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지테크: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특히 농촌과 지방 중소도시는 수도권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며, 의료 인프라 부족과 만성질환 방치, 응급상황 대응 지연 등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에이지테크(AgeTech)’ 기술이 고령자의 자립적 건강관리와 지역 정주 여건 개선의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웨어러블 디바이스, 돌봄 로봇, AI 스피커 등 새로운 기술은 이제 고령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저출산 초고령사회와 지역 격차의 교차점
한국은 2024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를 넘기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사회(14%)에 진입한 지 불과 7년 만의 변화다. 이는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는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2030부터 2060년까지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연평균 0.8%씩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농촌과 지방 중소도시는 고령화의 속도가 수도권보다 2배 이상 빠르다. 이는 의료 인프라 부족, 만성질환 관리 미흡, 응급 대응 지연 등의 요인에서 비롯되며, 동시에 이러한 문제들을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고령자의 건강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사회적 과제다. 다행히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이를 활용한 에이지테크(AgeTech) 기술은 단절된 의료 접근성을 보완하고 고령자의 자립적 건강관리와 지역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양자 도약의 창을 열고 있다.
인공지능·에이지테크의 확산
에이지테크(고령친화기술)는 고령자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기술을 지칭한다. ‘제론테크놀로지(Gerontechnology)’와 유사한 개념이다.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공지능·에이지테크나 로봇·에이지테크는 건강, 돌봄, 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고 있고, 그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2024)은 ‘고령자 자립생활기술(AIP Tech)’, ‘고령자 돌봄 기술(CareTech)’, ‘고령자 기술 수용 서비스(Senior Technology Adoption Service)’를 에이지테크의 3대 핵심 분야로 구분한다. ‘AIP
Tech’는 주거·스마트홈, 시니어 영양, 디지털헬스케어, 운동·재활, 이동, 정서 지원·감성 서비스 등의 영역에서 고령자의 자립을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인프라·제품·서비스를 포함한다.
‘CareTech’는 고령자 돌봄서비스 종사자의 신체적 부담 경감 및 미래 돌봄 종사자 인력 부족 대비를 위한 돌봄 로봇 등을 포함한다. ‘고령자 기술 수용 서비스’는 고령자가 기술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지칭한다. 에이지테크는 이러한 핵심 분야를 포함하여
다양한 영역으로 분류되지만, 동시에 여러 분야가 중첩되어 대응하기도 한다. 스마트지팡이, 이승서포트로봇, 배설지원로봇, 낙상감지장치, AI반려로봇 등 많은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고령자 건강·정주 개선, 에이지테크 활용 사례
① AI 웨어러블을 활용한 건강 모니터링 및 예측 관리
AI 기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심박수, 혈압, 수면 패턴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이들 정보를 활용하면 특히 고령자의 건강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이들은 ‘나의 건강기록’ 앱을 통해 개인건강기록(PHR: Personal Health
Record)을 관리하는 사업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건강정보 고속도로’의 구축에 연결·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서울 성북구가 2023년에 본격 시작한 ‘스마트 헬스케어 시범사업’에서는 고령자 대상 웨어러블 기기를 배포해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고령자의 건강 자가관리 능력 향상과 만성질환 예방에 활용한다.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가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블루투스 활동량계, 체중계, 혈압계, 혈당계 등 스마트 측정기기를 대여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6개월간 보건소 전문가의 비대면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강원도 정선군은 2024년 ‘AI-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사업’에서 고령자를 대상으로 스마트워치를 보급하여 심박수, 혈압, 운동량 등을 모니터링하고, 지역 보건소의 간호사가 이를 주기적으로 확인하여 위험군을 조기 선별했다. 한편으로, 부산
해운대구는 낙상
위험이 높은 독거노인 가정에 AI CCTV를 설치해 이상행동(예: 장시간 움직임 없음, 쓰러짐 등)을 인공지능이 감지하고 이를 사회복지사에게 실시간 알림으로 전송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② 디지털 돌봄서비스의 확산
인공지능·에이지테크는 스마트홈이나 비대면 진료 및 원격 모니터링에도 활용된다. 서울 성북구는 AI 스피커와 IoT 센서가 결합된 스마트홈을 도입하여 고령자가 음성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기상 및 약 복용 알림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2024년 552명이 등록하여 혜택을 보고 있는데, 80대 초반의 한 어르신이 사업 참여 전에는 식후 혈당이 186mg/dL이었으나, 6개월 후 125mg/dL로 개선된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한시적으로 허용된 원격진료 시범사업은 이제 농어촌 고령자의 진료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전남 완도군 보건의료원은 원격진료 플랫폼을 활용하여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도서지역 주민들의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의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진단하고 약 처방을 연계하고 있다.
