 관련 지식/기술/태도/자격 등을 활용하여 직무수행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과정을 편성하거나 개별 직무자가 선택하여 외부 교육을 수강할 수 있도록 직무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다음으로 직무정보를 통해 직무 목표를 확인하고 직무의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 등을 제시하여 직무수행 정도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한다. 통상 종사자의 개인성과 평가를 통해 이러한 과정을 수행하며, 평가의 결과는 승진과 보상으로 연계되도록 구성한다. 승진은 직무성과에 대한 평가(예: 근무성적평정) 결과뿐 아니라 각 직무의 경력경로와 직무 간 연계(수평적 직무분석) 등을 고려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직무평가 결과를 통해 직무 가치를 판단하고 이를 반영하여 보상체계를 구성하도록 한다. 직무 가치를 반영한 직무급의 개념을 도입할 수 있으나, 기존 보상체계의 급격한 변화보다는 기존 보상체계에 직무수행 노력과 성과가 반영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하는 것을 권한다. 직무평가 후 직무급 도입은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하고, 직무 특성과 인적 구성, 기존 임금 수준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대안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대안을 찾도록 해야 한다.

직무중심 인사관리의 도입은 기관의 규모, 사업 특성, 내·외부 환경, 종사자의 구성 등에 따라 단계별 적용 시기와 수준 등이 달라질 수 있다. 모든 기관의 동일한 시기,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직무분석을 통해 직무정보를 체계적으로 파악하여 직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각 기관에서 필요한 변화 방향을 기관 내 다수 관계자가 함께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직무중심 인사관리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따라서 직무중심 인사관리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합리적 인사관리 관행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지방공공기관에서는 기존 인사관리의 한계를 보완하는 기재로 직무중심 인사관리를 인식하여 지속된 변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보다 효과적인 인사제도를 구성하고 일하기 좋은 일터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을 공유하면서 직무중심 인사관리를 도입하기를 바란다.
표 1. 속인주의와 직무중심 인사관리의 비교
구분 속인주의
(사람중심 인사관리)
속인주의와 직무주의
하이브리드 형태
직무주의
(직무중심 인사관리)
채용
대규모 공채
직무무관 채용
공채와 수시 채용을 병행하나 점차로 직무중심 채용으로 전환
특히 경력사원 채용은 직무중심 수시 채용
직무중심 수시 채용
경력관리
상황에 띠라 이동 관리 중심
조직 내부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여전히 이동관리가 중요
경력 경로를 통한 전문가 육성도 중시
경력의 경로에 따라 전문가로 육성
직급체계
다단계 직위 중심의 직급 체계
팀제도의 활성화로 인해 승진 적체 현상
이를 해소하기 위한 직급 단계의 축소와 함께 역할을 강조
(독특한 형태로 변형)
다단계 직무중심의 직급 체계
평가
인성 태도 평가
연봉제 상대평가
겉모습은 업적평가와 역량평가로 전환되었으나 실제로는 리더의 자의적 판단 중심
직무기술서에 근거한 업적평가와 역량평가
보상
속인적인 특징에 의한 연공서열형 기본급
연공성은 완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속인주의적 기본급 유지
다만, 경력사원 채용의 경우 시장임금에 따른 직무급 확산
직무의 가치에 따른 직무급 형태
* 자료: 속인주의와 직무중심 인사관리의 균형(2022), p.191. 일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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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지방공기업평가원
연구컨설팅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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