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공기관

2025. Summer

혁신 우수사례 4

경기도형 디지털 돌봄 혁신 ‘AI 노인말벗서비스’로
고립 어르신 정서·안전 연결하기

경기도사회서비스원

“하루 종일 누구와도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 날이 많아요.” 2024년 기준 경기도 노인 인구는 217만 명에 달하며, 독거노인과 노인 부부 가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르신들의 정서적 고립감은 깊어지고, 돌봄 현장에서는 가족 돌봄의 한계와 인력 부족, 지역사회의 단절이라는 복합적인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사람 대신 기술이 안부를 물어도, 과연 진심이 될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한 『AI 노인말벗서비스』는 단순한 인공지능 음성 통화를 넘어 어르신의 하루를 기억하고 위기를 감지하며, 때로는 생명을 살리는 정서돌봄의 ‘새로운 상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서비스는 기술과 복지, 정서와 안전이 공존하는 경기도형 디지털 돌봄 모델의 실험이자 실천이다.

글. 정혜진(경기도사회서비스원 서비스지원팀 주임)

고립을 연결로 바꾸는 기술의 시작

고립된 노인, 비대면 돌봄이 필요하다

경기도는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도내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며, 노인 부부 및 1인 가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5년 29.4%였던 노인 1인 가구 비율은 2021년 33.1%로, 노인 부부 가구 비율도 같은 기간 33.8%에서 35.7%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가구 구조 변화는 돌봄의 외주화와 함께 정서적 고립, 우울, 무연고 사망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면 접촉이 줄며 노인들의 사회적 단절이 심화되었고, 고독사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경고등’이 지역사회 전반에 커졌다.

이에 경기도사회서비스원(원장 안혜영)은 기술 기반의 비대면 돌봄 체계를 고민하였고, 2023년 『AI 노인말벗서비스』를 출범하였다. 이 서비스는 단순한 음성 응답 시스템을 넘어 어르신의 일상과 감정에 관심을 기울이고, 실시간 위기 대응까지 가능한 디지털 정서돌봄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주 1회 AI 통화, 어르신 일상에 스며드는 정서적 돌봄

『AI 노인말벗서비스』는 65세 이상 경기도 거주 어르신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월~목 중 하루, 주 1회 AI 음성 통화를 통해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한다. 서비스 신청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가능하며, 신청 후 일정에 따라 통화가 시작된다.

AI 상담원은 건강, 수면, 식사, 운동, 외출 등 어르신의 일상 전반을 점검하며, 이전 대화를 기억해 “저번 주엔 잘 주무셨다고 하셨는데, 이번 주도 괜찮으셨어요?”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실제로 많은 이용자가 “내 이야기를 기억해 줘서 고맙다.”, “수다 떨 듯 편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 서비스는 AI의 기억 기반 대화, 자연어 이해 기술, 정기성 있는 접촉 구조 등을 통해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 어르신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돌봄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멈추지 않는 돌봄 시스템

365일 운영되는 위기 감지 체계, 기술로 지켜내는 일상

『AI 노인말벗서비스』는 365일 명절과 공휴일 없이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공휴일 포함 총 158일 동안 서비스가 제공되었으며, 누적 통화 건수는 149,048건에 달한다. AI는 단지 정기적으로 전화를 거는 존재가 아닌, 어르신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정서적 돌봄 역할을 한다.

이 서비스의 핵심 기술은 대화 데이터를 분석하여 실시간으로 위기 징후를 감지하는 데 있다. “죽고 싶다”, “도와달라”는 발화, 반복된 부정적 표현 등은 자동으로 탐지되어 관리자 시스템에 경고로 표시되며, 이를 관제센터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위기 징후가 포착되거나 AI 통화가 일정 횟수 이상 미수신될 경우, 관제센터 상담원과 경기도사회서비스원 직원이 직접 유선 전화로 어르신의 상태를 확인한다. 이후 상황에 따라 시·군 및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협조하여 필요한 복지서비스나 현장 확인 등 후속 조치를 요청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이처럼 본 서비스는 AI → 관제센터 및 경기도사회서비스원 → 시·군(읍면동)으로 이어지는 다층적 대응 시스템을 통해 기술 기반의 정서 돌봄과 공공 행정의 실질적인 연계를 실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돌봄을 ‘위탁’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술과 사람, 행정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지역 복지 생태계의 한 축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포착한 위기의 순간들

