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은 그대로인데
정원과 총인건비의 제약 속에서도 지방공공기관이 수행해야 할 업무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새롭게 요구되는 업무와 기존 직무체계·인력운영 방식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변화한 업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직무 기반 인력운영의 필요성을 살펴보고, 지방공공기관의 조직 운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정원관리의 제약과 업무 변화의 압력
지방공공기관의 인력운영은 늘 두 가지 엇갈린 압력 사이에 놓여 있다. 하나는 공공서비스 확대에 따른 현장의 업무 증가이고, 다른 하나는 정원과 총액인건비 관리라는 제도적 제약이다. 지방공공기관은 지방자치단체 정책의 집행기관이자 주민 생활서비스의 제공기관이며, 지방으로의 자치분권이 갖는 방향성 때문에 업무 수요가 쉽게 줄어들기 어렵다. 특히 교통, 시설, 환경, 문화, 복지, 주거, 도시관리 등 많은 영역에서 지방공공기관의 역할은 주민의 일상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반면 인력과 인건비는 일정한 기준 속에서 관리된다. 가령 지방공기업의 예산 편성 기준은 행정안전부에 의해 마련되며, 이는 지방공기업이 인건비와 조직 운영을 현장의 시각뿐 아니라 상위의 제도적 틀 안에서 관리해야 하는 제약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이때 문제는 새로운 행정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정원과 예산이 즉각적으로 함께 늘어나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결과적으로 현장에서는 기존 인력이 기존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신규 업무까지 병행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한편 최근 지방공공기관의 업무 변화는 단순한 업무량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업무의 성격 자체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시설 운영, 사업 집행, 민원 처리, 행정 지원처럼 비교적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업무가 조직 운영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안전책임, 데이터 기반 관리, 정보보안, 디지털 민원, AI 활용, 지역 상생, ESG, 갈등 조정 등 새로운 성격의 업무들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같은 과제도 이러한 맥락 위에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의 부각으로 인하여 기존 인력들이 보유한 역량으로 다루기 어려운 고난이도의 기술적 업무들이 아울러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방공공기관은 데이터 관리,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시스템 연계, 개인정보 보호, 사이버 보안, 디지털 민원 대응 등 새로운 역량을 요구받고 있다.
결국 지방공공기관이 직면한 인력 문제는 “일이 많아졌다”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기존의 정원표는 그대로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업무 재설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방공공기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현장 인력난은 반복되고, 안전·디지털·민원 대응과 같은 핵심 업무는 일부 직원의 겸무나 희생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문제는 인력 총량만이 아니라 직무구조의 불일치다
지방공공기관의 인력 부족 문제를 논의할 때 가장 먼저 직접적으로 제기되는 해법은 정원 확대이다. 물론 실제로 필요한 영역에서는 정원 확대가 검토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원 확대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현재의 어려움은 인력 총량의 부족(제약)과 함께 기존 인력이 어떤 직무에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정원관리는 대체로 부서 단위로 이루어진다. 어느 부서에 몇 명이 배치되어 있는지, 결원이 몇 명인지, 현원이 정원 대비 어느 정도인지가 주요 관리 기준이 된다. 이러한 방식은 조직의 업무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할 때에는 일정한 효과가 있다. 그러나 업무의 내용과 난이도, 위험도, 전문성 요구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나타난다.
가령, 안전관리 업무는 과거에는 시설관리 부서나 현장부서의 일부 기능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의 안전 업무는 단순 점검을 넘어 위험요인 발굴, 사고 예방체계 구축, 협력업체 관리, 교육훈련, 사고 발생 시 대응체계 점검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상황은 디지털 업무에서도 같다. 과거에는 전산시스템 유지보수나 홈페이지 관리 정도로 이해되었지만, 이제는 데이터 품질관리, 업무 자동화, 정보보안, AI 도입 검토, 디지털 민원서비스 개선까지 포함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공공기관은 이러한 업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하여 기존 직원들에게 업무를 추가로 부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첫째, 업무는 늘어나지만 공식적인 직무로 인정되지 않아 업무 부담이 보이지 않게 된다. 둘째,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가 겸무 형태로 운영되어 역량 축적이 어렵다. 특히 안전과 디지털 업무는 문제가 발생한 뒤에는 책임이 크게 부각되지만, 평상시에는 조직 내 우선순위가 낮게 취급되기 쉽다.
