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보기 E-Book
지난호보기 E-Book
지방공공기관에서
유연한 조직관리를 위한 조언
지방공공기관의 조직관리에서 유연성과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여기에는 환경변화의 속도와 정도가 가속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경직적이고 관리적인 조직관리 방식으로는 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이에 애자일(agile) 조직과 같은 다양한 민간기업의 관리기법이 큰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과연 공공기관이라는 특수한 맥락에서 유연한 조직관리란 어떠한 의미인가? 최근 유행하는 민간기업의 관리기법은 적용 가능한가? 공공기관에서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관리의 이론과 기법은 어떠한 것일까? 이러한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미지
조직의 유연성 개념
오늘날 자주 논의되는 조직의 유연성 개념은 “환경과 요구의 변동에 발맞추어 전략, 구조, 과정, 기술, 인력자원 등을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즉, 조직 구성요소의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력”을 뜻하는 개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유연성 개념을 다음과 같은 관련 개념들의 체계로 표현할 수 있다.
이미지
그림 1. ‘조직 유연성’ 개념 체계도1)
조직의 유연성을 하나의 목적개념으로 보았을 때 실제 조직관리 실무에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 가치로 고려되는 관련 개념으로 다음을 들 수 있다.

① 첫째는 민첩성이다. 이는 외부 환경에 대한 적응과 대응의 신속함을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소위 빠른 기업(fast company)을 구현하기 위한 조직화 및 일하는 방식의 설계를 주요 방법론으로 한다. 가령, 민첩성 확보를 위하여 조직구조를 설계 및 재설계하거나, 의사결정의 혼란을 줄이기 위하여 명확한 목표, 역할, 책임소재를 부여하거나, 원페이지(one-page) 회의나 서서 하는 스탠딩 회의 등 다양한 혁신전략들을 예시할 수 있을 것이다. IT개발회사 프로젝트 관리를 위한 데브옵스(DevOps) 기법 등 소위 애자일(agile) 경영관리 기법 등이 이러한 빠른 기업의 민첩성 개념과 관련성을 갖는다.

② 둘째는 대응성이다. 대응성은 조직이 외부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니즈에 부합하도록 대응 및 관리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가령,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제품의 콘셉트에 반영하거나, 정책환경에 맞추어 정부 기구를 개편하는 등의 활동을 예시할 수 있다.

③ 셋째는 조직슬랙(organizational slack)이다. 조직슬랙이란 조직 내에 운영에 필수적인 자원 외에 추가로 마련된 여유자원을 의미한다. 이러한 여유자원은 환경변동에 따른 리스크(risk)를 완화하기도 하고, 조직 내의 창의력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령, 정부예산에 ‘예비비’나 ‘기금’을 두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을 조직슬랙의 사례로 들 수 있다. 더하여 높은 수준의 창의력을 요구하는 산업 분야에서 근로자에게 ‘안식년’을 부여하는 것이나, 업무공간 내에 휴게공간이나 소통공간을 비중 있게 마련하는 것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조직의 유연성 개념은 대략 위와 같은 관련 개념들의 유형으로 구분된다. 한편 조직 효율성의 렌즈에서 바라본 유연성 개념은 조직의 규모를 줄이는 다운사이징(downsizing) 등 감축관리의 원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논의되는 유연성 개념은 주지하였던 “환경과 요구의 변동에 발맞추어 전략, 구조, 과정, 기술, 인력자원 등을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중심으로 하고 있음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
조직의 유연성 개념은 “환경과 요구의 변동에 발맞추어 전략, 구조, 과정, 기술, 인력자원 등을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공공기관에서 유연성 관리의 난점
공공기관은 민간기업과 달리 조직의 설립과 운영에 있어서 제도적 제약이 많다. 부서의 신설과 개편 등 조직변동에 있어서 관련 법제 등을 고려해야 하고, 주요사업의 변동에 있어서도 정부와 사회 부문 이해관계자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은 공적책무성을 가지기 때문에 기관평가나 국정감사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공공기관에 스타트업이나 이노비즈(innobiz)와 같이 가볍고 빠른 민간기업들이 고려하는 파격적인 수준의 유연성 관리기법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미지
그림 2. 애자일 조직화 방식의 개념도(영화제작 시스템의 예시) 2)
가령, 최근 유행하는 ‘애자일 조직’의 운영원리는 우선 큰 틀의 업무계획 수립 후 프로세스상 각각의 작업을 작은 단위로 쪼개어, 다양한 기능을 복합적으로 탑재하고 있는 팀(team)들을 배정하는 방식을 지칭한다. 영화제작사를 예로 들면, 전통적인 조직은 기획부서, 예산부서, 촬영부서, 편집부서, 배급부서 등 기능을 중심으로 부서가 편제되어 있을 것이다. 반면 애자일 조직은 제작하고자 하는 영화의 스토리라인을 짜고, 이를 액션신, 멜로신, 코미디신 등의 모듈로 쪼갠 후 각 모듈을 전담하는 팀을 배정한다. 이때 액션신은 팀리더, 액션전문 촬영감독, 액션전문 코디네이터, 액션전문 스크립터, 액션전문 연출자 등으로 구성되어 한 팀이 해당 모듈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이들이 주어진 기간 동안 담당한 프로젝트를 완수한다. 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프로그램 매니저(program manager)는 각 팀의 리더들과 주기적으로 소통하며, 각 프로젝트 일정과 성과를 점검할 뿐 아니라 전체 사업의 과정을 조율한다.

