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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평가제도의 근본적인
혁신과 개혁이 필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공기관의 역할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에서는 현재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팬데믹(pandemic, 코로나 바이러스)으로 인한 전염병이 대유행하고 있고 이 상황은 많은 환경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더군다나 포스트 코로나(Post-COVID) 시대는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탈진실)의 국제정치 현실과 연계해 예측불가한 더 큰 변화와 혼돈을 인류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의 역할 그리고 공공기관의 역할에 관한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국민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는 공공기관의 현재의 한계를 인식하고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 것은 꼭 필요한 절차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전체 공공기관의 사업 규모(647.4조 원, 2018년 통계)가 정부 총지출(406.6조 원)의 1.6배에 달하는 규모를 차지할 만큼 공공기관은 국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는 4.0만점에 2.3점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한국행정연구원, 2019). 즉, 정부의 총지출보다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공공기관들은 기관의 존립 근거가 되는 국민을 위한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서는 불합격 점수를 받고 있다고 판단된다.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공공기관은 본연의 임무와 원칙인 공공성의 기반을 잃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어 충격을 안겨줬던 LH사태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주거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공공기관의 임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사용해 땅 투기를 벌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예는 범죄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범죄 행위 이외에도 많은 영역에서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국민들의 우려는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관료 중심의 폐쇄적·획일적인 경영평가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제도는 지난 40년 간의 공(功)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드러나고 있는 평가제도의 과(過)와 한계(限界)는 ‘관료 중심의 폐쇄적 관리체계’와 ‘단기 실적 중심의 획일적 평가체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향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의 초점은 폐쇄성과 획일성을 극복하는 데에 있다. 관료 중심의 폐쇄적 운영이 아닌 공공기관의 운영체계를 ‘국민 중심’으로 혁신해야 한다. 획일적인 기관 평가로 인해 과도한 실적 경쟁이 유발되고 국민 편익 관점의 공공성과 다양성이 훼손된 것에 대한 제도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및 평가제도에 대한 점검과 함께 공공기관의 사회적·경제적인 기능과 역할 변화에 대한 공론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340개의 공공기관과 343개의 지방공기업에 대한 평가제도 등은 관료 중심의 폐쇄적 관리체계에서 좀 더 투명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제도로 개선돼야 한다. 아무리 선한 의도의 관리제도도 관료 중심의 공공기관이 통제 위주로 관리한다면 이로 인한 공공기관의 경영자율성, 창의성, 책임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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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극복하기 위한 첫 번째 제도 개혁은,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민간위원의 대표성 강화 및 운영 활성화가 필요하다. 현재 공운법 제10조는 20인 이내의 위원을 구성하고 위원장은 기재부 장관으로 정하고 있다. 현재 정부업무평가위원회를 비롯한 정부의 많은 위원회는 민간과 공동으로 위원장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따라 향후 제도 개선에 공운위 ‘민간위원 부위원장’직의 신설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민간위원의 자격 기준은 ① 학계 ② 법조계 ③ 경영계 ④ 공인회계사 ⑤ 전직 공무원 등에서 선정하게 된다. 하지만 위원회 운영에 있어서 정책 현장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인한 민간위원의 역할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운영의 편향성 측면에서 살펴보면 법령상 국무조정실 차관 및 대통령이 정하는 관계상 행정기관 차관급을 당연직으로 운영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관계부처의 참석이 부족해 정부 정책이 다양하게 반영되는 것이 불가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기업에 평가에 있어서도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2017년 지표 등의 개선을 통해 사회적 가치 중심의 평가를 지향한 것과 같이 변화된 경영 환경 및 행정환경에 부합될 수 있도록 평가 자체의 폐쇄성과 획일성을 극복하는 혁신이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운영은 국민이 체감하고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 이와 같은 운영을 위한 핵심적인 개편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본다. 첫째는 국민의 참여와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즉, 의사 결정 과정의 평가과정에 국민의 시각이 들어가는 참여의 과정이 포함돼야 한다.
