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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임금 조례의 효력 인정 여부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2추5156 판결
사안의 개요
피고 부산광역시의회는 2022. 3. 23. ‘부산광역시 생활임금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하, ‘이 사건 조례안’이라 한다)을 의결하여, 2022. 3. 24. 원고 부산광역시장에게 이송하였다. 원고는 2022. 4. 11.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원고의 예산안 의결권을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에게 재의를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2022. 6. 21. 이 사건 조례안을 원안대로 재의결함으로써 이를 확정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조례안재의결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 조례 및 이 사건 조례안의 주요 규정은 다음과 같다.
제3조(적용대상) ① 생활임금 적용대상은 다음 각 호 중 부산광역시장(이하 “시장”이라 한다)이 제5조에 따른 부산광역시생활임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
1.「공무원보수규정」 및 「지방공무원 보수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시 소속 노동자
2.공공기관 및 공공기관의 자회사 소속 노동자
3.시로부터 사무를 위탁받은 기관·단체 또는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
4.시의 공사·용역 등을 수행하는 기관 및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 중 시의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노동자
5.제4호의 기관 및 업체의 하수급인이 직접 고용한 노동자
6.시비 또는 국비로 운영비를 보조받아 인건비를 지급해야 하는 민간단체에 고용된 노동자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적용을 제외한다.
1.공공근로, 지역공동체사업 등과 같이 국비 또는 시비 지원으로 일시적으로 채용되어 임금의 추가 지급이 금지된 노동자
2.그 밖에 생활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

제11조(생활임금의 장려)
시장은 제3조제1항 각 호의 적용대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호봉 재산정을 통해 생활임금을 반영하여야 한다.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① 국가 사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인지 여부, ② 원고의 예산안 편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③ 원고의 인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④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지 여부, ⑤ 이 사건 조례안 내 다른 규정과 충돌하여 그 효력이 부인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국가 사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인지 여부
시의 공공기관 소속 근로자, 시와 공공계약을 체결한 기관·단체 또는 업체에 소속된 근로자 등에 대하여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사무는 그 주민이 되는 근로자가 시에서의 기본적인 생활 여건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주민복지에 관한 사업이라 할 것이고, 이는 경제적 여건이 상이한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을 고려하여 결정되는 것이므로, 이러한 생활임금의 지급에 관한 사무는 지방자치단체 고유의 자치사무인 지방자치법 제13조 제2항 제2호 소정의 주민의 복지증진에 관한 사무 중 주민복지에 관한 사업에 해당되는 사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시 소속이 아닌 노동자’에 대한 생활임금 지급 사무가 자치사무가 아님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원고의 예산안 편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은 ‘제3조 제1항 각 호의 적용대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호봉 재산정을 통한 생활임금의 반영을 규정하고 있고, 제3조 제1항은 원고로 하여금 각 호의 노동자 중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적용대상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에 의하여 호봉 재산정이 되어야 하는 적용대상은 원고에게 이를 결정할 권한이 인정된다. 또한,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은 호봉 재산정을 통해 생활임금을 반영할 것을 규정함으로써 생활임금 반영 효과가 호봉과 무관하게 고르게 미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고, 구체적인 생활임금 결정이나 호봉 재산정에 따른 임금 상승분의 결정은 여전히 원고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생활임금 적용대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호봉 재산정을 통해 생활임금을 반영하도록 규정한 것이 집행기관으로서의 지방자치단체장 고유의 재량권을 침해하였다거나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 결정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예산안 편성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3)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원고의 인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은 시 소속 직원의 임금 지급에 있어 호봉 재산정으로 생활임금 반영에 따른 임금 상승효과를 고르게 누리도록 하라는 지침을 제공함으로써 원고의 권한을 일부 견제하려는 취지일 뿐, 소속 직원에 대하여 특정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한다거나 임금 조건에 대하여 피고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등으로 원고의 임금 결정에 관한 고유권한에 대하여 사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지 여부
근로기준법 제4조1)의 입법 취지 및 내용에 비추어 살펴보면, 근로기준법 제4조가 근로자에게 유리한 내용의 근로조건의 기준을 지방의회의 의결로 결정하는 것을 제한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근로자에게 유리한 내용의 근로조건의 기준을 조례로써 규정하고 그 내용이 사용자의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자유를 일부 제약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내용을 규정한 조례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
(5)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이 사건 조례안 내 다른 규정과 충돌하여 그 효력이 부인되는지 여부
이 사건 조례안 제11조 제3항이 생활임금 적용대상에 관한 원고의 결정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결정 권한을 전제로 호봉 재산정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조례 제3조 제1항과 상충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지방자치법 제28조 제1항 본문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조례는 상위법령에 위반되는 경우 그 효력이 부인되는 것일 뿐(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3추13 판결 참조) 어느 하나가 적용우위에 있지 않은 조례 규범들이 상호 모순·저촉된다는 이유로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
시사점
‘생활임금’이란 근로자가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수의 국가에서 도입·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생활임금은 2013. 1월 서울특별시 성북구와 노원구에서 구청장의 행정명령으로 최초로 도입된 이후, 순차적으로 지방자치단체별로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시행하여 확대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생활임금 조례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에 한정하지 않고, 지방공기업, 출자·출연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민간위탁 수탁기관 소속 근로자 등에게도 적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 출자·출연기관의 신입 근로자 또는 공무직 근로자, 기간제 근로자 등의 임금 수준을 결정함에 있어 주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 생활임금이므로 그 의의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제도 도입 당시부터 생활임금 조례의 적용 범위 등과 관련하여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 간의 갈등이 계속되었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도 법적 쟁점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 예컨대, 법제처는 “시 소속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조례로 강제하는 것은 양산시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시 출자·출연기관 소속 근로자에 대하여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은 양산시의 소관 사무에 관한 사항으로 보기 어려워 조례의 제정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므로, 「양산시 생활임금 지원 조례안」 제3조는 「지방자치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어 조례로 제정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회신일자 2016. 3. 3. 의견 16-0037) 등의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대상판결은 바로 생활임금 지급에 관한 조례가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지 여부, 상위 법령을 위반하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최초로 판단한 사건으로 의의가 있다. 이에 생활임금의 위법 여부 등에 대하여 논란의 소지가 일부 해소되었다.

물론, 생활임금을 둘러싼 논란의 소지가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최저임금이 존재함에도 생활임금 제도 도입에 대하여 이견이 존재한다. 그리고 광역 지방자치단체와 기초 지방자치단체 간의 생활임금의 적용 범위와 수준에 차이가 있는 경우의 효력 문제, 지방자치단체와 법인격이 분리된 지방공공기관 또는 민간위탁 수탁기관에 생활임금 조례의 법적 효력, 생활임금 적용대상자가 생활임금을 받지 못할 경우의 지급 청구의 가능 여부 등도 실제 현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 수도권 집중화, 지방소멸 등에 따라 수도권 이외에 위치한 지방공사, 지방공단 및 출자·출연기관은 역량을 갖춘 고급 인재를 유인하기 위하여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일부 기관에서는 신입 직원에게 거의 최저임금 수준을 지급함에 따라 주된 이직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있다. 이 같은 점에서 생활임금 법적 효력을 다툰 대상판결을 통하여 기관별로 적정 임금 수준을 어떻게 설정한 것인지 다양한 고민거리를 남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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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임금 지급에 관한 조례가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지 여부,
상위 법령을 위반하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최초로 판단한 사건으로 의의가 있다.
1) 제4조(근로조건의 결정)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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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진
지방공기업평가원
연구위원·법학박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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