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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공기관 통폐합 시
인사관리상 유의점
기업 간 합병은 비단 민간부문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공기업에서도 공적서비스의 기능조정 또는 운영상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하여 기관 간 통폐합이 이루어진다. 필자가 소속된 기관은 한 정부부처의 산하 공공기관으로 실제 동일 부처의 산하기관과 통폐합 경험을 겪은 바 있다. 필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지방공공기관에서도 통합 시 고려해야 하는 인사관리상 쟁점 중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통폐합 방식과 근거 법령 등의 차이에 따라 인사관리상 쟁점별 중요성 및 시급성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될 지방공공기관에 실무적인 시사를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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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한 취업규칙에 따른 근로조건 차이의 조정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는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통일적으로 규율하는 취업규칙을 지니고 있다. 소속 직원의 보수, 휴일 및 휴가, 정년, 복무 등 다양한 근로조건을 정하는 내부규정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동일 지자체 산하 지방공공기관들이라도 기관마다 독립된 취업규칙을 보유하고 있기 마련이다. 통합 이후라도 하나의 취업규칙으로 통일되기 전까지는 한 출신 기관에 따른 서로 다른 근로조건이 적용된다. 하지만, 엄연히 다른 회사의 직원이었을 때에 비해 통합된 이후에는 달리 설정되어 있는 근로조건에 대한 상대적 민감성이 더욱 커진다.
따라서 통합된 이후에도 통합 전의 각각의 취업규칙을 적용하는 것은 인사관리 실무상 매우 부담스럽다. 기존 취업규칙 적용에서 오는 근로조건의 차이는 통합기관 직원 간 갈등 요소가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하나의 일관된 취업규칙으로 통일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통합된 복수기관들의 취업규칙을 하나하나 비교하여 더 유리한 쪽의 취업규칙으로 전면 적용한다면 좋겠지만, 취업규칙의 변경은 정책적 가용범위(인건비 예산 및 공기업 관리방침 등) 내에서 이뤄져야 하므로 소위 “통합된 여러 기관의 유리한 제도 고르기”가 실현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채용과 배치전환, 교육훈련
채용 측면에서 지방공공기관의 사회형평채용 의무고용인원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지방공공기관은 사회형평채용을 실현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관련법에서 의무화해놓은 기준치들이 있어 이를 준수해야 한다. 예컨대 장애인 채용, 국가보훈 취업지원대상자 등 채용 시 의무고용 기준은 상시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일정 비율을 정하고 있는데, 통합 이후 상시근로자 수의 변경으로 인해 채용해야 할 의무고용인원이 증감될 수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관의 업종특성에 따라 의무고용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관련 부처에 확인해 대응해야 한다. 요컨대, 기본적으로 통합 이후 기준 직원 수(분모)가 커지기 때문에 의무 고용률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고용률에 대한 개선성과가 실적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인사관리상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채용계획 수립 등에 미리 이러한 점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직원의 배치전환 시 통합된 복수 기관들의 직원 상호간 교류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통합 이후 인사관리부서에서는 통합으로 확대된 인적자원의 풀(pool)을 충분히 활용한다는 측면과 직원들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사관리에서 예상대로의 순기능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통합된 복수 기관의 직원들은 원소속기관에서 업무 전문성과 경력을 지니고 있다. 하나의 기관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기존의 조직과 다른 낯선 업무환경 하에서의 새로운 직무 수행은 인사부서의 기대만큼 직원들의 수용성이 높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통합된 복수기관의 상호간 배치전환 전략을 신중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통합 이후 직원 간 ‘화학적 통합’을 목표로 직원 간 교류 인사를 실시하는 속도전 전략 역시 분명 직원 간 갈등과 새로운 환경 적응 측면에서 리스크를 내재하고 있다. 이에 새로운 기관의 핵심가치 및 비전, 미션과 개인별 직무에 대한 교육과 가치공유가 우선될 필요가 있다.
