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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Summer

노무 강좌

AI 도입에 따른 인사관리 변화와
노동법적 쟁점

노동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현재 주로 채용 단계에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인공지능이 머지않아 노동 분야의 여러 단계에 적용되어 인사관리 방식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하에서는 한국노동연구원이 2024년에 발표한 ‘인공지능의 인사노무 관계 진입과 노동법적 쟁점’ 보고서를 바탕으로, 인사관리 방식에 AI 기술이 도입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노동법상 쟁점을 알아보고, 근로자 보호라는 노동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활용 방안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인사관리 변화

현재 국내외 다양한 기업들은 AI 기술을 활용하여 기업의 인사관리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인사관리 단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분야가 채용 분야이다. 서류 전형→필기·역량 검사→화상 면접 각 과정을 인공지능이 자동화하여 지원자의 조직적합성 및 직무적합성을 평가한다. AI 기술은 채용 과정에 상당한 시간을 절약하고 채점 과정을 표준화하여 인간의 주관적 편견을 줄이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다.

교육훈련 분야에서도 AI 기반 교육 플랫폼으로 직원별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직원들의 입직·배치·퇴직 과정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하여 개인의 특성에 따라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의 경우 인공지능 기반 영업점 이동 배치 시스템을 활용하여 임직원의 이동 배치에 AI를 활용하는 등 인사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징계 등의 인사 결정에도 인공지능 기술로 수집한 정보를 활용하기도 한다. 미국 기업 아마존의 한 물류센터(JFK8)에서는 업무 이탈 시간(TOT, time off task)이 길어지면 서면 경고 또는 해고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때 인공지능이 근로자의 웨어러블 기계에서 수집한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이렇듯 현재 국내외 다양한 기업들은 근로자의 채용부터 근로관계 종료까지 단계별 인사관리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거나 추진 중이다. 인사·노무 단계에서 인공지능이 사용자를 대신하여 ‘자율적인 판단’으로 배치, 인사고과, 해고 등을 결정하는 사례는 현재 많이 발견되지 않고 있으나, 인사 처분의 기준이 되는 자료를 인공지능이 수집하고 정리하는 사례는 존재하며, 이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AI 도입에 따른 노동법적 쟁점

AI가 사용자를 대신하여 자율적인 판단 아래 인사 결정을 할 경우, 과연 AI가 인사 처분의 정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인간의 개입 없이 이루어진 결정이 옳은지가 노동법적 주요 쟁점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노동법과 판결례는 인사 처분에 대하여 ‘합리적이고 공정한’ 또는 ‘정당한’이나 ‘사회통념’과 같은 추상적·규범적 판단기준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편견을 학습하여 차별적인 판단을 하는 경우의 문제

「국가인권위원회법」, 「남녀고용평등법」 등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종교·장애·나이 등을 이유로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채용에 있어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AI를 활용하여 채용 대상자를 결정할 때 인공지능이 차별(편향)을 학습한다면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법률을 위반하고 채용의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 2018년 미국 회사 아마존의 인공지능 시스템이 채용 과정에서 남성 후보자가 더 적합하다고 스스로 학습하여 ‘여성 체스 동호회 회장’과 같이 ‘여성’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이력서에 감점을 주어 아마존은 해당 인공지능 채용 계획을 백지화한 사례가 있다.

그러므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채용 시 현행 법제를 준수하고 차별적 판단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개발 단계에서부터 차별금지가 반영되어야 하고, 그 결과 인공지능이 차별적 요소를 걸러내는지를 알아보는 편향성 감사(bias audit, 영향 평가)를 고려하는 등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여기서 편향성 감사란 인공지능 시스템과 알고리즘 내의 편향(bias)을 식별하고 측정하며, 이를 해결하여 인공지능이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포괄적이고 구조화된 영향 평가 절차를 말한다. 뉴욕시는 2023년 1월 1일부터 기업이 ‘자동화된 고용 결정 도구(AEDT, Automated Employment Decision Tool)’로 채용 또는 승진 대상자를 선별할 경우 편향성 감사를 실시하도록 조례로 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구직자 또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완전히 자동화된 채용 결정을 할 경우 인공지능에 대한 편향성 감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여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인공지능의 채용 과정에 최대한 차별적 요소가 내재되어 있을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규범적 판단에 따른 인사 결정을 할 수 있는지의 문제

인사상 조치들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의 상당한 재량권이 인정된다. 그러나 노동법은 근로계약의 내용, 신의성실의 원칙, 인사상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등에 따라 사용자의 인사권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사용자의 인사 처분에 정당성이 요구됨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정당성’이라는 규범적 판단은 매우 추상적이기 때문에 판례는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인 해석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징계의 경우 징계 사유와 절차, 양정이 모두 정당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정당성 판단에 대하여 판례는 ‘근로자의 기업 질서 위반행위가 사회통념상 더 이상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판단한다. 또한 전보 등 배치전환의 정당성 기준에 대하여 판례는 사업주의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와의 협의 절차를 거쳤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인공지능이 이러한 인사 결정을 사용자 대신 수행한다면 우리 현행 법제와 판례가 제시하는 추상적·규범적 판단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타당한지가 쟁점이 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인공지능이 완전한 자율성을 가지고 상황별로 타당한 규범적 판단을 수행하는 데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규범적 판단에는 기계가 갖고 있지 않은 도덕적 추론, 상황별 가치, 공감, 주관적 경험 등이 포함되는데,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훈련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과 패턴을 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정량적인 자료를 제시하더라도 이는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하고 최종적인 결정은 인간이 판단하여야 한다.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인공지능의 완전한 자동화 결정에 대한 노사 간 잠재적인 분쟁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대리 노무 지휘 시 민·형사 책임 문제

인공지능이 사용자를 대신하여 노무 과정을 지휘·명령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 주체가 누구인지 불분명해질 수 있다.

산업재해의 경우 「산재보상보험법」상 근로자가 보상받을 수 있는 급여 외에 사업주에게 민사상 과실이 있는 경우 불법행위 책임을 물어 추가적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사람인 사용자의 과실을 전제하므로 인공지능의 오류 또는 자율적 판단에 따라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누가 책임질 것인지가 문제 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형사책임도 범죄능력과 형벌능력이 요구되므로 이 또한 책임의 주체가 쟁점이 된다.

인공지능이 자율적으로 내린 판단에 대하여 그것이 자연인인 사람에게 면책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람의 민·형사상 책임이 사라진다면 민사적으로는 피해자에게 부실한 배상이 되고, 형사적으로는 사람의 면책을 위한 무분별한 인공지능 도입이 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사용자를 대신하여 노무지휘권을 행사할 경우 책임 주체에 대한 엄격한 논의가 요구된다.

시사점

AI의 인사관리 도입에 노동법적 쟁점이 계속 논의되는 이유는 아직 인공지능의 도입과 발전 단계에서 규범이 기술을 쫓아가지 못하는 지체 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규범 확립과 입법 연구가 필요하고, 조직은 인공지능을 인사관리에 도입하기 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공공부문 또한 디지털 전환이 요구되면서 사업과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조직문화 및 인사제도의 혁신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제도 혁신을 위해 AI 기술을 채용·교육·인사고과·배치전환·징계·해고 등 인사관리 단계에 점진적으로 적용할 경우 반드시 사전에 현행 법제와 충돌할 수 있는 여러 쟁점을 파악하여 근로자 보호라는 노동법 목적에 부합한 원칙을 결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도입 이후에도 인공지능에 의한 차별 문제와 공정성·정당성 등의 규범적 오류를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김지혜

노무법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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