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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단 이사장
해임처분의 정당성
서울고등법원 2022.5.11. 선고 2021누50491 판결,
서울행정법원 2021.6.18. 선고 2020구합5870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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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의 개요
(1) 원고는 지방공단(이하, ‘공단’이라고 한다) 이사장이었고, 피고는 공단 이사장에 대한 임면권한을 보유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다. 원고는 공단의 임원 공개모집 공고에 따라 경력사항, 논문 및 저서, 연구 및 과제수행 등의 주요 업적사항을 기재한 응모지원서를 임원추천위원회에 제출하였다. 그리고 피고는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 절차를 거쳐 원고를 이사장으로 임명하였다.
(2) 피고는 공단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하여 원고의 응모지원서 부정, 사전 겸직허가 미이행, 공용차량 사적 이용, 임직원 품위유지 위반, 직무수행 불성실 등을 적발하였고, 원고에 대한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는 한편, 원고를 직위해제 처분하였다. 그리고 공단의 이사회는 원고의 비위행위가 모두 인정된다고 보아 해임을 의결하였고, 피고는 원고를 해임처분하였다.
(3) 원고는 징계사유가 부존재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해임처분이 위법하다며 주위적으로 해임처분 무효 확인을, 예비적으로 해임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판결의 요지
(1) 해임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징계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공단 운영 직무 수행 불성실에 대해서는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그 외의 응모지원서 부정, 사전 겸직허가 미이행, 공용차량 사적 이용, 임직원 품위유지 위반에 대해서는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하였다. 그러면서 해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해임처분이 정당하다고 인정하였다.
(2) 직위해제처분의 적법 여부와 관련하여서도 직위해제처분 당시 원고가 중징계 의결을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다고 인정되며, 원고의 비위 정도가 가볍지 아니하고 그 지위에 비추어 계속 직무를 수행함으로 인하여 공정한 공무집행에 위험을 초래할 여지도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하면서 직위해제처분도 적법하다고 하였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그 밖에 업무 수행 중 관계 법령을 중대하고 명백하게 위반한 경우’에는 임기 중에도 지방공사의 사장을 해임할 수 있다.
시사점
지방공기업법에서는 지방공사·공단의 대표자인 사장과 이사장의 해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지방공사의 사장과 감사는 지방공기업 경영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과 능력이 있는 사람 중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면(任免)한다고 규정하여(제58조 제2항),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해임권을 부여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장의 경영성과에 따라 임기 중에 해임하거나 임기가 끝나더라도 연임시킬 수 있으며(제58조 제4항), 경영성과에 따른 사장의 해임 또는 연임의 기준 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별도로 정하고 있다(제58조 제6항, 시행령 제56조의2).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영 개선 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또는 ‘그 밖에 업무 수행 중 관계 법령을 중대하고 명백하게 위반한 경우’에는 임기 중에도 지방공사의 사장을 해임할 수 있다(제58조 제5항). 이들 규정은 지방공단의 이사장에 대해서도 이를 준용한다(제76조 제2항).
대상판결은 지방공단 이사장에 대하여 비위행위 등을 이유로 업무 수행 중 관계 법령을 중대하고 명백하게 위반하여 해임처분한 것이 정당한지에 대하여 판결한 사건이다.
응모지원서 부정
허위 또는 과장된 학위, 경력 등을 행사하여 채용 또는 임용된 것이 뒤늦게 밝혀져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되곤 한다1). 대상판결에서도 원고가 임용을 위해 허위로 이력서인 응모지원서를 기재한 것이 뒤늦게 밝혀져 해임처분 사유에 해당하는지 주요한 쟁점이 되었다.
대상판결에서는 원고가 임원추천위원회에 제출한 응모지원서의 상당 부분이 부정하게 기재되었음을 인정하면서, 이는 임면권자인 피고의 정당한 신뢰를 저버리는 중대한 채용비리 행위로서 피고가 이를 미리 알았더라면 원고를 공단의 이사장으로 임명하지 않았을 것임이 예상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피고는 원고에 대한 임용을 취소할 수 있고, 원고에게 다른 해임사유가 존재하는 이상 임용 취소를 해임처분의 방식으로 가능하다고 하였다. 더 나아가, 피고가 인지하지 못했던 이상 원고를 이사장으로 임명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하자가 치유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지방공단과 이사장의 법률관계는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사법상 위임계약을 체결한 것과 유사하므로, 민법상 취소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 즉, 임용계약 체결과정에서 착오를 일으켰거나(민법 제109조) 고의로 기망행위를 하였을 경우(민법 제110조)에는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대상판결에서는 다른 해임사유가 존재하는 이상 임용 취소를 해임처분의 방식으로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지방공기업 임원 후보자의 허위 학력 및 경력 등이 기재된 응모지원서 등에 대해서는 임원추천위원회 등을 통하여 임명을 제한하여야 한다. 만약 이를 간과하여 해당 후보자가 임용된다면 그 자체로 지방공기업의 신용과 명예가 훼손된다. 하물며, 업무방해죄, 사기죄 또는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 등 형사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에 임원 공고문에서부터 허위의 이력서 등에 대해서는 임용이 취소될 수 있음을 고지하고, 후보자가 제출한 응모지원서의 검증을 보다 철저히 하여야 할 것이다.