따라서 지방공공기관의 인력운영 전략은 “몇 명이 부족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되,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 질문은 “어떤 일이 새로 생겼는가”, “어떤 일의 위험도와 책임도가 커졌는가”, “어떤 업무는 줄이거나 자동화할 수 있는가”, “어떤 직무에는 전문인력을 집중해야 하는가” 등 다각적인 요소를 입체적으로 고려해야 함에 있다. 즉, 정원관리에서 직무관리로의 관점 이동이 필요한 것이다.
표 1. 정원 중심 인력관리와 직무 기반 인력운영의 차이
| 구분 | 정원 중심 인력관리 | 직무 기반 인력운영 |
|---|---|---|
| 관리 단위 | 부서별 정원, 직급, 현원, 결원 | 업무·직무 단위, 직무군, 역할, 필요역량 |
| 문제 인식 | 사람이 부족한가 | 어떤 일이 늘고, 어떤 일이 바뀌었는 |
| 배치 기준 | 기존 조직도, 부서별 정원, 관행적 업무분장 | 업무량, 위험도, 법정성, 전문성, 대체 가능성 |
| 신규 업무 대응 | 기존 부서에 추가 배정하거나 겸무 처리 | 신규 직무로 정의하고 우선순위와 전담 필요성 검토 |
| 조직 변화 방식 | 조직개편 또는 정원 증원 중심 | 재배치, 재교육, 자동화, 협업조직, 직무 재설계 병행 |
| 필요 자료 | 정원표, 현원표, 직급별 인력현황 | 직무기술서, 업무량 자료, 민원량, 시설 규모, 위험도, 처리시간 |
직무 기반 인력운영의 이해
직무 기반 인력운영은 단순히 직무급제를 도입하거나 직무기술서를 작성하는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기관이 수행하는 일을 업무 단위로 파악하고, 각 업무의 중요도, 법정성, 위험도, 난이도, 전문성, 업무량, 대체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인력을 유기적으로 배치하는 운영방식이다.
즉, 정원 중심 관리가 “부서에 몇 명을 배정할 것인가”에 초점을 둔다면, 직무 기반 인력운영은 “기관이 수행해야 할 핵심 직무가 무엇이며, 그 직무에 필요한 역량과 인력은 어느 정도인가”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직무 기반 인력운영은 보수체계 개편의 도구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더 넓게 조직설계, 인력 재배치, 교육훈련, 채용, 성과관리, 정원협의의 기초자료를 마련하는 데에 초점을 두게 된다.
직무 기반 인력운영의 핵심은 업무의 중요도·위험도·전문성에 따라 인력을 배분하는 데 있다. 어떤 업무는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고, 어떤 업무는 강화되어야 하며, 어떤 업무는 표준화하거나 자동화할 수 있다. 또한 어떤 업무는 기관 내부에서 직접 수행해야 하지만, 어떤 업무는 지자체, 민간 전문기관, 다른 공공기관과 협업하는 방식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직무 기반 인력운영은 “정원을 늘릴 수 없으니 기존 인력에 더 열심히 하라고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일을 다시 분류하고, 불필요하거나 중복된 일을 줄이며, 꼭 필요한 업무에 인력과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정원과 총인건비의 제약이 클수록 이러한 접근은 더욱 중요해진다.
이러한 흐름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을 한 번에 찾는 것이 아니라 기관의 업무를 데이터와 근거를 통해 지속적으로 조정하는 변화관리에 있다. 직무 기반 인력운영은 한 번의 컨설팅이나 조직진단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반복적으로 갱신되어야 하는 조직운영의 기본체계에 가깝다.
그림 1. 정원 중심 관리에서 직무 포트폴리오 관리로의 전환
지방공공기관의 대응 방안
상기한 논의를 바탕으로 지방공공기관이 정원·총인건비 제약 속에서 인력운영 전략을 전환하기 위해 검토할 수 있는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업무 포트폴리오를 먼저 진단한다.