③ 인지 건강관리 및 정서 돌봄
인공지능·에이지테크는 인지 건강관리 및 정서 돌봄 또는 디지털 인지훈련 콘텐츠의 보급에 활용된다. 충북 괴산군에서는 인공지능 말벗 로봇 ‘효돌이’를 도입하여 고독사 위험이 높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대화, 노래, 게임 등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지역 노인복지관에 디지털 인지훈련 키오스크를 배치하여 치매 예방 프로그램(예: 퍼즐, 숫자 게임, 영상 따라 하기 등)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공공기관 및 지자체의 역할과 협력 가능성
인공지능과 에이지테크의 성공적 추진과 활용을 위해서는 지역 주도의 통합적 실행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첫째, 지역이 중심이 되어 지역 특성과 지역 수요에 기반을 둔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지역 대학 및 연구기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인공지능·에이지테크를 연구 개발하고 그 실증 및 평가를 위한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역거점병원, 지방의료원,
보건소 등에 원격 시스템을 연결해서 원격진료, 온라인 건강상담, 예방접종 알림 등의 서비스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지역의 노후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고령친화 스마트홈으로 개조하는 것도 추진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 민간기업과 지방개발공사의 공동 참여등 다양한 방안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실증에 기반을 둔 개별 디자인 및 정책 설계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인공지능·에이지테크 실증사업을 통해 구축된 결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 설계가 이루어지고 실증 기반 튜닝 과정을 거쳐 이행 로드맵을 정해가야 한다.
셋째, 인공지능·에이지테크는 노인복지관, 보건소, 방문간호 등 기존의 지역 돌봄체계 및 돌봄인력과 조화를 이루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방문간호사, 요양보호사 등 기존 인력이 AI 기반 플랫폼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정보 공유 또는 교육이 요구된다.
넷째, 어르신들의 디지털 문해력 내지 건강 문해력 향상을 위한 교육이 확대되어야 한다. 고령자 대상 스마트폰 활용 교육, AR/VR 기반 건강 콘텐츠 체험 등 디지털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 등을 포함한다.

에이지테크는 지역 간
의료 서비스 격차를 해소하고
고령자의 건강과 돌봄,
생활환경 개선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 지역사회가 협력해
맞춤형 에이지테크 생태계를
구축할 때, 지역 의료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고령사회의 도전에 함께 대응할 때다.

