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예산 AI, 직접 만들다 기술 자립으로 증명한
지방공기업 현실에서 AI 도입은 여전히 ‘예산이 생기면’, ‘외부 용역으로’라는 조건부 과제에 머물러 있다. 부산시설공단(이하 공단)은 이 전제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공단은 지난 2025년 7월부터 3개월간, 예산 투입 없이 노후 서버와 오픈소스 기술만으로 사내 AI 서비스 시범 구축(PoC)에 성공했다. 보안을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실용적 AI 행정의 가능성을 직접 증명한 사례다.
글. 김기만 부산시설공단 AI기술혁신팀 주임
예산의 벽을 넘은 공공 AI 혁신
보안 딜레마와 예산 현실 사이에서
공단은 1992년 창립 이후 도로·교량·공원·체육시설·장사시설 등 시민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광범위한 도시 인프라를 관리·운영 중인 지방공기업으로 현재 임직원이 1,500여 명에 이른다. 시민들의 일상 속 도시 인프라 뒤에는 부산을 조용히 움직이는 ‘숨은 엔진’ 부산시설공단이 있다.
ChatGPT 열풍이 공공기관 내부까지 번지면서 AI 업무 활용 요구가 높아졌지만, 공단에는 두 가지 장벽이 있었다. 외부 AI 서비스를 쓰면 내부 자료가 외부 서버로 전송되는 보안 문제, 그리고 별도 예산 편성이 사실상 불가능한 예산 현실이었다. 보안을 지키자니 AI를 쓸 수 없고, AI를 도입하자니 예산이 없는 이중 딜레마 앞에서 공단 경영지원실 디지털정보팀은 외부에 의존하거나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 직접 만드는 길을 택했다.
노후 서버에서 꺼낸 가능성
서버실 한편에서 전원도 꺼진 채 방치돼 있던 노후 미사용 서버를 재가동해 AI 구동 환경을 구성했다. 추가 하드웨어 구매는 없었다. 활용한 소프트웨어는 전량 오픈소스로, 라이선스 비용 없이 시스템을 완성했다.
언어모델은 LG EXAONE, 네이버 HyperCLOVA 등 한국어 특화 공개 소형 모델(2B~7B급)을 채택했다.
채팅 인터페이스는 오픈소스 플랫폼(LibreChat)으로 직원들에게 친숙한 ChatGPT형 화면을 내부망에 구현했다. 핵심 기능은 사내규정 검색이다. AI가 답변 시 실시간으로 내부 문서를 검색해 관련 규정을 근거로 답변하는 RAG 기술을 적용했으며, 중계·검색 서비스(API)도 팀 내부에서 직접 개발했다. 모든 데이터는 내부망 안에서만 처리되는 폐쇄형 구조를 갖춰 정보 유출 문제를 원칙적으로 차단했다.
그림 1. 사내 AI 서비스 운영 구조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AI가 답변을 생성할 때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를 검색하여 답변 품질 향상*sLLM(Small Large Language Model): 비교적 적은 연산 자원과 비용으로 운영 가능한 소형 언어모델
기술과 조직, 두 차원의 변화
기술적으로는 GPU가 없는 제한된 환경에서도 AI 서비스 구동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사내 규정 검색, 문서 요약, 회의록 정리 등 실무 활용 가능성을 검증했으며, 향후 ERP·그룹웨어 등 기존 업무시스템과의 AI 연동 기반도 마련했다. 조직적으로는 “우리도 AI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팀 전체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대외적으로도 지방공기업 최초 자체 구축 사례로 주목받으며 유사한 예산 여건의 타 기관에 구체적인 참고 모델을 제시했다.
