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요구는 늘고 업무는 복잡해지고 있지만 지방공공기관의 인력과 조직은 여전히 한정적이다. 안전관리와 디지털 전환, ESG 경영 등 새로운 과제가 더해지는 상황에서 공공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력 확충을 넘어 조직 운영 방식의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변화하는 행정환경 속에서 지방공공기관의 새로운 과제와 대응 방향을 살펴본다.
지방공공기관의 역할 확대와 현실
코로나19 이후 전국의 지방공공기관들은 비대면 서비스가 대폭 확대되었고, 특히 2022년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관리 체계가 대폭 강화되었다. 여기에 AI·빅데이터 시스템 구축과 활용, 개인정보 보호수준의 강화, ESG 경영의 도입 등 새로운 행정지원서비스 수요도 증가하였다.
그러나 지방 재정의 악화와 공공부문 효율화 기조로 인해 지방공공기관의 조직과 인력은 제약 하에서 운영되고 있다. “시민의 서비스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인력 확충은 제한되는 구조적 불균형”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지금 지방공공기관이 직면한 현실이다.
공공서비스 확대와 안전·디지털 업무 증가에 따른 운영환경 변화
시민요구의 변화
과거 지방공공기관은 주로 단순 행정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이제는 안전관리, 재난대응, 환경관리, 복지서비스, 디지털 서비스, 고객관리까지 그 역할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더 나아가 시민들은 24시간 대응, 모바일 서비스, 실시간 정보 제공 등 서비스 품질의 지속적인 향상도 요구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안전 업무의 증가
특히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지방공공기관들은 안전관리 체계를 대폭 강화하였다. 예를 들어 시설안전 점검, 위험성 평가, 안전 교육, 안전보고서 작성 등 관련 업무의 범위와 수준이 크게 확대되었다. 하지만 대다수 기관들은 인력 제약으로 별도로 안전전담부서를 신설하지 못하고 기존 인력이 이를 추가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교통공사나 도시공사, 그리고 시설관리공단들은 최근 수년간 안전인력 확충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지방공공기관들도 안전 관련 평가 항목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점검 및 보고 업무를 확대해 가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업무 증가
최근 지방공공기관들은 전자결재 고도화, AI 활용, 데이터 관리,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도 지방공공기관의 디지털 혁신과 직무 중심 인사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 과정의 초기에는 시스템 구축이나 데이터 입력, 정보보안 대응 등으로 추가업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오히려 업무가 증가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제한된 조직과 인력 구조 하의 운영 현실
정원은 정체, 업무는 증가
지방공공기관의 경우 총인건비 관리와 경영효율화의 압력 하에서 조직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행정안전부는 조직·인사 운영 기준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인건비 역시 총인건비 관리체계 하에서 운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업무는 증가하지만 인력 규모의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한 사람이 복수의 업무를 담당
많은 지방공공기관에서는 기획 담당자가 경영평가, ESG, 혁신과제, 정보 공개, 의회 대응까지 담당하고 있으며, 인사 담당자는 채용, 교육훈련뿐만 아니라 노무관리나 산업안전 등의 업무도 동시에 수행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소규모 출자·출연 기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평가와 보고 업무의 증가
최근 지방공공기관들은 경영평가 외에 고객만족도 평가, 정보공개 평가, 인권경영 평가, 안전 평가 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무자들은 “서비스 제공보다 평가 대응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직 피로도 증가
결과적으로 조직의 입장에서는 초과근무의 증가, 우수 인재의 이직, 직무소진(Burnout)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청년 직원들은 민간기업 대비 낮은 보상과 높은 업무강도를 이유로 이직 또는 퇴직을 고려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지방공공기관 운영구조의 변화 방향
인력 중심 운영에서 디지털 운영 중심으로 전환
인력 확충이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이다. 따라서 AI를 활용하고, 업무 자동화나 디지털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서 단순반복 업무를 줄여야 한다. 예를 들면 민원 자동응답, 문서 자동 작성, 데이터 자동 분석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활용할 필요가 있다.
조직 구조의 유연화
대부분의 지방공공기관들은 기능별 조직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기획팀, 인사팀 등으로 특정 직무를 묶어서 부서를 운영하는데, 여기에 더해서 새로운 행정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과제를 대상으로 프로젝트 조직을 병행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필요에 따라 한시적으로 TF(Task Force)를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직무 전문성 강화
행정안전부도 직무 중심 인사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직무 분야의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안전 전문가, 데이터 전문가, 정보보안 전문가 등을 내부적으로 육성해서 전문성을 기반으로 조직의 역량을 제고하는 것이다.
평가체계 합리화
현재는 기관 내부에서도 다양한 평가가 중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를 통합하고 보고 절차를 간소화하며, 자료나 결과가 자동으로 제출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작은 조직, 큰 책임”의 시대
이제 지방공공기관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커질 것이다. 안전관리, 디지털 전환, ESG, 재난 대응 등 새로운 과제가 계속 추가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규모나 인력 증원이 비례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인력 확충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인력 확충 요구와 함께 디지털 기반의 업무 혁신, 유연한 조직 운영, 직무 전문성 강화, 평가체계 개선 등을 통해서 “제한된 인력으로 더 높은 공공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기여하는 운영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는 늘고, 사람은 줄어든다”는 현실은 위기이지만, 이는 동시에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영면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더좋은일터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