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보기 E-Book
코로나19가 다시 불러온
케인즈경제학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침체되고 그 영향이 금융시장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각국에서는 각 국가가 취한 여건 하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통화정책을 수립하여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예외적인 정책의 추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비전통적인 재정·통화 정책이나 국제공조에 대한 요구도 확산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여 국제 사회가 또한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IMF는 지난 4월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3%에서 -3%로 대폭 하향조정 하였다. 여기에 지난 5월 12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위기가 여전히 확산되고 있어 기존 전망보다 더욱 악화될 것이며, 6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확대되는 실물경제 영향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는 경제성장률뿐 아니라 실물경제에서도 나타났다. 코로나19의 확산, 그리고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한 각국의 봉쇄정책(Lockdown)으로 민간소비와 기업의 생산·투자가 감소하여 수요와 공급이 위축되고 실업률이 급상승하였다.
미국의 4월 실업률은 1948년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인 14.7%로 3월에 비하여 10.3%p 상승하였으며, 고용시장이 더 악화될 경우 실업률이 6월까지 20%를 상회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존재한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를 살펴보면 지난 3월 둘째 주부터 8주 간 3650만 명이며 4월 한 달 동안 2050만 명 수준으로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4월 소매판매, 산업생산은 각각 전월대비 –16.4%, -11.2%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 감소폭을 기록하여 소비와 생산도 침체되었음을 알 수 있다.
소비와 생산이 멈춘 것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도시봉쇄, 생산차질 등으로 인해 1~2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2% 감소하였으며, 2월 제조업 PMI도 전월대비 14.3p 감소하였다. 유럽의 경우 국가별로 이동제한, 도시봉쇄 등을 시행하면서 유로존 3월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11.2% 감소하였다. 또한 부품조달 어려움 및 공장 폐쇄 등으로 생산에도 차질이 발생하면서 3월 산업생산이 전월대비 –11.3% 감소하였는데,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모두 사상 최대 폭으로 감소한 수치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코로나19 사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라며 전 세계 근로자 33억 명 중 81%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은 투자시장에도 전해져 ‘추락한 천사(Fallen Angel)’, 즉 투자적격에서 투자부적격으로 강등된 기업이 등장하였다. 대표적으로 포드자동차가 부채규모와 공장가동 중단에 의한 현금흐름 악화 위험으로 인해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강등(BBB- → BB+)되었다. 또한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이나 델타항공 등 주요 에너지 기업이나 대기업들의 회사채가 추락한 천사로 강등되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올해 시장이 더욱 악화되어 미 회사채 시장에서 2000억 달러 이상의 회사채가 투기등급으로 강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금액기준으로 사상 최대치이다.
이어지는 경기침체의 악순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부분의 산업이 침체되고 실업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한 가계소득 감소는 수요 감소와 투자 중단, 그리고 생산 감소로 이어져 경기가 더욱 침체되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제의 급전직하를 막기 위해 팽창적 통화정책과 더불어 정부재정을 적극적으로 투입하는 케인즈 경제학(Keynesian Economics)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1936년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John Maynard Keynes)는 ‘고용, 이자 및 돈의 일반 이론’에서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낮은 수요가 기업의 고용 수요 감소로 연결되며, 결국 근로자를 위한 일자리가 부족해진다고 주장하였다. 케인즈는 대공황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정부 지출 증가를 제시하면서 정부 지출 증가가 수요 증가로, 수요 증가는 고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1930년대 미국의 대 공황은 케인즈 경제학으로 극복할 수 있었으며, 리처드 닉슨 전 美대통령은 “우리는 모두 케인즈주의자다”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케인즈 경제학 대신 통화정책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요국은 위기 극복을 위해 통화정책을 수립하였다.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전 세계에 금융화·유동화 된 후, 미국에서 시작된 충격이 전 세계로 확산된 위기이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코로나19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실물경제에 가해진 충격이 금융시장으로 확산되었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각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사용했던 통화정책을 시행하면서도 재정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케인즈 경제학을 다시 불러오게 된다.