이번 사업은 공공기관 AI 도입의 핵심 과제인 데이터 보안, 예산 효율, 기술 자립을 동시에 충족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단은 GPU 기반 인프라 구축, 공단 특화 AI 모델 개발, 내부 시스템 연동 서비스 구현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그림 2. 사내 AI 서비스 구현 현장
표 1. 자체 구축 AI 서비스 구축 현황
| 구분 | 내용 |
|---|---|
| 추진기간 | 2025년 7월~9월(3개월) |
| 예산 | 0원(노후 미사용 서버 재활용, 전량 오픈소스) |
| 언어모델 | LG EXAONE, 네이버 HyperCLOVA 등(2B~7B급) |
| 채팅 인터페이스 | LibreChat(오픈소스) |
| 문서 검색 DB | 의미 기반 벡터 검색 엔진(PostgreSQL+PGVector) |
| 연계 서비스 | 중계·검색 서비스 자체 개발(Gateway API·RAG API) |
| 운영 방식 | 내부망 폐쇄형(외부 데이터 반출 차단) |
| 의의 | 지방공기업 최초 자체 기술력 기반 실용적 AI 서비스 구축 확인 |
인공지능(AI) 기술로 터널 안 시민의 안전을 지키다
윤산터널 AI 위험탐지 시스템 구축과 성과
터널은 고속 주행 중 진입할 때 시야가 일시적으로 제한되고 구조가 밀폐되어 있어 작은 돌발상황도 대형 연쇄 추돌이나 화재 같은 치명적인 재난으로 이어지기 쉽다. 특히 부산의 주요 간선도로를 연결하는 윤산터널은 상시 교통량이 많아 사고 위험에 대한 선제적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곳이다. 이에 공단은 민간 전문기업 및 대학 연구진과 손을 잡고,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윤산터널 사고예방 중심 인공지능(AI) 기반 위험탐지 시스템’을 개발하여 현장 적용에 성공했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공공시설물의 안전 관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공공 혁신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24시간 공백 없는 인공지능 기반의 실시간 눈
기존의 터널 관제는 주로 사람이 CCTV 화면을 상시 모니터링하거나 사후에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초동 대처가 늦어질 우려가 있었다. 이번에 구축된 시스템은 터널 내부에 촘촘하게 설치된 고성능 카메라와 레이더 장비를 인공지능(AI) 알고리즘과 연계하여 운영된다. 인공지능이 터널 내부 전체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차량의 움직임을 스스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단순히 현장 상황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충돌 위험 상황을 조기에 감지하는 지능형 관제 환경을 실현했다.
돌발상황 선제 대응, 빈틈없는 탐지 능력
본 시스템은 터널 안에서 운전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인 위험 요인들을 높은 정확도로 포착해낼 수 있도록 기술력을 고도화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주요 돌발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여 신속한 대응을 지원하고 대형 2차 사고 예방에 기여한다.
정지차량 및 낙하물 감지: 고장이나 사고로 멈춰 선 차량, 화물차 등에서 떨어진 낙하물을 즉각 알아차려 후속 차량들이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밖에도 역주행 차량 및 보행자 포착, 차선 변경 위반이나 과속 차량 등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여 터널 내 안전운전 준수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
운전자에게 위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AI 기반 안내 체계
그림 3. AI 위험탐지 기반 VMS 경고 메시지 표출 예시
위험을 빠르게 찾아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운전자에게 이 사실을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터널 내 설치된 도로전광표지판(VMS)과 유기적으로 맞물려 작동한다. 예를 들어 전방에 정체나 사고가 발생하면 시스템이 이를 즉시 파악하고, 후방에서 진입하는 운전자들에게 “전방 정체 주의”, “사고 발생 감속 바람”과 같은 맞춤형 안내 문구를 자동으로 띄워준다. 특히 정체 구간에 갇힌 운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정체 해소 지점까지의 남은 거리를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기능도 갖추었다. 이는 운전자가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이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도록 유도하여 사고를 예방하는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그림 4. 실시간 위험정보 표출 시스템
레이더 및 카메라 교체, VMS 설치
VMS 표출
지방공기업 안전 혁신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다
윤산터널에 도입된 인공지능 기반 위험탐지 시스템은 공공시설물을 관리하는 지방공기업이 나아가야 할 과학적 안전 관리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시민이 체감하는 안전 도시 구현: 터널 내 교통사고 저감과 대응시간 단축을 목표로 하며, 돌발상황 대응 시간을 단축하여 시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
공공시설 관리의 효율화: 24시간 인력 감시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공지능이 상시 감시 및 장비 상태 진단까지 수행함으로써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고 관리의 정확성을 높였다.
지역 상생과 기술 확산: 지역 기술 기업, 연구기관, 공공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만든 우수 사례로, 향후 전국 지자체의 고위험 터널이나 지하차도 등 다양한 시설물에 확대 적용할 수 있는 표준 안전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다.
공단은 앞으로도 완벽한 지능형 교통안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기술 고도화와 철저한 검증을 지속할 계획이다. 시민의 안전한 일상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지방공기업의 디지털 혁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대형 사고 없는 안전한 터널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성림 부산시설공단 이사장
공단이 추진한 ‘제로예산 자체 AI 구축’과 ‘윤산터널 지능형 위험탐지 시스템’은 예산 절감을 넘어 시민의 안전과 행정 혁신을 동시에 잡은 값진 결실입니다. 우리 공단은 터널, 도로, 공원 등 시민 일상과 밀접한 광범위한 도시 인프라를 운영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한정된 재원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기술 자립과 과학적 안전 관리를 통해 시민이 체감하는 스마트 공공서비스를 실현하고, 안전하고 행복한 부산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