임원의 비위행위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업무 수행 중 관계 법령을 중대하고 명백하게 위반한 지방공사·공단의 대표자를 임기 중이라도 해임할 수 있다(제58조 제5항 제2호)2). 지방공사·공단의 대표자를 포함한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의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에 법령과 정관에 따라 지방공사·공단을 위하여 그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여야 함은 당연하며, 지방공기업법에서는 지방공사·공단의 대표자에 대해서 업무 수행 중 관계 법령을 중대하고 명백하게 위반한 경우를 해임사유 중의 하나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대상판결에서는 직무 불성실을 이유로 해임이라는 가장 중한 징계를 하기 위해서는 그 비위행위의 내용 및 정도가 객관적으로 중대하고 명백하여 공단의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로서 피고와의 신뢰관계가 중대하게 훼손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원고의 응모지원서 부정 외에 임기 중 법령과 정관에 따른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인정하였다. 각각의 사유를 살펴보면, 임원이 아닌 직원에게도 징계사유에 해당함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겸직 허가 미이행에 관한 사항이다. 지방공사·공단의 임직원은 그 직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임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허가 없이, 직원은 이사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제61조 제1항, 제76조 제2항). 이는 직무에 관한 높은 도덕성 및 업무에 대한 성실성을 부과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대상판결에서는 원고가 사전 겸직 허가를 이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미이행함으로써 공단의 이사장으로서 요구되는 도덕성 및 성실성을 져버렸다고 판단하였다.
둘째, 공용차량의 사적 이용에 관한 사항이다. 공용차량뿐만 아니라 각종 공용물품 등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이용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위반할 경우에는 절도죄, 업무상 배임죄 등의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실제 대부분의 기관에서는 공용차량의 사적 이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내부규정을 마련하고 차량 운행일지까지 작성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공단의 ‘공용차량 관리 내규’에서 차량의 사적 운행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원고가 공용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였다고 인정하였다.
셋째,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관한 사항이다. 대부분의 지방공사·공단은 직장 내 성희롱뿐만 아니라 갑질 등 직장 내 괴롭힘 등을 방지하기 위한 각종 노력을 다하고 있다. 오죽하면, 정당한 업무 지시 등도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상판결에서는 공단의 임직원 행동강령에서 부당한 직무권한 행사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원고가 공단의 이사장이라는 지위에서 유래되는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여 신입 여직원에게 사적인 식사를 제안하였고, 직원에게 중국어학원 등록 및 과제를 도와달라고 지시하였음을 인정하였다.
경영평가
지방공사·공단의 대표자를 경영성과에 따라 임기 중 해임할 경우에는 경영평가 결과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면서 그 기준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제58조 제4항 및 제6항, 시행령 제56조의2). 해당 사건은 경영성과에 따른 해임은 아니지만 직무 불성실을 판단함에 있어 경영평가 결과를 고려하고 있다. 감사 과정에서의 직원들의 문답서나 집단 청원서는 공단 직원들의 원고에 대한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평가에 불과하고, 달리 원고의 직무 불성실의 내용 및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하면서 경영평가 결과를 고려한 것이다.
공단은 경영평가에서 2017년(2016년 실적 기준) ‘가’ 등급을, 2018년(2017년 실적 기준) ‘나’ 등급을, 2019년(2018년 실적 기준) ‘다’ 등급을 각각 받았으며, 원고가 이사장으로 재직한 이후인 2019년도 실적을 기준으로 한 2020년도에도 ‘다’ 등급을 받았다. 대상판결에서는 원고의 이사장 임명 이전부터 공단의 경영성과 및 실적이 점차 악화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특별히 원고의 직무 불성실로 인하여 이 사건 공단의 경영성과 및 실적이 현저히 악화되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즉, 경영평가 실적 추이 등을 고려하여 경영평가 결과를 직무 불성실의 근거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별도의 객관적인 자료가 없을 경우 경영평가 결과를 직무 불성실의 판단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는 지점이다.
지방공공기관은 일반 사기업보다 높은 수준의 청렴하고 공정한 조직문화를 추구한다. 이에 보다 많은 권한을 보유한 임원은 전문적인 식견과 능력뿐만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자질이 요구된다. 시대는 변화하였다. 과거와 달리 위법·부당한 지시라도 따르는 상명하복의 문화는 더는 인정받을 수 없다. 누구라도 위법·부당한 임원의 행위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이 당연한 것이다. 지방공공기관의 임원은 이와 같은 점을 명심하고 그 누구보다도 솔선수범하여야 할 것이다.
1) 근로자의 이력서 허위 기재 등에 따른 해고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3두11031 판결, 대법원 2012. 7. 5. 선고 2009두16763 판결 등 참조.
2) 또한, 지방공기업법 제63조의6에서는 징계 및 징계부가금에 대해서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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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진
지방공기업평가원
연구위원·법학박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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