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지역 소멸과 인구 감소라는 위기를 겪는 지역사회에서 교육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되었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 혁신은 지역의 교육 인프라 한계를 극복하고,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전 세대의 학습 역량을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북교육청의 ‘에듀테크 교육도시’ 선언, 영덕군의 볼런투어 연계 디지털 콘텐츠 교육, 포항시의 산업 맞춤형 고등교육 체계 등은 지방의 현실에 기반한 디지털 교육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방의 미래 인재 양성과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기반을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 본고에서는 지역 디지털 교육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지방교육의 혁신 가능성을 살펴보고,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디지털 기술이 지방교육을 어떻게 재정의하고 있는지 그 해답을 제시해 본다.

지방교육의 현실과 도전
2025년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와 지역 불균형이라는 이중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학령인구 감소, 교육 인프라의 불균형, 지역인재 유출 등 복합적 요인들로 인해 지방과 수도권 간 교육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2024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방(비수도권) 소재 학교의 학생 수는 최근 5년간(2019~2024) 연평균 약 2.3% 감소했으며, 이는 수도권 지역의 연평균 감소율인 약 0.7%보다 약 3.3배 높은 수치다. 이 같은 ‘교육 블랙홀’은 지역경제 침체와 인재 유출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 특히 지역인재 유출은 지역 경제의 침체, 혁신 역량의 약화, 교육 인프라의 축소, 지역 공동체의 약화, 국가 균형발전의 저해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증강현실(VR·AR) 등 첨단 기술을 교육에 접목한 ‘에듀테크(Edutech)’는 지역교육의 질을 높이고, 지역 인재의 유출을 막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에듀테크는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으며, 개인 맞춤형 학습 경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지역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고 학습자 중심의 맞춤형 교육체계 구축, 공간적 제약 해소를 통한 교육 기회 확대 등을 통해 개인 맞춤형 학습(personalized learning),
협력적 지식 구축(collaborative knowledge building),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지역 교육을 바꾸는 AI·에듀테크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기술과 원격교육 시스템,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지방 소재 학생들의 학습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고 특히 디지털 플랫폼이 농어촌 지역의 교육격차 해소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연구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AI 튜터링 시스템, AI
기반 학습분석 및 코칭시스템 등의 최신 에듀테크 기술이 지방 학생들의 학습 동기 부여와 성취도 및 참여도 향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고 특히 가상현실(VR) 기반 실험실 시뮬레이션은 물리적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 학교교육의 질을 크게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역교육 맥락에서 에듀테크는 다음과 같은 의의를 갖는다. 첫째, 에듀테크는 지역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교육 평등화’ 도구로 기능한다. 농산어촌 등 교육 소외 지역에서도 양질의 교육 콘텐츠와 학습 경험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 둘째, 지역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을
쉽게 함으로써 ‘지역 맞춤형 인재 양성’을 가능하게 한다. 지역의 산업, 문화, 환경적 특성과 연계한 특화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유리하다. 셋째, ‘지역교육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플랫폼으로 작용한다. 학교, 대학, 기업,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다양한 주체 간 협력을 촉진한다.

에듀테크는 지역교육의 한계를 넘어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지역인재 육성의 핵심 열쇠가 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지역사회가 함께 맞춤형 교육 생태계를
구축할 때, 지방교육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미래를 위한
교육 혁신에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할
시점이다.