둘째,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사회적 가치 실현 점검 및 공개를 강화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노력들은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경영평가단의 운영과정에서 다시금 폐쇄성과 획일성으로 인한 평가단별 편차가 컸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회적 가치는 ESG 지표와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셋째, 중앙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또는 지방공기업평가원 운영과정에 공공서비스의 수혜자, 이해관계자, 전문가의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 동일하게 경영평단 평가과정에도 참여의 확대는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표1] 사회적 가치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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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실적 중심의 평가체계의 극복
[그림1] 사회적 가치의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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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실적 중심의 평가’를 극복해야 하는 측면에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사회적 가치 실현 점검 및 공개 강화는 필요하다. 그동안 신자유주의 패러다임하에서 끊임없이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화하면서 기관간의 경쟁 및 단기 실적 중심의 평가가 지속되었다. 이는 공공성 중심의 정부 정책과의 연계가 부족해 효율성과 수익성 중심의 경영평가로 인해 공공성에 대한 책무와 정부 정책의 효과가 약화되었다. 국민의 체감과 참여보다는 평가자들과 기재부에 집중하며 효율성과 수익성을 평가받으려 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예를 들어, 기획재정부에서 관리하는 340개에 이르는 중앙의 공공기관들은 많은 지표와 과제로 관리된다. 경영평가제도는 공공기관의 주요사업 계량지표(600여 개), 100대 국정과제 중 실천과제 수(493개)와 단위과제(1,700여 개) 등의 성과지표들의 평가와 관리를 통해 이뤄진다. 이러한 광범위한 지표와 사업들은 공공기관들이 엄밀하게 공공성의 원칙을 지키고 공익성의 결과를 일궈주어야 가능하다. 이를 간과하고 효율성과 수익성의 잣대로 보게 되면 그 균형이 깨지고 국정과제와 연계해 정책의 효과성을 국민들에게서 발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즉,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와 정부 업무 및 국정과제 평가 결과 간의 불일치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은 경영평가단의 사회적 가치 중심의 평가와 공운위의 중장기적인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로의 평가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할 수 있다. 이에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구성의 최우선 순위를 문재인 정부의 국정 비전과 사회적 가치의 이해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공공기관 평가와 관련된 예산, 기간, 구조에 비해 매년의 평가는 치열하고 적절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해 왔다고 조심스레 판단해 본다. 하지만 현실은 매년 경영평가단의 평가위원을 재구성함에 따라 평가의 지속성·전문성의 한계, 기관 단위의 단기적인 효율성 경쟁으로 인한 협업 및 정부 정책의 연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운위 ‘민간위원 부위원장’직 신설과 공운위 내 전문위원제 도입으로 민간위원(비상근)을 전문적으로 보좌할 수 있는 ‘분과별 전문위원’의 도입 및 운영 등을 고민해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공운위의 운영과 행정을 지원하기 위한 상설 전담기구 설치 및 운영 등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경영평가제도의 근본적인 혁신은 경영평가 과정에서 공공서비스 수혜자, 이해관계자, 전문가의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논의와 관련되어 있다. 국민 편익 중심의 평가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현재 한전, 철도공사, 가스공사의 평가 시 국민이 직접 요금을 내고 있는 이용 요금은 제외되어 있다. 이러한 요금의 변화를 충분히 지표에 반영해 공공기관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유도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국민 편익 중심의 경영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다양성과 책임 운영 강화를 위해 맞춤형 평가체계를 개선해야 하는데, 이는 공운법에 나와 있는 유형을 개선해야 한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내 사업 유형, 규모를 기준으로 재구분하고 공기업, 준정부기관 및 평가유형별 맞춤형 평가지표 체계를 정비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의 변화와 혁신이 먼저
경영평가의 과정과 결과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선 중장기 성과관리의 평가지표를 발굴하고, 국민이 정책의 변화와 혁신을 체감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 성과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분기별·반기별 실적 모니터링 결과 보고 및 대국민 공개를 하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경영평가 결과가 공공기관의 혁신과 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평가결과에 따른 기관의 책임성 및 기관 운영의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현재의 경영평가 결과에 따른 경영평가 성과급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성과는 기관들이 소속된 부처의 정부 업무 평가 및 결과와 연계해 성과 및 책임을 강화한다면 개선될 수 있다. 이러한 혁신과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의 내부 구조에 대한 재설계도 고려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공공서비스의 중요성이 더욱더 커지고 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평가제도의 개편은 꼭 필요하다. 특히 중앙정부의 공공기관이나 지방정부의 지방공기업의 지속적인 혁신은 국민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러한 혁신과 개혁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때 근본적인 존립 이유가 유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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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선
명지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공공기관 경영평가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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