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보기 E-Book
지난호보기 E-Book
‘디지털 트윈’…
물리적 세계와 가상세계의
융합으로 펼쳐진 또 다른 세상
영화 <아이언맨>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아이언맨 슈트를 제작한다. 허공에 떠 있는 홀로그램에서 손을 휘저으면 필요한 부품을 갖다 붙일 수 있고 필요 없는 건 떼어낼 수도 있다. 실제 구동과 같은 시뮬레이션도 할 수 있는 이러한 기술을 ‘디지털 트윈’이라 부른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과 로보틱스, 그리고 가상현실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키워드는 현대인들에게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영화 속 상상은 점점 현실이 돼가고, 그러한 첨단기술들이 상호 융합돼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고영민(IT 칼럼니스트)
캡틴 아메리카 다 커서 갑옷 입고 설치는 주제에 슈트를 벗으면 자넨 뭔가?
아이언맨 천재, 억만장자, 플레이보이, 박애주의자!
캡틴 아메리카 자네보다 열 배는 나은 사람들을 많이 봐 왔어. 자넨 오직 자기만을 위해 싸워. 남을 위해 희생할 사람도 아니야. 남들이 지나갈 수 있게 철조망 위에 눕는 기분을 알아?
아이언맨 뭐하러 그래? 그걸 자르면 되지~
- 영화 <어벤져스(2012)> 중에서
신화가 아닌 과학이 창조한 슈퍼히어로
이미지
아이언맨이 처음 등장한 SF 만화잡지 ‘테일즈 오브 서스펜스’
출처 : marvel.com
마블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팀인 ‘어벤저스(Avengers)’의 핵심 멤버인 ‘아이언맨’은 1963년 3월 만화 잡지인 ‘테일즈 오브 서스펜스(Tales of Suspense, 39호)’에서 처음 등장한다. 마블 코믹스의 아버지로 불리며 스파이더맨, 헐크, 아이언맨 등을 창조한 스탠리(Stanley Martin Lieber)는 2008년 영화 <아이언맨>이 처음 선보일 때 “그는 무기 제조자였고, 군대를 위해 무기를 제공했으며, 부자였고, 산업가였다. 마블 독자 중의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캐릭터를 통해 스토리를 만드는 게 흥미로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매우 유명해졌다”라고 회고했다.
만화에서 산업계의 부유한 거물이자 바람둥이, 기발한 공학자이자 천재로 등장하는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는 살상 무기를 만들던 중 납치당해 가슴에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원자로 슈트를 입고 탈출에 성공한 후, 자신의 회사(스타크 인더스트리)에서 디자인한 무기와 다양한 장치들을 슈트에 탑재한다. 대다수 히어로가 낭만적이고 이타적 성격이 농후한 데 비해 아이언맨은 밉상 맞을 정도로 냉철하고, 때때로 이기적이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 고도의 정신력이나 초능력을 쓰는 대신 지극히 기술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아이언맨, 4차 산업혁명의 종합선물세트
스파이더맨, 엑스맨, 헐크 등 스탠리가 창조한 돌연변이나 토르와 같은 신화적 존재를 포함한 마블 코믹스의 전체 캐릭터 중에서 가장 과학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바로 아이언맨이다. <엑스맨> 시리즈처럼 유전형질의 변화로 탄생한 수많은 돌연변이 히어로와는 달리 아이언맨의 강력한 힘은 각종 첨단기술이 탑재된 슈트에서 나온다. 슈트 속 사람은 그대로이지만, 그 능력치는 기술 수준의 변화만큼 끊임없이 진보해 나간다.
4차 산업혁명의 다양한 기술들을 설명하면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영화 중의 하나가 바로 <아이언맨>이기도 하다. 아이언맨 슈트 못지않은 첨단기술의 결정체로, 아이언맨의 인공지능 비서(Virtual Personal Assistant)인 자비스(JARVIS)는 컴퓨터와 인간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는 퍼셉추얼 컴퓨팅(Perceptual Computing, 인지컴퓨팅)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이언맨> 3편에서 주인공이 익사할 위험에 처했을 때, 아이언맨 슈트를 분리해 토니를 구출하는 등 알토란 같은 역할들을 톡톡히 해냄은 물론 재치 넘치는 유머도 주고받는 자비스는 고도로 진화한 ‘챗봇’을 연상시킨다.
