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지방공공기관 안전보건관리 가이드라인」 정착을 거치며 지방공공기관의 안전관리 구조는 ‘현장 부서의 업무’에서 ‘경영의 핵심 책임’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년 9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안전관리 강화 방안’과 같은 해 12월 확정된 ‘2026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편람’은 이러한 흐름을 한층 분명히 했다. 안전 책임은 이제 처벌·평가·해임으로 이어지는 다층 구조 속에서 기관장의 안전 리더십과 이사회 차원의 의사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다뤄지고 있다.
지방공공기관의 안전관리 환경은 지난 3년간 빠르게 달라졌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공기관 안전보건관리 가이드라인」이라는 세 갈래 규범이 상호 연동되면서 안전은 단순한 부서 업무가 아니라 ‘경영의 핵심 의사결정’ 영역으로 이동했다. 본고에서는 강화되고 있는 정책 방향과 기관장 책임 구조, 안전보건 투자계획 의무화 등 제도 변화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고, 지방공공기관이 준비해야 할 조직 운영 변화와 정착 과제를 짚어본다.
강화되는 정책 흐름 — 안전이 경영의 중심에 서다
2025년 산업재해 통계는 지방공공기관 안전관리 정책이 왜 강화되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25년 9월 말 기준 전체 재해율은 0.49%로 전년 동기 대비 0.01%p 상승했고, 같은 기간 전체 사망자 수는 1,735명으로 전년 대비 168명(10.7%) 증가했다. 2025년 3분기까지 누적된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457명(440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4명(3.2%) 늘었다(고용노동부, 2025).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1~9월 기준 2022년 510명, 2023년 459명, 2024년 443명으로 감소세를 유지해 왔으나, 2025년에 들어 처음으로 증가세로 반전된 점이 정책당국에 강한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에 2025년 한 해 동안 공공부문 주요 사업장에서 중대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부는 2025년 8월 산업안전 관련 공공기관 긴급간담회와 같은 해 9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논의를 거쳐 ‘공공기관 안전관리 강화 방안’의 추진 방향을 마련했다(기획재정부, 2025).
핵심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중대재해 책임이 있는 기관장을 해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둘째, 경영평가의 안전 관련 배점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향한다. 셋째, 안전관리등급 심사제를 ‘안전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고 심사 대상도 대폭 확대한다. 행정안전부 또한 2025년 12월 19일 ‘2026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편람’을 확정하면서, 268개 지방공기업(행안부 주관 173개)을 대상으로 안전책임 지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행정안전부, 2025).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의 협업체계를 신설해 평가 전문성을 높이고, 현장 평가를 통해 작업장 안전보건 조치 이행 여부를 구체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이다. 「지방공공기관 안전보건관리 가이드라인」(2022.10. 운영, 2026.1. 일부개정) 역시 동일한 흐름을 보여준다. 가이드라인 제6조는 매년 12월 말까지 다음 연도 안전보건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제11조는 안전보건관리 중점기관의 안전보건경영위원회 구성·운영 근거를, 제21조는 안전보건계획·이행실적·산업재해 현황 등의 공시 의무를 정하고 있다. 지방공공기관의 규모를 감안할 때 이러한 정책 변화의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2026년 초 기준 지방공기업은 총 423개(직영기업 256, 지방공사 78, 지방공단 89)에 이르며(클린아이 ‘지방공기업 설립현황’, 2026.1.1. 기준), 지방출자·출연기관도 875개(출자기관 101, 출연기관 774)에 달한다(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현황’, 2025.9.30. 기준). 약 1,300개의 지방공공기관이 한꺼번에 동일한 책임 기준 아래 놓이게 된 셈이다.
안전책임체계의 다층화 — 처벌·평가·해임의 삼중 압력
기관장의 안전 책임은 이제 단일 법령의 문제가 아니라 형사·행정·신분상의 책임이 중첩되는 ‘다층 구조’로 작동한다. 첫째, 형사책임이다. 「중대재해처벌법」(2022.1.27. 시행) 제2조 제9호나목은 ‘경영책임자등’의 범위에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기업의 장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의 장을 명시했다. 산업재해로 종사자 1명 이상이 사망한 경우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안전·보건 업무를 본부장 등 하위 임원에게 위임하면 책임이 면제될 것이라는 해석이 있었으나, 시행령 제4조 제5호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등에게 업무 수행에 필요한 권한과 예산을 부여하고 그 수행을 반기 1회 이상 평가·관리하도록 정하고 있어 권한 위임이 곧 책임의 이전을 뜻하지 않는다. 더욱이 2024년 1월 27일부터 50인(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사업장까지 동법이 확대 적용되면서 지방공공기관의 거의 모든 사업장이 적용권에 포함되었다.