한편, 지방공공기관은 동일 지자체 산하에 속해 있기 때문에 생활근거지 변경이라는 지역적 문제의 정도는 낮지만, 만일 배치전환에 지역이동이 수반되는 경우라면, 인사관리상의 효율성 문제와 함께 노동법적 측면에서의 정당한 인사명령인지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직원능력개발(HRD) 측면에서도 유의가 필요하다. 통합되는 기관들 사이에는 어느 정도 사업적 유사성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입직경로, 기존의 경력개발을 목표로 했던 직원들에게 기관의 통폐합은 새로운 경력경로를 설계해야 하는 비자발적 부담을 갖게 한다. 따라서 통합후에는 각 기관의 전략적 방향에 맞게 수립되었던 각각의 교육훈련 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가능한 신속하고 집중적으로 새로운 통합기관의 비전과 미션, 조직의 핵심가치 등에 대한 공유 확산을 위해 교육훈련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각각 별개의 독립기관으로 오랜 기간 연혁을 지니고 있을수록 직원들의 인식변화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이러한 갑작스런 조직변화와 소속 직원의 인식 사이에 발생하는 일종의 아노미 현상은 향후 통합기관으로서 내부 직원 간 갈등 요소로 잠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상 및 평가, 승진관리
보수 및 평가, 승진체계의 재정립에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앞서 언급한 취업규칙의 통일과 관련하여 가장 논쟁적인 사항은 보수 및 평가, 승진에 관한 사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직원들에게 중요하고도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우선 보수체계는 기관의 특성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는 직급 및 직렬을 기본적인 기준으로 하여 연공급 요소(호봉제)와 성과급 및 직무급적 요소 등이 일정비율로 가미되어 정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통합된 기관들은 각자 저마다의 직급과 직렬체계를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통합된 기관들의 직무가 서로 완전히 상이하여 통합 이전과 동일하게 각자의 직급과 직렬 체계를 유지하며 병존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기관통합으로 기능상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유사성 있는 사업조직 간 결합의 결과일 것이고, 통합 이후에도 해당 기관들마다 사용하던 기존의 보수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단기적 관점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인사전략상 기관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보수체계의 기반이 직급과 직렬에 있다면 통합된 기관들의 직급 및 직렬을 재정립하는 것이 보수체계 조정의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복수의 직급체계를 하나의 직급체계로 통일하는 것은 당사자인 직원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여 각자의 이해관계를 계산하도록 만든다. 예컨대 5직급 체계의 A 기관과 9직급 체계의 B 기관이 합쳐진 경우, 양 기관의 직급별 또는 직급 간 보수 수준의 차이로 인해 변경 이전과 이후 직원 개개인의 근로조건이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는지 여부를 필연적으로 따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통합 전후 현재 시점의 보수 수준은 물론 승진가산액 또는 승진 소요 연한 등 장래적 불이익이 있는지도 검토한다. 또한, ‘직급’, ‘직책’, ‘직급 명칭’은 보수의 기준으로서의 의미일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 있어서 ‘사회적 지위’로서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직급의 통일 또는 변경’ 문제에 대하여 직원들은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쟁점은 개별 직원 차원이 아니라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를 통한 집단적 의견제시와 교섭 요구를 통해 표출될 수 있다. 즉, 직급체계 등에 취업규칙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어느 근로자 집단에 유불리한지의 판단과 함께 특정 근로자 집단에 불리한 방향이라고 해석되는 경우 근로자대표 또는 과반수노동조합의 동의가 필요하다(근로기준법 제94조 참조)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직급 및 직렬 등에 통합된 기관들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경우 이를 통합하려는 노력은 당연히 요구되는 것이지만, 무리한 통합 시도는 오히려 더 큰 인사관리상 후유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 하물며, 어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인사제도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보수체계 및 직급체계 등을 재정립하기 위한 노사협의체 등 논의기구를 구성하여 중장기적인 인사관리 로드맵을 수립하여 추진할 필요도 있다.
성과평가와 승진제도 역시 보수체계와 같이 직원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관심도가 집중되는 영역이다. 성과평가의 경우 통합된 복수의 기관들 사이에 개인 및 부서 단위에 대한 각각의 평가 시스템이 존재할 것이고, 이를 일치시키려면 부득이한 과도기가 수반된다. 개인 또는 조직의 성과 및 역량 목표에 대한 확인 점검이라는 인사평가의 성격상 기관이 통합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소급하여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평가제도는 그야말로 개개인에 따라 그 공정성에 대한 기준과 해석이 다를 수 있으니 통합 이후의 적정한 평가제도를 새롭게 정립하는 부분도 시간적 소요가 필요할 것이다.
승진관리는 각 기관의 직급별 TO 및 인력운영계획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승진제도의 투명성과는 별개로 승진제도 운영의 특성상 그 내부 검토 과정이 일정 부분 비공개로 추진될 수밖에 없는 인사관리 측면이 있어, 승진 결과만을 놓고 판단할 때는 통합된 해당 기관 모두 또는 특정 기관 출신의 직원들은 직급체계와 직급별 정원 통합과 연계하여 상대적 불공정함을 느낄 위험이 상존한다. 따라서 통합 이후 승진제도 운영 시에는 그 절차와 심의에 있어 더욱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미래지향적 인사관리 전략 수립과 갈등 해소에 대한 노력
기관통합 후 인사관리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는다. 하나는 새로운 전략적 인사관리 방향과 기준을 정립하여 통합기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미래지향적 인사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직원 간 갈등 해소를 통한 안정적 조직문화 구축이라는 적극적 제도개선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직원들은 공공정책변화라는 통합기관의 역할에 대한 수용과 공감과는 별개로, 변화된 근무환경에서 자신의 처우가 저하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새로운 환경의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는 통합된 상대기관 소속 직원과의 비교를 통해 상대적 민감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통합기관의 새로운 가치를 모든 직원에게 공유하는 한편 직원들 사이의 갈등 요소를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과 화합문화 조성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통합으로 인한 갈등은 법적 시비를 판단한다고 하여 해소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라는 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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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병
한국고용노동교육원
책임연구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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