[ IMF WEO 경제성장률 전망(2020년 4월) ]
그래프
자료 : www.imf.org
다시 부각되고 있는 재정정책
미국은 2조7923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마련하여 소기업 대출지원(MSBLP), 중소기업 급여보호(PPP), 항공업 등 특정 산업 지원, 개인소득 보조(개인당 $1,200 현금지원, 실업보험 확대) 등의 재정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상 급여보호 프로그램(PPP)의 경우 준비자금 3490억 달러가 4월 3일 시행 후 13일 만인 4월 16일 전부 소진됨에 따라 ‘4차 긴급예산법’을 통해 3200억 달러를 추가로 편성하였다. 물론 재정정책뿐만 아니라 통화정책도 함께 수반되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 사용했던 통화정책인 제로금리, 무제한 양적완화(QE), 유동성 공급(PDCF·TALF 재도입, CPFF·MMLF 확대 등)에 추가하여 회사채 시장에 대한 자금공급(PMCCF/SMCCF 규모·적격자산 확대 등)을 새롭게 추진하였다.
EU는 4월 9일 재무장관회의에서 5400억 유로 규모의 경기대응책을 마련에 합의하였다. 따라서 유럽안정화기구(ESM)기금을 활용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보건·의료·방역 등에 사용하는 조건으로 회원국 GDP의 최대 2%까지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였으며, 그 외 단축근무 프로그램(SURE) 지원이나 중소기업 대출을 위한 자금 또한 대출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독일식 단축근무제(Kurzarbeit)를 벤치마킹한 단축근무 프로그램(SURE)은 근무시간을 단축하여 일자리 급감에 대응하고, 단축근무로 줄어드는 급여는 정부가 지급하여 근로자들의 소비 생활이 보전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코로나19는 선진국,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었으며, 그로 인한 충격 또한 선진국, 신흥국 모두에게 전해졌다. IMF는 2020년 신흥국(중국제외) 경제성장률을 –2.2%로 IIF는 –2.6%로 하향 조정하면서, 주요 에너지 생산국, 선진시장이나 해외 자본에 크게 의존하는 신흥국들이 1951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러한 마이너스 성장세의 배경은 석유수입국(이집트, 요르단, 모로코 등)의 무역·관광업 위축, 해외직접투자와 해외 노동자의 송금액 감소, 산유국은 이에 더하여 유가 하락이 국가 경제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며 신흥국의 해외자본 유입과 외환보유액 또한 크게 감소될 것으로 전망하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경기 침체는 對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라틴 아메리카 국가(칠레 34%, 페루 28%, 브라질 28%)들에게 큰 충격이 될 것이며, 생산이 감소함에 따라 하락하는 원자재 가격으로 인한 충격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
신흥국의 코로나19 충격 완화 위한 정책 필요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속에서 과감하게 재정, 통화정책을 수립하여 경제회복을 꿈꾸는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은 경제충격 완화를 위한 재정수단이 열악하여 자체적으로 대응정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선진국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한 재정정책 수립 시 재원조달 방안으로 중앙은행에서 대규모로 화폐를 발행하는 방법도 선택할 수 있으나, 신흥국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 때문에 시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성향이 커짐에 따라 신흥국에선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확보도 어렵다. 그 예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1월 20일 부터 4월 초까지 신흥국에서 유출된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은 총 980억 달러로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3배 이상 큰 수준이다. 코로나19 및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정책으로 증가하는 재정 지출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켜 남미 및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가 부채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존재하며 올해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레바논이 채무불이행 국가가 되었다.
