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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지방공기업의 역할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태로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의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의 사회를 BC(Before Corona)로, 이후의 사회를 AC(After Corona)로 구분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코로나19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변화 외에 코로나19가 초래하는 가장 큰 위협요인 중의 하나가 경제위기다. 국경폐쇄 및 지역 간 이동금지명령 등으로 인한 무역 감소, 생활 및 소비시설에 대한 폐쇄조치는 소비의 대폭적 감소를 초래하였고, 소비 감소는 생산 감소를, 생산 감소는 고용 감소로, 고용 감소는 소득 감소로, 소득 감소는 다시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개인의 사회적 활동이 제약되고, 시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시장실패 현상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3대 사회경제 주체인 가계, 기업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면서 마지막 주체인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초래한 5가지 큰 변화
전염병으로서의 코로나19는 단순히 의료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데, 몇 가지 변화 양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민주적 선한 정부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대응책의 하나로 국경을 폐쇄하거나 사회적 집단면역을 실험한 국가도 있다. 그러나 전염병 확산 추세를 둔화시키는 일시적 요소 이외에는 뚜렷한 대응책이 되지 못하였고, 국가 간 거래 감소와 인종차별적 혐오주의를 확산시키는 부작용도 초래하였다.
이에 반해 한국은 K-방역이라 회자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3T전략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대응은 검사(test), 추적(trace), 치료(treat) 전략을 구사했는데, 코로나19 의심자에 대한 검사를 통해 확진이 판정되면, 접촉자 추적 및 동선을 공개하여 비확진자가 대비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마련하였고, 경증과 중증으로 구분하여 치료를 실시하였다.
한국의 방역 정책은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모습과 권위적이고 독점적인 국가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폄훼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기반하여 개인 정보 및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정보 공개 기간과 범위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 이행하였다.
또한 감염병 확산에 따른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민간 부문의 협조를 이끌어내었고, 과거 사스, 메르스 때 실패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시스템을 재구축하였으며, 국민들의 자발적 협조와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러한 성공적 요인은 단순히 정부 역할 강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민주적 정부의 개방성·투명성과 사회적 신뢰체계의 결합물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2020년 통계청은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소득과 소비 모든 면에서 하락함과 동시에 소득계층간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우선 소득격차를 확인할 수 있는 소득 5분위 배율은 5.41로, 1년 전의 5.18에서 0.24배 포인트 상승하면서 소득격차가 악화되었다. 또한 소비 지출도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함과 동시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데, 1분위 (-10.0%), 2분위(-7.3%), 3분위(-11.8%), 4분위(-1.4%), 5분위(-3.3%)로 소득 하위 계층의 소비지출이 소득 상위 계층에 비해 감소 폭이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셋째,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과학기술통신의 발달로 인한 비대면 기술의 활성화와 무인결제 등과 같은 사회문화적 특성을 바탕으로 서비스 이용자가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 제품과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이용하는 언택트(Un+Contact) 개념이 부상하고 있는데, 코로나19는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만 활동하면서 비대면적 경제 활동을 이행하는 홈코노미(Home + Economy) 현상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교육(-26.3%), 오락·문화(-25.6%), 의류·신발(-28.0%), 음식·숙박(-11.2%) 등에 대한 지출이 크게 감소한 반면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이 10.5% 증가했고, 마스크 등 구입으로 보건 지출도 9.9%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해 활성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넷째, 세계적 공공재의 부상과 뉴노멀(New Normal)이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자국 내 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파급효과가 큰 문제이므로 차별 없이 고른 혜택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료제와 백신이 특정 국가나 특정 이해관계자 집단에 독점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으며, 혜택을 받지 못한 국가의 문제가 혜택을 받는 국가나 사회에 다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전염병 예방 및 관리와 같은 의료 서비스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최적 수준에 생산량이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직접 공급에 개입하는 재화나 서비스로서 특정 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전 세계 국가에 적용되어야 할 재화나 서비스이다.
다섯째, 코로나의 역설로 친환경의 개념이 부상되고 있다.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의 등장은 인류 역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왔는데, 무차별한 환경파괴로 인한 동물 서식지 감소로 바이러스를 보유한 동물이 인간과 자주 접촉한 결과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출현의 원인 중의 하나로 환경파괴를 들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코로나19는 환경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폐쇄, 이동제한, 격리 조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행하면서 환경이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줄어들거나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의 여건이 개선된 사례는 코로나19에 따른 역설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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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공동체 문제의 해결자 역할 기대
코로나19 정부의 역할 변화에 커다란 촉매제를 제공하였는데, 지방공기업도 공공부문의 한 축으로서 시대적 역할 재정립이 요구되고 있다.