둘째, 행정평가상의 책임이다. 2026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편람은 안전책임 지표의 배점 확대뿐 아니라 현장 평가를 통한 안전보건 조치 이행 점검을 새롭게 도입했다.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장과 직원의 평가급이 등급별로 차등 지급되는 구조여서 안전사고 발생 여부와 안전관리 노력이 곧바로 기관 전체의 보상과 직결될 수 있다.
셋째, 신분상의 책임이다. 이미 「지방공공기관 안전보건관리 가이드라인」 제20조는 임원이 안전보건관리 의무를 불이행하거나 게을리하여 중대재해·중대산업사고 등이 발생하는 경우 행정안전부장관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해임을 권고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앙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기관장 해임 근거가 추가로 마련된다. 형사책임·행정평가·신분상 책임이 한 줄로 이어지면서 기관장의 안전 의무는 사실상 ‘면책 불가능한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표 1. 지방공공기관 안전책임체계의 단계별 강화 흐름
| 시기 | 주요 제도·정책 | 핵심 변화 |
|---|---|---|
| 2021. 1 | 「산업안전보건법」 제14조 시행 | 대표이사의 연 1회 안전보건계획 이사회 보고·승인 의무화 |
| 2022. 1.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 지방공기업장·공공기관장 등 경영책임자 형사책임 명시 |
| 2022. 10. | 「지방공공기관 안전보건관리 가이드라인」 운영 | 연간 안전보건계획 수립·공시, 안전보건경영위원회 운영 |
| 2024. 1. |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 지방공공기관 거의 모든 사업장이 적용 대상에 포함 |
| 2025. 9. | ‘공공기관 안전관리 강화 방안’ 발표 (제8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
중대재해 기관장 해임 근거 마련, 평가배점 역대 최고 상향 |
| 2025. 10.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일부 개정 |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권한·예산 부여, 반기 1회 평가 |
| 2025. 12. | ‘2026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편람’ 확정 | 안전책임 지표 강화, 산업안전보건공단과 협업 평가 |
안전보건 투자계획 의무화 — 안전이 ‘공시’ 대상이 되다
제도 변화의 핵심은 안전 ‘계획’과 ‘예산’이 별도 항목으로 명문화·공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공공기관 안전보건관리 가이드라인」 제6조는 매년 12월 말까지 안전보건계획을 수립하고 지방자치단체장과의 협의를 거쳐 기관장의 결재(또는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 회사의 경우 이사회 승인)로 확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같은 가이드라인 제21조에 따라 그 결과는 홈페이지에 공시되며,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4조 역시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 대표이사에 대해 매년 ‘회사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 이사회에 보고·승인받도록 의무화한다(2021.1.1. 시행). 동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은 이 계획에 ① 안전·보건 경영방침, ② 안전·보건관리 조직의 구성·인원 및 역할, ③ 안전·보건 관련 예산 및 시설 현황, ④ 전년도 활동실적 및 다음 연도 활동계획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하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법 제175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2025.10.1. 시행본)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게 ① 업무 수행에 필요한 권한과 예산을 부여하고, ② 그 수행을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해 반기 1회 이상 평가·관리하도록 정하고 있다. ‘안전 예산을 어디에, 얼마나 썼는가’가 이제 형사처벌의 판단 요소로 작동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장의 안전 예산 편성·집행 실태를 들여다보면, 제도의 취지와 거리가 있는 모습도 관찰된다.
대표적인 것이 ‘안전 예산 부풀리기’ 문제다. 「지방공공기관 안전보건관리 가이드라인」 제19조(안전보건투자)는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 관련 인력, 시설 및 장비의 구비와 유해·위험요인의 개선을 포함한 안전보건관리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도록 정하고, ‘노후 시설·장비 교체 및 신기술 안전 장비 도입’에 대한 투자 계획 작성과 분기별 점검·관리 및 홈페이지 공시까지 의무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기관에서는 안전과 직접 관련 없는 일반 수선유지비(건물 도색, 조경, 일반 시설물 보수 등)를 안전 예산 비목에 포함시켜 전체 안전 예산 규모를 실제보다 부풀릴 우려가 있다. 이렇게 산정된 ‘외형상의 안전 예산’은 경영평가나 공시 자료에서는 충분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위험요인 제거에 투입되는 ‘실질 안전 예산’은 그에 못 미치게 된다.