선진 각국의 노력
미국은 국립노화연구소(NIA)의 주도로 AI 기반 알츠하이머 예방 및 치료법 개발을 위한 AI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에이지테크 관련 제품(AI 기반 진단, 간병, 디지털 치료, 원격진료, 환자 모니터링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대상으로 연구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범국가적 차원의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 및 ‘스마트 건강·양로(노인 돌봄) 산업 발전 실행 계획(2021~2025년)’에 따라 돌봄서비스에서 에이지테크 기반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등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일본은 돌봄서비스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후생노동성이 ‘돌봄 로봇 개발·보급 촉진 사업’ 등을 통해 돌봄 로봇 상용화·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정책 제언: 앞으로의 추진 과제
인공지능·에이지테크는 고령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기술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복합적 해결책이다. 농어촌이나 의료 취약지의 고령자는 건강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실행력, 민간의 기술력, 중앙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디지털 포용사회를 실현함으로써 고령자도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우선, 고령자의 삶의 질 개선과 실버경제 시장을 활용한 성장엔진의 확보를 위해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에이지테크 전략과 이행 로드맵이 요구된다. ‘국가 차원의 로드맵’에 따라 에이지테크 제품·서비스 개발 투자를 지원하고, ‘Scale-up 전략’에 따라 에이지테크 관련 산업
성장을 위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활용성 평가’를 통해 에이지테크 제품·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전문인력 양성·활용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에이지테크의 안정적 도입과 활용, 확산을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초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한 우리나라의 시급한 현안은 돌봄 인프라와 인력의 부족 문제다. 에이지테크 3대 핵심 분야 중 ‘고령자 돌봄 기술(CareTech)’에 초점을 두고 정책 및 투자 지원의 확대를 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에이지테크를 활용한
고령자 돌봄 및 지역사회 건강관리 체계 구축은
초고령사회 대응의 필수 과제로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긴밀히 협력하여
정책적 지원과 기술 혁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과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① 제도 및 규제 정비
인공지능·에이지테크가 적극 활용되어야 함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는 역으로 AI 의료기기·서비스의 표준화, 인증체계, 안전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점도 보여준다. 식약처,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기술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표준화 및 인증체계 수립이 요구된다. 또한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원격진료를 금지하는 의료법을 개정하고, 반대로 원격진료가 개인건강정보의 유출, 의료의 오남용 등 이탈된 방향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적절한 규제 방안을 강구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② 개인건강기록 인프라의 구축
고령자 건강, 돌봄, 주거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공공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개인건강기록(PHR)을 위한 ‘나의 건강기록 앱’을 확산하는 정부 인프라 및 기술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전자의무기록(EMR) 인증제도를 통해 상호운용성에 기반한 전자건강기록(EHR)을 전국 규모로 확산하고, 이것을 인공지능·에이지테크 등에서 확보한 개인건강데이터(PHD)와 결합함으로써 개인건강기록(PHR)이 치료 현장에서의 ‘1차적 활용’과 연구 및 정책 현장에서의 ‘2차적 활용’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③ 기술 기반 조성을 위한 시범특구의 지정
초고령 지역을 인공지능·에이지테크 융복합 시범특구로 지정하여 재정·세제 지원을 받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전남 고흥, 강원 정선, 경북 의성 등 초고령 지자체는 의료 인프라 부족, 돌봄 인력 고갈, 고립감과 고독사 문제 등 다층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고령자의 자립적 건강관리, 정서 돌봄, 사회적 연결을 기술로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디지털 건강관리 존(Health Monitoring Zone): 웨어러블 기기나 스마트홈 기기를 활용해 실시간 생체 데이터를 수집하고, 만성질환의 관리와 예방 중심의 원격진료를 허용한다. 이때 지자체와 지역 거점병원이 협력해 운영할 수 있다. 또한 AI 챗봇을 통해 건강 상담 및 복약 알림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 돌봄존(CareTech Zone): AI 말벗 로봇과 인지 훈련용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지능형 응급 알림 센서와 응답 시스템을 구축한다. 방문간호사와 돌봄 기기를 연동한 ‘하이브리드 돌봄’ 체계도 가능하다.
디지털 문해·소통존(Digital Inclusion Zone): 고령자를 위한 스마트기기 교육장을 운영하고, VR·AR을 활용한 디지털 인지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로컬 커뮤니티와 연계한 디지털 자조 모임도 조직할 수 있다.
에이지프렌들리 스마트주거존(Aging-in-Place Zone): 지자체 주도의 공공임대주택에 IoT 기반 스마트홈을 구축하고, 이동 약자를 위한 자율주행 셔틀과 헬스케어 모빌리티 실증 사업을 추진한다. 고령자와 지역 청년이 함께 거주하는 ‘세대융합형 스마트 마을’도 구상할 수 있다.
④ 민관 협력 생태계 구축
앞에서 지역이 중심이 되어 지역 특성과 지역 수요의 실증에 기반을 둔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실증의 기회를 지역 혁신기업에 확대해야 하며,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지역 내에서 파일럿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지방정부 주도의 리빙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고령자, 가족, 지역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에이지테크 리빙랩 모델을 도입하여 수용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