이러한 애자일 조직방식은 다음과 같은 이점을 지닌다. 첫째, 사업총괄 프로그램 매니저가 작품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왔을 때 재빨리 알아챌 수 있어 수정이나 개선에 비용이 적다. 둘째, 각 팀이 전문성을 밀도 있게 서로 공유함으로써 구성원이 교차기능적인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는다. 셋째, 업무절차가 한 방향으로 단선적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으므로 병목구간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러한 ‘애자일 조직’ 개념은 최근 정부나 공공부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관련한 연구물도 적지 않다. 그러나 공공조직은 이러한 운영원리를 파격적으로 도입하기에는 다음과 같이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다. 첫째, 조직의 공적속성으로 인하여 법·제도 및 이해관계자의 영향에서 자유롭기 어려우므로 조직관리의 자율성이 제약된다. 둘째, 애자일 조직은 영화제작사 등과 같이 소수의 핵심 업무가 명확하게 정의되는 조직에서 적합하나, 공공조직은 일반적으로 한 조직이 다양한 사업들을 동시에 수행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셋째, 공공조직은 의사결정의 책무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위계적인 조직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의 틀 안에서는 업무를 팀으로 쪼개어 나누기가 어렵다.
공공기관의 조직관리는 규제 합리화, 조직 내 자율성과 권한위임 구조의 설계, 조직슬랙의 형성 등을 통해 유연성을 제고해보자.
공공기관에서 유연성 관리의 방향성과 제안
공공기관은 앞서 언급한 제약요소들로 인하여 민간기업 맥락에서 논의되는 유연화 조직관리 기법을 원용하기에는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공공기관은 다음과 같은 공공부문에 적합한 세 가지 유형의 수단들을 대신하여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제안한다.
이미지
그림 3. 유연한 조직관리제도의 3유형 3)
첫째, ‘완화(혹은 폐지) 수단’은 조직 내의 기준이나 절차를 조금 느슨하게 풀어주거나, 특수한 상황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는 등 일종의 규제 합리화를 통해 조직관리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접근방법이다. 정부 조직을 예로 들면, 「정부조직법」 제2조 8항은 중앙부처에 계급별로 20%의 임기제 비율을 두고 있다. 그러나 각 부처의 임기제 공무원에 대한 수요는 서로 같지 않을 것이다. 이에 만약 이러한 수치를 30% 혹은 50% 이상으로 완화하는 제도개편을 수행한다면, 이는 기존의 규정을 완화하여 인력관리의 유연성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공공기관의 경우에도 조직 내에서 규제적 속성을 갖는 기준이나 절차를 탐색하여 이들을 완화하는 규제 합리화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둘째, ‘위임(혹은 외부화) 수단’은 조직이 수행하는 일부 기능을 높은 자율성과 권한을 위임받은 특수한 부서(혹은 조직)에 위임하거나, 의사결정의 일부를 하위조직이나 인력에 위임하여 불필요한 품의·결재나 보고 절차를 완화하는 접근방법을 의미한다. 혹은 긴급히 발생하는 한시적인 행정수요에 대처하거나 일정시간 후 종료되는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한시기구를 두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중앙부처에서 적용되었던 자율기구, 팀제, 긴급대응반, 벤처형 조직 등의 특례조직들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공공기관의 경우 이러한 자율성 특례조직들의 모델들을 신사업 수요의 연구 및 발굴 등 유연성과 자율성의 필요성이 높은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셋째, ‘예비(조직슬랙) 수단’은 리스크 관리를 위하여 조직자원에 여유를 두거나, 창의성을 이끌어 내기 위한 “생산적 게으름”의 환경을 형성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가령, 중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소위 미래전략팀을 구성하고, 팀의 미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들을 일정기간 다른 업무나 근무성적평정에서 열외하되, 팀 산출물의 품질을 성과로 보는 방식의 관리전략을 예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연구기능 등 창의성이 성과로 전환되는 기관의 경우, 노사가 협의하여 조직의 전체적인 통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각 개인에게 적합한 유연근로시간제를 설계하는 방안 등도 관리전략으로 예시할 수 있겠다.

요컨대 공공기관의 조직관리 유연성은 애자일 조직원리와 같이 공공부문에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조직개편안보다는 위에서 언급한 규제 합리화, 조직 내 자율성과 권한위임 구조의 설계, 그리고 조직슬랙의 형성 등 실무적으로 고려가능한 접근방법을 고려하는 것을 제안하며 글을 맺는다.
이미지

1) 권향원 외. (2023:10). “민첩유연한 조직관리 제도 도입방안 연구”. 행정안전부 연구보고서.
2) 권향원. (2019:11). “애자일 조직혁신”. 정책기획위원회 발표자료.
3) 권향원 외. (2023:14). “민첩유연한 조직관리 제도 도입방안 연구”. 행정안전부 연구보고서.

이미지
권향원
아주대학교
행정학과 조교수
youtube

(우) 06647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30길 12-6 (지번) 서초동 1552-13

Copyright(c) Evaluation Institute of Regional Public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