따라서 안전 예산은 일반 수선유지비와 명확히 분리하여 위험시설 정비 및 개보수, 안전장비 도입, 안전교육·훈련 등 안전과 직접 관련되는 비목으로만 산정하고 그 집행 내역을 별도 관리·공시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4호 또한 ‘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 시설 및 장비의 구비, 유해·위험요인의 개선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집행’하도록 정하고 있는 만큼, 비목의 정의를 분명히 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조직 운영 변화 — 안전이 부서 업무에서 의결 안건으로
이 같은 제도 변화는 지방공공기관 내부의 조직 운영에도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안전 거버넌스의 무게 중심이 ‘부서 단위’에서 ‘이사회·기관장 단위’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첫째, 기관장 직속 안전 컨트롤타워의 보편화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2호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7조부터 제19조까지 및 제22조에 따라 두어야 하는 인력이 총 3명 이상이고 상시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인 사업 또는 사업장(건설업은 시공능력 평가액 상위 200위 이내)에 대해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전담조직’을 두도록 한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해설」(2021)은 전담조직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관리·감독하며 경영책임자를 보좌하는 컨트롤타워로 기능하도록 하고, 그 인원은 최소 2명 이상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지방공공기관 안전보건관리 가이드라인」 제10조 제2항 또한 안전보건관리 중점기관이 안전보건 업무 총괄 전문조직을 ‘기관장 또는 부기관장 직속’으로 설치·운영하도록 명시했고, 같은 조 제3항은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을 사용하는 지방자치단체 직영기업은 별도 전담조직을 두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 제17조 제5항·제18조 제5항 및 동법 시행령 제19조·제22조는 ‘건설업을 제외한 사업으로서 상시근로자 300명 미만 사업장’에 한해 안전·보건관리자의 업무를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다수의 지방공공기관이 이 규정에 따라 위탁 방식을 활용하고 있으나, 위탁 인력이 정기적으로 사업장을 방문해 점검하는 방식만으로는 기관 내부의 안전관리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이 충분히 축적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위탁 후에도 주요 안전보건활동은 사업장에서 직접 수행해야 한다는 점(고용노동부 행정해석),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1항 제1호가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을 경영책임자의 의무로 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300명 미만 기관이라 하더라도 내부 전담인력 배치와 위탁기관과의 합동 점검 체계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안전이 이사회 의결 안건으로 자리 잡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4조에 따라 대표이사는 매년 안전보건계획을 이사회에 보고·승인받아야 하며, 「지방공공기관 안전보건관리 가이드라인」 제6조 역시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경우 그 절차를 거쳐 확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안전이 단순한 보고 안건이 아니라, 의결 안건이자 기관장의 경영 성과로 평가되는 사안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셋째, 안전보건경영위원회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양대 거버넌스 축이 작동한다. 가이드라인 제11조는 안전보건경영위원회 운영을 명시하며, 다수 기관이 외부 재난·안전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해 위험성평가 결과와 화학물질 보유 현황, 안전사고 현황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넷째, 안전 예산과 인력의 별도 관리다. 기획재정부의 ‘안전경영책임계획 작성가이드’는 ① 산업재해 및 안전사고 감축 목표·실적, ② 안전관리 대상 사업·시설, ③ 안전 예산 현황, ④ 안전 전담조직 및 역할, ⑤ 인력 현황을 별도 항목으로 정리하도록 요구한다. 안전 예산이 사업 예산의 잔여분이 아니라 독립된 편성 항목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다섯째, 위험성평가의 실행 중심 전환이다. 2025년부터 산업안전보건 정책은 ‘점수’보다 ‘실행과 증거’를 기준으로 삼는 방향으로 전환되었으며, 정기·수시·최초 위험성평가의 결과를 기관장 결재로 명문화하는 자기규율 예방체계가 강조되고 있다(고용노동부 고시 제2020-53호 등).