표 1. 국내외 에듀테크 활용한 지역인재 양성 현황 비교
지역/기관 | 주요 사업명 | 특징 요약 |
---|---|---|
수원시 | AI 무역청 운영 | 중소기업 대상 AI 기반 수출 지원 플랫폼 운영. 무역 서신, 계약서 작성 등 자동화 지원 |
서울시 | 생성형 AI 챗봇 도입 | 공공데이터 기반 AI 챗봇으로 시민 민원 응대 및 정보 제공 자동화 |
경상남도 | 산불 예방 ICT 플랫폼 | AI가 산불 감시카메라 영상을 실시간 분석하여 산불 조기 감지 및 대응 |
대구시 | AI 교육센터 및 ABB 글로벌 캠퍼스 조성 | AI, 블록체인, 빅데이터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인프라 구축 |
세종시교육청 | 고교학점제 e-지원센터 운영 | 고교학점제 지원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제공, 과목 선택 및 학습 지원 |
전국 교육청 |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 학생 맞춤형 학습을 위한 AI 기반 디지털교과서 도입 및 활용 |
지자체·교육청의 에듀테크 기반 교육혁신 사례
최근 여러 지자체가 AI를 활용하여 행정 효율성 증대 및 시민 서비스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원시는 AI 무역청을 통해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생성형 AI 챗봇을 도입해 시민 민원 응대를 자동화한 후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교육청에서도 AI와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학생 맞춤형 학습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여 학생들의 학습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KERIS(한국교육학술정보원)는 에듀테크 활용 우수사례를 발굴하여 공유하고 있는 등 AI와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
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은 AI와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해외에서 지역 간 교육격차를 해소한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도 Qanda(AI 기반의 수학 문제 풀이 및 튜터링 플랫폼)나 Knowre(AI 기반의 수학 학습 플랫폼으로, 학생의 학습 패턴을 분석하여 맞춤형 학습 경로 제공) 등이 해외
주요국에서도 사용되며 게임화된 학습을 통해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AI와 에듀테크가 지역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데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특히 개인화된 학습, 언어 및 문화적 적응, 기술 인프라의 활용 등이 공통된 성공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어 우리나라 지역의 교육격차 해소에도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표 2. 해외 주요국의 에듀테크 활용한 지역인재 육성 프로그램 예시
프로그램/기관명 | 국가 | 주요 내용 | 특징 |
---|---|---|---|
MindCraft | 인도 | AI를 활용한 맞춤형 학습과 멘토링을 통해 농촌 학생들의 학습 격차 해소 | 개인화된 학습 경로 제공, 멘토 연결, 협업 네트워크 구축 |
SkillBridge | 에티오피아 | AI 기반의 개인 맞춤형 튜터링 프로그램으로, 현지 언어를 사용하여 대학 입학시험 대비 지원 | 학생들의 시험 합격률 향상 목표, 지역 언어 지원을 통해 접근성 향상 |
TheTeacher.AI | 시에라리온 | 교사들을 위한 AI 챗봇으로, 수업 계획, 교실 관리, 과목 지식 등에서 지원 제공 | 122개 학교, 193명의 교사들이 사용하며 지속적인 사용과 긍정적인 피드백 |
Solve Education! |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등 | 모바일 게임 ‘Dawn of Civilization’과 AI 챗봇 ‘Ed the Bot’을 통해 문해력과 수리력 향상 지원 | 저사양 기기에서도 작동 가능, 게임화된 학습을 통해 학습 동기 부여 |
Squirrel AI | 중국 | AI 기반의 적응형 학습 시스템으로, 학생 개개인의 학습 상태에 맞춰 맞춤형 학습 경로 제공 | 중국 전역의 3,000개 이상의 학습 센터에서 사용, 학습 효율성 향상 |
UAE AI 커리큘럼 | 아랍에미리트 | 4세 아동부터 AI 교육을 도입해 디지털 역량 강화 및 미래 직업 시장 대비 | AI 윤리, 프롬프트 작성, AI 결과 평가 등을 포함한 연간 20시간 커리큘럼 제공 |
Paritii EdTech Blueprint | 미국 | BIPOC, 저소득층, 1세대 대학생 등을 위한 공정하고 문화적으로 반응하는 AI 학습 솔루션 개발 | UX, 분석, 제품 설계 등을 통해 교육 기술의 형평성 확보 |
Topica Edtech Group | 베트남 |
온라인 교육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로, 64개 성에 E-learning 인프라 구축 및 온라인 영어 튜터링 플랫폼 운영 |
Google Glass를 활용한 원어민과의 화상 수업 등 혁신적인 기술 도입 |
표 3. 지역 특성에 따른 맞춤형 에듀테크 활용 전략
지역 유형 | 핵심 도전 과제 | 중점 에듀테크 활용 전략 | 적용 기술 및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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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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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어촌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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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도시 재생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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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 맞춤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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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 기반 지역인재 육성 전략
지역의 특성과 여건에 맞춰 에듀테크 활용 전략을 차별화하고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유형별 맞춤형 전략은 예시를 들어 <표 3>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유형별 접근은 각 지역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맞춤형 에듀테크 활용을 가능하게 하여 지역인재 육성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향후 추진 과제 및 정책 제언
이상과 같은 사례나 현황 분석을 통해 도출된 성공적인 에듀테크 활용을 위한 지역인재 육성 모델의 공통 요소는 ① 지역 특성과 산업을 반영한 맞춤형 접근, ② 산학관 협력 거버넌스 구축, ③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효과적 결합, ④ 장기적 비전과 단계적 접근, ⑤ 데이터 기반 성과 관리 등이다. 이를 기초로 다음과 같은 정책적 고려가 있기를 기대한다.