지방공공기관에서 인력 부족을 논의할 때 곧바로 정원 증원 필요성부터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설득력 있는 정원 논의를 위해서도 먼저 필요한 것은 업무의 목록화이다. 법정업무, 위탁업무, 주민서비스 업무, 안전점검 업무, 평가·보고 업무, 민원 대응 업무, 디지털 관리 업무 등을 실제 수행 기준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때 기존 업무분장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업무분장표에는 적혀 있지 않지만 실제로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회의, 자료 작성, 민원 설명, 현장 확인, 시스템 입력, 평가 대응 업무까지 포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관이 수행하는 업무를 유지·강화·축소·자동화·이관 대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둘째, 안전과 디지털 업무를 부가업무가 아니라 핵심직무로 재정의한다.
안전과 디지털 업무는 조직에서 흔히 “누군가가 추가로 맡는 일”로 처리되기 쉽다. 그러나 두 영역은 이제 지방공공기관의 운영 품질과 책임성을 좌우하는 핵심직무에 가깝다. 안전업무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중요한 업무가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체계를 만드는 상시 업무이다. 디지털 업무도 단순한 전산관리 업무가 아니라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 보안, 민원서비스 개선이 결합된 복합 업무이다. 따라서 기관은 안전직무군과 디지털직무군을 별도로 식별하고, 전담 필요성, 자격요건, 교육훈련, 승계계획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셋째, 재배치와 재교육을 인력운영의 기본 수단으로 삼는다.
정원 확대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수단은 기존 인력의 재배치와 역량 전환이다. 다만 재배치는 단순히 사람이 부족한 부서로 인력을 보내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직무요건과 개인의 경험, 자격, 숙련도, 성장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안전, 데이터, 정보보안, 계약, 민원 갈등, 시설관리 등 전문성이 축적되어야 하는 직무는 순환보직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일정 기간 이상 해당 직무를 담당하며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경력경로를 설계하고, 직무교육과 자격 취득, 현장학습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
넷째, 고정 부서 중심의 조직운영을 프로젝트·협업형 조직으로 보완한다.
새로운 업무가 생길 때마다 정식 조직을 신설하거나 정원을 증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일정한 기간 동안 특정 과제를 수행하는 태스크포스, 부서 간 협업팀, 직무군 기반 협의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전환 과제는 전산부서만의 일이 아니라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현업부서, 민원부서, 기획부서, 감사·보안 담당부서가 함께 참여해야 작동한다. 안전업무 역시 현장부서와 기획·예산·계약·교육 기능이 결합되어야 실효성이 높아진다. 고정된 부서 체계를 유지하되 변화하는 업무에는 유연한 협업구조로 대응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다섯째, 정원협의와 조직개편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한다.
지방공공기관이 정원 확대나 조직개편을 요구할 때 “업무가 많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업무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해당 업무가 법정업무인지, 안전상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민원량과 처리시간은 어떻게 변했는지, 시설물 수와 관리대상은 얼마나 늘었는지, 유사기관과 비교할 때 인력 규모가 적정한지 등을 자료로 제시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업무량, 초과근무, 민원처리 건수, 사고·위험 사례, 교육이수 현황, 외부위탁 비용 등을 축적하고, 외부적으로는 유사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의 조직·인력운영사례를 비교할 수 있다. 불확실성을 “감”이 아니라 “수치와 시나리오”로 관리할 때 정원협의와 조직개편의 설득력이 높아질 수 있다.
정원관리에서 역량관리로
지방공공기관의 인력운영은 이제 단순한 정원표 관리의 문제를 넘어섰다. 정원은 그대로인데 일은 바뀌고 있으며, 그 변화는 안전, 디지털, 민원, 지역상생, 책임경영과 같은 새로운 요구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방식대로 부서별 정원과 결원만 관리하면 현장의 부담은 계속 누적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정원 확대 요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원 확대가 필요한 영역일수록 그 근거를 더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어떤 업무가 늘었고, 어떤 직무의 위험도와 책임도가 커졌으며, 어떤 역량이 부족한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기존 업무 중 줄일 수 있는 일, 자동화할 수 있는 일, 다른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일도 함께 찾아야 한다.
결국 지방공공기관의 인력운영 전략은 “사람을 얼마나 더 확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변화한 일을 수행할 역량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동해야 한다. 정원이 그대로라면 일하는 방식과 조직 설계가 바뀌어야 한다. 직무 기반 인력운영은 그 출발점이다. 이는 인력을 줄이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제한된 인력으로도 공공서비스의 품질과 안전관리 책임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조직운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권향원
아주대학교 행정학과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