표 2. 안전관리 거버넌스의 ‘과거’와 ‘현재’ 비교
| 구분 | 과거(2021년 이전) | 현재(2025년 이후) |
|---|---|---|
| 책임 주체 | 사업부서 안전관리자 | 기관장·이사회·CSO(안전보건최고책임자) |
| 의사결정 위치 | 실무부서 결재 | 이사회 의결·기관장 결재 |
| 안전 예산 | 사업 예산 내 산재 항목 | 별도 편성·공시 항목(위험시설 정비·개보수 등 직접 비목) |
| 조직 형태 | 안전관리팀(중간 부서) | 기관장 직속 전담조직(상시근로자 500명 이상 사업장) |
| 평가 대상 | 사업 수행 결과 일부 | 안전책임 지표(역대 최고 배점) |
| 외부 통제 | 한정적 점검 | 안전보건경영위원회 + 산업안전보건공단 협업 평가 |
안전경영 체계 정착을 위한 제언
체계는 빠르게 정비되고 있지만 정착에는 여전히 적지 않은 과제가 남아 있다. 지방공공기관이 형식의 안전이 아닌 실질의 안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음 다섯 가지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첫째, 서류상 안전에서 실행 가능한 안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안전경영책임계획, 안전보건관리계획, 위험성평가 결과서 등 문서는 늘었지만, 그 내용이 실제 현장의 위험 저감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하는 환류 절차가 함께 강화되어야 한다. 계획서가 실현 가능하지 않은 수준으로 작성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부실하게 작성될 경우 그 자체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 소홀의 징표로 지적될 수 있다는 법률적 해석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 도급·위탁업체에 대한 책임 범위 정비가 시급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는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제3자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한다. 지방공공기관 사업의 상당 부분이 외주·위탁 구조로 수행되는 현실에서 ‘실질적 지배’의 의미를 기관 내부 기준으로 명확히 정리하고, 수급인 선정 단계부터 안전보건 수준평가가 작동하도록 정비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안전관리자 업무 자체를 외부에 위탁하고 있는 300명 미만 기관은 위탁의 편의성에 안주하기보다 내부 점검·관리 역량을 점진적으로 키워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기관장 안전 리더십의 가시화다. 안전·보건은 권한 위임만으로 책임이 이전되지 않는다. 기관장이 정기적으로 현장을 점검하고, 안전 의제를 직접 의결하며, 위험요인 신고와 작업중지 요청에 대해 가시적인 후속 조치를 약속하는 ‘리더십의 일상화’가 필요하다.
넷째, 노사·외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의 내실화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통한 노사 의견 수렴, 안전보건경영위원회를 통한 외부 자문, 안전근로협의체 운영 등은 형식적 절차로 그칠 위험이 늘 존재한다. 분기 1회 이상 정례화, 위원회 안건의 후속 이행 현황 공개, 결과의 환류 보고 등 ‘운영의 깊이’를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다섯째,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로의 격상이다. 산업재해율, 아차사고 신고 건수, 위험성평가 개선율, 안전 예산 집행률 등 안전 핵심성과지표(KPI)를 정량적으로 관리하고, 그 결과를 기관장 평가, 임원 성과측정, 부서 평가에 반영하는 환류 구조가 필요하다. 이때 안전 예산은 일반 수선유지비와 분리된 ‘직접 안전 비목’ 기준으로 집계해야 평가의 신뢰성이 확보된다.
안전 책임의 ‘주소’가 바뀌고 있다
지방공공기관 안전관리의 좌표는 분명해졌다. 안전은 더 이상 안전관리자 한 사람의 직무가 아니라 기관장이 결재하고 이사회가 승인하며 외부 위원회가 검증하는 ‘경영의 결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책임의 형사적 무게를 더했다면, 「지방공공기관 안전보건관리 가이드라인」과 지방공기업 경영평가는 책임을 ‘일상의 관리 의무’로 제도화했다. 2025년 9월 정부의 안전관리 강화 방안과 2026년 경영평가편람 개편은 이 흐름을 다시 한번 굳혔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강화된 책임 구조가 새로운 칸막이가 아니라 현장의 위험을 줄이는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일이다. 외부 위탁에 의존한 안전관리, 일반 수선유지비를 포함시킨 안전 예산처럼 ‘형식의 안전’에 머무르는 관행은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안전은 현장이 아니라 경영이다”라는 명제는 책임의 위치 이동을 넘어 안전이 곧 공공의 가치이자 기관 운영의 출발점임을 선언하는 말이기도 하다. 423개 지방공기업과 875개 지방출자·출연기관, 그 모든 현장의 안전을 지키는 출발점은 결국 한 사람, 곧 기관장의 책상 위에 있다.
참고자료
행정안전부(2026.1.12. 일부 개정), 「지방공공기관 안전보건관리 가이드라인」(제6조, 제10조, 제11조, 제17조, 제19조, 제20조, 제21조)행정안전부(2025.12.19.), 「2026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편람」 보도자료
클린아이 지방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지방공기업 설립현황」, 2026.1.1. 기준 (www.cleaneye.go.kr)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현황」, 2025.9.30. 기준
기획재정부(2025.9.1.), 「공공기관 안전관리 강화 방안」, 제8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자료
기획재정부·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2024.10.), 「2025년도 안전경영책임계획 작성가이드」
고용노동부(2025.11.25.), 「2025년 3분기(누적)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 -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잠정)」
고용노동부, ‘산업재해현황’, e-나라지표(2025.12.3. 갱신)
고용노동부(2021.11.), 「중대재해처벌법 해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9호 나목, 제4조, 제5조, 제6조 및 동법 시행령 제4조(2025.10.1. 시행본, 대통령령 제35805호)
「산업안전보건법」 제14조·제17조·제18조 및 동법 시행령 제13조·제19조·제22조
지방공기업평가원(2022~2025),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종합보고서」

방창훈
경남대학교 소방안전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