『AI 노인말벗서비스』는 정서적 케어를 넘어 실제 생명을 구하는 사례들을 만들고 있다. 성남시 김○○ 어르신(92세)은 “아파요”, “빨리 도와주세요”라는 발화를 AI가 실시간 감지해 즉시 직원이 연락하고 119에 긴급 구조를 요청했다. 해당 사례는 AI가 생명을 살리는 돌봄 도구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안산시 김○○ 어르신(77세)은 저혈당 증세를 보이며 어지러움과 기력 저하를 호소하자 직원은 즉각 당분 섭취를 안내하고 주민센터와 연계하여 음식 지원과 건강 확인을 진행하였다. 용인시 황○○ 어르신(68세)은 AI와의 대화 중 자살 충동을 호소했고, 유선 상담 후 정신건강복지센터 연계 및 상담 지원을 받았다.

이처럼 AI는 ‘데이터’로만 존재하는 기술이 아니라 현장을 연결하는 정서적 매개체이자 위기 대응의 출발점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AI 노인말벗서비스 홍보 영상
수치로 보는 사업의 성과

2024년 한 해 동안 『AI 노인말벗서비스』를 이용한 어르신은 총 6,027명이며, 총통화 건수는 149,048건에 달했다. 이 중 133건은 돌봄 지원, 식사 지원, 기초생활보장 연계 등 다양한 복지서비스로 연결되었다.

서비스 이용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 결과, 평균 만족도는 4.56점(5점 만점)을 기록했고, 응답자의 90.4%가 만족을, 86.6%는 지속 이용 의사를 밝혔다. 어르신들은 “나를 챙겨주는 느낌이 든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AI라는 기술에 대해 정서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AI 노인말벗서비스

기술과 사람이 만드는 돌봄의 미래

협력으로 촘촘해지는 전달체계

본 서비스는 ㈜세종네트웍스를 주사업자로 하여 ㈜행복이룸, 네이버클라우드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AI 상담 기술 및 데이터 분석 시스템은 네이버클라우드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품질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은 주택관리공단과 협약해 공공주택 거주 어르신 대상 서비스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경기도노인종합복지관협회 및 경기도사회복지관협회와 협력해 도내 복지관과 긴밀히 연계하고 있다.

저비용 고효율, 미래형 돌봄

『AI 노인말벗서비스』는 1인당 월 4,400원의 저비용으로 운영되며, 이는 국가돌봄서비스인 보건복지부의 노인맞춤돌봄서비스(1인당 월 93,430원) 대비 20배 이상 비용이 효율적이다. 또한 별도 기기 설치 없이 전화 기반으로 31개 시군에서 확장 가능하며, 현재까지 축적된 수십만 건의 대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인지 저하 예방형 대화 모델 개발이나 IoT 기반(예: 전력 사용량, 스마트폰 사용) 돌봄서비스와의 융합도 추진 중이다.

더 나아가 향후 중장년 1인 가구, 퇴원 환자 등 다양한 취약계층에 확대 적용될 수 있는 기반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로 이어지는 안부, 정서로 완성되는 돌봄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돌봄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 속에서 『AI 노인말벗서비스』는 기술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서비스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전화를 걸어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매주 이어지는 대화가 어르신의 외로움에 작은 틈을 내고, 정서를 나누며, 때로는 생명을 지켜내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AI는 이제 ‘무인화’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무관심을 줄이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정서를 기억하고, 위험을 감지하며, 사람 간 돌봄의 간극을 메우는 이 서비스는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이 꿈꾸는 360도 따뜻한 돌봄 생태계의 시작점이다.

앞으로 이 기술이 더 많은 어르신의 일상 속에 스며들고, 더 많은 이웃이 이 연결의 안전망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AI 노인말벗서비스 통화 예시

안혜영 경기도사회서비스원 원장

AI 노인말벗서비스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사람과 기술이 함께 돌봄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 도전입니다. 처음에는 AI가 정서 돌봄을 할 수 있을지, 어르신들이 받아들일지 우려가 많았지만, 현장의 절박함과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사업을 이끌었습니다. 수행업체, 경기도사회서비스원 직원, 공무원 등 모두가 진심으로 움직여 오늘의 성과를 만들었습니다. 이 서비스는 복지의 한계를 보완하며 고립 어르신과 1인 가구, 은둔 중장년 등에게 정서적 연결과 안전망을 제공하는 모범 사례입니다. 앞으로도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은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복지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이전글
혁신 우수사례 4
다음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