첫째, 민주적 선한 정부제도의 한 축으로서 지역사회공동체 문제의 해결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대면적 사회관계가 비대면적 사회관계로 전환되면서 온라인 교육, 화상회의, 재택근무 등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사회 철학적 규범에 대한 근본적 자성이 시작되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가의 개입에 따른 자유권의 침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와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집합적 행동이 필요하며, 자유에 대한 일정한 제한을 강조하는 공동체적 시각도 등장하고 있다. 사회 철학적 요소에 대한 근본적 자성이 촉발되고 있지만, 지나친 개인의 자유 보장은 코로나19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민주적·집합적 행동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지방공기업도 사회적 신뢰체계 속에서 민주적 지배구조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 경영합리화라는 효율성 위주의 지배구조가 아니라 이사의 전문적 자격요건 강화, 사외이사의 정실주의 극복 등 대표성을 강화하고, 정부로부터의 자주적 독립성을 보장하며, 근로자 이사회제의 도입, 이사회 성과 평가,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동등한 접근권 보장 및 권리 인정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사회적 양극화 해소를 도모할 수 있는 지방공공기관이어야 한다.
지방공기업법 제1조에서는 경영합리화만을 언급하고 있으나,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설립 목적 자체의 수정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공기업은 지방공기업법 제2조에서 수도, 공업용수도, 궤도(도시철도 포함), 지방도로, 하수도, 주택, 주택 및 토지개발을 당연적용토록 하고 있으며, 경상경비의 50% 이상을 경상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는 사업 중에서 민간인의 경영 참여가 어려운 사업으로서 주민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고, 지역경제의 활성화나 지역개발의 촉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업, 체육시설업, 관광사업(여행업 및 카지노 제외)을 열거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양극화 해소를 도모할 수 사업에 대한 규정이 부재하다. 지방공기업의 내부 경영관리적 측면에서 인권 및 윤리경영체계를 갖추는 것 이외에 사업을 통해 사회적 양극화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률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공급자 위주의 서비스 제공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해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민간부문과 차별화되거나 지방공기업의 공적 기반을 바탕으로 민간부문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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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기반 바탕 민간부문과 협력할 방안 모색해야
셋째, 언택트 문화에 부응할 수 있는 지방공기업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비대면 재택근무의 확대, 학교 수업의 온라인 강의로의 전환, 화상면접을 통한 기업의 신규 채용, 무관중 스포츠 경기, 비대면·비접촉 공연문화나 온라인 관람 등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변화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다시 비대면 기술을 발전시키고,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하는 매개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지방공기업도 비대면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고, 온·오프라인 양립을 통한 새로운 조직문화의 형성과 언택트 서비스 공급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혁신이 필요하다. 특히 생활필수기능적 서비스가 오프라인상의 문제로 중단되지 않도록 혁신을 도모할 필요가 있는데, 상하수, 주택 및 토지개발, 공공시설물 등이 분리되어 관리되기보다는 지역사회 내의 통합적 시스템 속에서 관리될 필요가 있다.
넷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국가 간, 국가와 지방 간, 지방과 지방 간의 협력과 표준화된 기준이 새롭게 정립되어야 하며, 다자간 거버넌스적 체계를 확립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다자협력방식은 다양한 유형과 제도를 연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조직형태를 모색해야 하는데, 새로운 조직형태는 조직경계를 넘어서는 활동을 포함하며, 상호의존적이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어떤 단 하나의 행위주체도 일방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행위 주체에 의한 일방적인 문제해결방식은 안정적이고 동종적인 사회에서는 가능하지만,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탄력적이며 다원화될수록 불가능해진다. 향후 사회적 신뢰체계를 바탕으로 한 지방의 위기 대응력과 다양한 행위 주체 간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회역량은 선진국의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다섯째, 지방공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코로나19 등과 같은 새로운 점염병의 등장을 막기 위해서는 환경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친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정책 이슈라 할 수 있다. 경제적 가치, 사회적 가치 이외에 환경적 가치를 중시하고, 환경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미래의 사회적 손실비용을 제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속가능발전법 제2조에서는 지속가능성을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미래 세대가 사용할 경제·사회·환경 등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시키지 아니하고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지속가능발전을 지속가능성에 기초하여 경제의 성장, 사회의 안정과 통합 및 환경의 보전이 균형을 이루는 발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공기업법 제2조의 설립목적 규정에 경제, 사회, 환경 간의 균형적 발전 규정을 추가하고, 환경에 대한 투자와 성과평가를 경영관리의 주요 요소로 내재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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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
(전) 한국지방공기업학회 회장
정부규제개혁위원회 위원
행정안전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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