슈퍼맨이나 토르처럼 외계행성 출신도 아니고 헐크처럼 돌연변이 초능력자도 아닌데 슈퍼맨처럼 레이저 빔을 쏘고, 헐크처럼 엄청난 괴력을 뽐내는 것도 모자라 토르의 망치만큼 내구력 강한 방탄 슈트까지 갖추고 있다. 욕망 덩어리인 아이언맨의 본질은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과학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호모 사피엔스, 즉 인간이 아닐까?
방대한 빅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해 해당 정보를 초고속 이동통신으로 아이언맨에게 전송하고, 스스로 학습도 할 수 있는 인공지능 비서인 ‘자비스’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적용된 아이언맨 슈트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뽐내며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영화에서 토니는 ‘아이언맨 슈트는 나노 테크놀로지로 만들었다’라고 설명한다. 아마도 탄소 나노튜브(Carbon Nanotube)와 같은 신소재일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섬유로 사용하면 매우 가벼우면서도 강철보다 강한 슈트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토니 스타크가 스파이더맨에게 건네준 슈트 역시 평범한 쫄쫄이가 아니라 우수한 인장 강도와 탄성률을 자랑하는 탄소 나노튜브가 아닐까 어림짐작해본다.
이미지
<아이언맨>의 자비스는 클라우드 기반의 AI로, 아이언맨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음성명령으로 이행한다.
이미지
PlayStation VR 헤드셋용으로 출시된 가상현실 슈팅 비디오 게임인 ‘Iron Man VR’에서 슈트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출처 : playstation.com
이미지
미국의 GE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한 항공 엔진 가상화로 엔진 고장 여부와 교체 시기 등을 예측한다. 출처 : ge.com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한 ‘스마트시티’
AI 자비스의 도움을 받아 시뮬레이션으로 첨단 슈트를 설계한 토니 스타크처럼 현실의 사물, 시스템, 환경을 가상공간에 쌍둥이처럼 형태와 기능을 똑같이 구현해서 시뮬레이션으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을 찾는 기술이 디지털 트윈이다.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상호소통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이미 2000년대부터 제조업에서 사용돼왔다. 디지털 트윈을 본격 추진한 미국의 GE(제너럴일레트릭)는 가상공간에 항공기 엔진을 구현해 고장 여부 및 교체 시기 등을 예측하고 있다. 만약 공장의 모든 설비를 통째로 가상공간에 옮겨놓는다면 생산량을 예측하고 생산성을 향상하는 최적화 방법을 연구할 수도 있는데, 이것이 바로 스마트팩토리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발전소의 발전량, 터미널의 물류량까지 디지털 트윈으로 최적화할 수 있는데, IoT, 빅데이터, VR,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방대한 디지털 정보를 수집하고 구현·예측하는 디지털 트윈 역시 발전하고 있다. 3D 정밀도로 지도를 활용해 자율주행을 할 수 있고,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가상공간에서 부동산 매물을 상세히 살펴볼 수도 있다.
디지털 트윈은 궁극적으로 도시 전체를 가상공간에 구현해 자연재해, 교통과 에너지 등 도시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모니터링하는 싱가포르의 ‘Virtual Singapore’처럼 거대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로 확장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스마트시티는 지형, 물리적 시설물, 사이버 인프라까지 모든 도시의 구성 요소를 가상으로 구현해 3차원으로 시각화함으로써 도시 현황을 파악하고 체계적·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제 영화 속 세계는 공상과학이 아니라 가상공간에서 미래를 미리 체험하는 현실이 돼가고 있다.
이미지
2018년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를 그대로 복제해 3D 가상현실로 구현했다. 출처 : smartcitylab.com
youtube

(우) 06647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30길 12-6 (지번) 서초동 1552-13

Copyright(c) Evaluation Institute of Regional Public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