지난 5월 초 IMF는 103개 국가가 긴급자금지원을 요청하였고 그 중 50여개 국가에 자금을 제공했다고 밝히며, 신흥국들이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소 2조 5000억 달러의 외부 재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신흥국의 코로나19 충격 완화를 위해 아시아개발은행(ADB)은 4월 13일 코로나19로 인한 개발도상국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200억 달러 규모의 긴급 대출 자금 지원을 발표하였으며, G20은 4월 15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최빈국 부채상환 일시적 유예에 합의하였다. 또한 국제구호기구 옥스팜, 영국 이코노미스트 등도 신흥국을 위해 올해 부채상환 취소, IMF의 특별인출권(SDR, IMF가 발행하는 일종의 가상통화) 확대, 미 연준 지원 대상 이외 신흥국에 달러 유동성 공급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 주요국 코로나19 대응 정책 ]
구분 재정정책 통화정책
한국 • 조세지원(특별재난지역 세금 감면)
• 개인 지원(현금지원)
• 기준금리 인하
• 양적완화 ①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 국고채 매입
②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증권 확대
미국 • 개인 지원(현금지원, 실업보험 확대)
• 기업 지원(PPP, MSLP)
• 조세지원(세금부담 완화)
• 의료지원(코로나19 백신개발, 의료장비 지원)
• 기준금리 인하
• 양적완화 ① 국채 및 MBS 무제한 매입
② 회사채 시장 유동성 공급(PMCCF, SMCCF)
③ 자산담보부증권 대출기구 재도입
일본 • 개인 지원(현금지원)
• 기업 지원(고용조정보조금, 무담보 무이자 대출 확대)
• 조세지원(세금부담 완화)
• 양적완화 ① 국채 무제한 매입
② 회사채, CP 매입 한도 확대
③ ETF·REIT 매입 확대
중국 • 개인 지원(일부 지방정부-저소득층 대상 보조금)
• 기업지원(저금리 대출, 대출 원금 및 이자 기한 연장)
• 조세지원(부가가치세 등 세금 감면)
• 통화 완화 정책으로 전환
• 기준금리 인하 고려
영국 • 개인지원(저소득층에 보조금 지원, 세입자 보조)
• 기업 지원(無해고 조건 지원금, 부가가치세 유예)
• 기준금리 인하
• 양적완화 ① 채권매입 ② 대출보증
독일 • 기업 지원(소기업 지원)
• 의료지원(의료장비 지원)
<유로존>
• ESM기금 대출
• SURE(EU 실업기금)
• ECB 양적완화
• ECB 유동성공급
① 자산매입규모 확대
① LTRO 한시적 운영, TLTRO 금리인하·한도 확대
프랑스 •개인지원(실업수당)
•기업 지원(고용유지 보조금)
•조세지원(세금부담 완화)
'헬리콥터 머니' 유효할까
다양한 정책적 노력에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장기화가 가시화되고, 제 2의 유행이 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존재하자 ‘헬리콥터 머니’, ‘유로존 공동채권’ 등 그동안 금기시 여겼던 정책의 시행을 논의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향후 추가적으로 시행될 재정정책의 재원 마련을 위해 중앙은행의 국채매수, 이른바 ‘부채의 화폐화(Debt Monetization)’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처음 구상한 정책인 ‘헬리콥터 머니’는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중앙은행이 시중에 현금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다만 공급되는 재원은 재정의 용도전환이나 조기집행, 재정 지출의 양적확대가 아닌 화폐의 추가적인 발행이 전제된다. 이러한 비전통적인 공적자금의 동원방안에 대해서는 일자리 및 소득 상실로 인한 생계 위협 극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과거 스태그플레이션 및 초인플레이션 발생 사례를 들며 위험하다는 의견이 상존한다.
유럽에서는 정부부채가 많거나, 코로나19로 인해 재정수지 악화가 예상되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공동으로 발행하고 공동으로 보증하는 ‘코로나본드(공동채권)’의 발행이 요구되고 있다. 코로나본드는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 제기된 ‘유로본드’와 비슷한 개념으로, 유로본드는 남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발행이 주장되었으나,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들이 모럴헤저드, 구조조정 지연 등을 이유로 반대하였다. 지난 5월 18일 독일과 프랑스가 보조금 형식인 5000억 유로 규모의 ‘EU 회복기금(EU Recovery Fund)’ 자금마련에 합의하였는데, 특히 공동채권 발행에 부정적이던 독일이 나섬에 따라 코로나본드 발행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EU 27개국 모두가 합의해야 발행이 가능한 상황에서 오스트리아,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의 국가들은 보조금 형식의 ‘EU 회복기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 외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해 우선적으로 진행된 개인 및 기업을 위한 지원 정책 이후, 2차적 대응방안으로 인프라 투자도 부상되고 있다. 영국은 ‘인프라 혁명’을 추진하겠다며 올해 2억 5000만 파운드를 주택, 도로, 학교, 교통시설 건설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하였으며, 중국 또한 인프라 투자를 위해 지방정부의 특수목적 채권 발행한도를 추가 배정할 예정이다. 미국의 경우 추가적 대응을 위해 이른바 ‘코로나 뉴딜’인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법안에 대한 필요성이 계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예외적 상황에선 예외적 정책 펴야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침체되고 그 영향이 금융시장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각국에서는 각 국가가 취한 여건 하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통화정책을 수립하여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예외적인 정책의 추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비전통적인 재정·통화 정책이나 국제공조에 대한 요구도 확산되고 있다. 한편, 향후 변화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여 국제 사회가 또한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지
강영신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주임연구원
youtube

(우) 06647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30길 12-6 (지번) 서초동 1552-13

Copyright(c) Evaluation Institute of Regional Public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