지역 교육 데이터 생태계 구축
지방교육 혁신의 핵심은 데이터에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지역별 교육 관련 데이터의 표준화, 수집, 분석, 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AI 기반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은 지역의 교육-산업-인구 데이터를 통합·분석하여 에듀테크 기반 교육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특히 지역대학, 기업, 연구기관과의 데이터 공유 체계를 구축하여 지역 맞춤형 인재양성 모델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역교육 데이터댐’ 구축도 시급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
지역 기반 에듀테크 실증특례 도입
지방교육의 혁신을 위해서는 기존 규제의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 원격수업 인정 범위, 학습인증 방식, 교육과정 운영 등에 있어 지역 특성을 고려한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실험적 교육모델의 적용과 검증을 촉진해야 한다. 특히 지역별로 지역 고유의 산업과 연계하여 ‘디지털 교육특구’를 지정하여 혁신적 에듀테크 모델의 선도적 적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에듀테크 허브·지역 교육 네트워크 구축
지자체는 지역 교육기관과 에듀테크 기업 간 협력을 촉진하는 허브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에듀테크 솔루션 개발과 적용을 지원하고, 성공적인 모델은 지역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 개별 지자체의 한정된 자원과 역량을 극복하기 위해 인접 지역 간 교육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 지방교육 혁신을 위해서는 교육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민간기업 간의 유기적 협력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다자간 협력 거버넌스가 구축된 지역에서 교육 혁신 성과가 더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개인 맞춤형 학습경로 설계 및 지역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
AI 기반 학습분석 기술을 활용하면 학생 개개인의 학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교사 부족, 학습자 수준 차이 등 지방 학교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은 지역산업과 교육수요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 설계를 가능하게 하므로 이를 통해 지역인재가 졸업 후 해당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인재 유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맞춤형 교육과정(또는 콘텐츠) 개발 시 지역 산업 및 문화와 연계하여 학생들의 지역 이해도와 애착심을 높이고, 지역 기반 진로 개발을 고려할 수 있도록 돕는다.
디지털 시민성 교육 강화
에듀테크 기반 교육혁신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한 취업률 향상이 아닌,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디지털 시민의 양성이다. 지역 청소년들이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지역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정규 교육과정에
도입될 필요가 있다.
에듀테크는 지방교육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에듀테크를 기반으로 하여 지역의 고유한 가치와 자원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모델을 구축하면 지역 교육 혁신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는 교육 접근성 확대, 개인 맞춤형 학습경로
설계, 지역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 등을 통해 지방교육의 질적 향상과 지역인재 육성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지자체, 교육기관, 기업,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유기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은 지역 특성에 맞는 에듀테크 생태계 조성의 핵심 주체로서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 실증사업 지원, 지역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디지털 르네상스를 통한 지방교육의 부활과 지역 균형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미량
성균관대학교
컴퓨터교육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