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공기관 AI전환의 과제와
AI 확산이 가속화되면서 지방공공기관의 디지털 전환은 AI 중심의 전환(AX)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예산, 데이터, 인재 부족과 같은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공공행정 현장에서의 AI 도입은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러한 제약은 민간 및 중앙기관과의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지방공공기관은 현실적 한계를 진단하는 동시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AI 서비스 구현을 위한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제약을 짚어보고, 공공 AI 혁신을 위한 방향과 과제를 살펴본다.
공공부문 AI 전환의 정책 흐름
정부 및 공공기관의 디지털 전환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전자정부가 대표적이고, 한국은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전자정부를 시작하여 세계에서도 매우 우수한 전자정부를 구축·운영중에 있다. 최근에는 AI기술 혁신으로
사회 전 분야에서 AI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공공행정 부문에서도 AI기술을 공공시스템과 공공서비스에 도입하려는 계획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것은 기존의 전자정부를 넘어
AI 기반의 지능형 정부로의 진화에 나서는 것인데, 상당수의 국민도 AI 기반의 공공서비스를 매우 기대하고 있어 정책 추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으로 지난 2월에 발표한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이 있다. 과학기술 부총리,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국민주권정부의 핵심적 AI 거버넌스라고 할 수 있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에서 수립한 본 계획에는
‘AI 혁신 생태계 조성, 범국가 AI 기반 대전환, 글로벌 AI 기본사회 기여’ 등 3대 축과 99개 실행 과제가 담겨 있다. 흔히 알고 있는 GPU·AI반도체 등 AI인프라 확보, AI인재 양성, 국가대표
AI모델 개발 등과 함께 제조업, 국방, 문화콘텐츠, 공공행정 등 전 분야의 AI전환(AX)이 주요 전략으로 담겨 있으며, 그중에서도 공공행정 부문은 AI업무관리 플랫폼, 고부가가치 데이터 개방, AI기반 통합
민원서비스 등을 추진하기로 되어 있어 공공행정 부문의 AI기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지방정부 및 지방공공기관들도 공공행정에 AI를 도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다양한 영역에서 AI정책을 선도하고 있다. 2025년 2월, AI 7대 핵심전략으로 인재양성, 인프라
조성, 투자 확대, 산업 간 융복합, 글로벌화, 시민 확산, 행정혁신을 제시한 가운데, 일찍이 양재동에 AI허브를 마련하여 AI산업을 육성해 왔고, AI행정 추진계획을 통해 서울시 행정 전반에 AI를 도입하기 위한
체계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왔다. 또한, AI윤리지침을 제정하여 공공성, 공정성, 투명성, 책임성, 안전성이 확보된 안전한 AI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경기도, 부산시, 광주시 등의 여러 지방정부가
AI행정을 추진하기 위한 조직을 정비하고, 제도 마련, 교육, 산업 지원 등의 다양한 정책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규모가 매우 중요한 AI 사업에서 통합적이고 일관적인 AI전환 전략이 추진되기보다는 각 정부
및 기관별로 제각각의 정책 및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며, 이에 따라 규모 있는 AI사업이 적고, 실질적인 도입 수준에서 기관별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지방공공기관 AI 전환의 현실
작년만 해도 기업들조차 AI 도입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 왔다. 전 세계 2천 명 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IBM 기업가치연구소(IBV) 글로벌 CEO 연구에 따르면, 상당수의 CEO가 AI가 가져올 변화 가능성에
대해 크게 공감하면서도(글로벌 CEO 68%, 국내 CEO 78%), 도전적으로 AI기술을 도입하려 하는 CEO는 글로벌의 경우 64%, 국내의 경우에는 52%로 낮았다. 특히, 국내 CEO들의 경우 변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운영에 대한 부담으로 보수적 경향을 보였는데, 이것은 예산, 데이터, 인재 확보의 어려움이 큰 원인을 작용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기업들의 분위기는 확연히 바뀌고 있다. AI가 더 이상
고려의 대상이 아닌 생존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에 AI를 내부 업무에 도입하고, AI를 활용한 서비스·제품을 개발하는 등 과감한 투자로 사활을 걸고 있다.
한편, 공공행정 부문의 경우도 비슷한 원인으로 AI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기관 간에도 격차를 보이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의 ‘공공부문 인공지능 활용현황 실태조사(2023년)’에 따르면,
광역지방자치단체의 AI 도입률은 82.4%에 달하는 반면, 지방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 전체 AI 도입률은 50.7%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조사가 없지만 지방공공기관만을 별도로 조사한다면,
그 격차가 더욱 클 것으로 예측된다. 민간 부문과 유사하게 공공행정 부문의 경우에도 AI도입이 어려운 원인은 예산, 데이터, 인재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도 그러한 점을 체감하고 있는데, 2023년 서울시 공무원 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AI도입의 애로사항으로 전문인력 및 기술력 부족을 제일 먼저 꼽았고, 예산 부족, 보안 문제,
학습데이터 확보 및 데이터의 양과 질 순으로 답변하였다. 국내외 공공부문을 조사한 타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유사한 도입 애로사항(예산, 데이터, 인재)이 존재함에도
민간과 공공행정 간 AI 도입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는 같은 애로사항이라도 체감 정도가 다르고, 법·제도가 AI 시대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로 인해 공공행정의 AI
도입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조적 제약 요인 진단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예산, 데이터, 인재 부족 등 AI도입 애로사항은 중앙과 지방, 그리고 기관 규모에 따른 AI 도입 격차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첫째, 예산적 한계에 대해 살펴보면 당연히 절대 예산 규모
차이가 격차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AI 특성을 고려하면 더욱 그 문제가 두드러진다. AI의 경우, 초기 구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운영 과정에서 비롯되는 컴퓨팅자원 활용 비용, 지속적인 데이터 학습을 통한
내용 최신화 및 성능 고도화를 해야 하는 과업 연속성이 중요한데, 지방공공기관은 신규 예산을 편성하더라도 일회성 구축 비용에 치중되어 있어 지속적인 최신화, 고도화를 위한 운영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를
안고 있다.
둘째, 데이터 품질 또한 애로사항이다. 지방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데이터는 표준화율이 낮아 AI학습에 즉시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실제 AI 서비스 도입 전 데이터 정제에만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효율성 저하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셋째, 인재 불균형 또한 AI도입 애로사항 중 하나이다. ICT인력의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해 서울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공공기관은 AI 전문인력을 채용하거나 유지하는 데 심각한 제약을 받는다. 이에 공공부문
내 AI 전담조직을 갖춘 비중은 점진적으로 늘고 있으나, 지방 현장에서는 전문성을갖춘 인력을 채용하거나 기존 인력의 재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지막으로, 법·제도와 현실 간 괴리 문제도 어려운 부분이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은 엄격한 보안을 요구하는 반면, AI혁신을 위한 데이터 활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방공공기관은 중앙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대응 역량이 부족하여 혁신적인 외부 AI 솔루션을 도입하고 싶어도 보안 가이드라인 준수라는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는 기술적·제도적 고립 상태에 놓여 있다. 결국 지방공공기관의 AI 도입은 단순한 기술
도입의 문제를 넘어 예산 지속성과 데이터 표준화, 그리고 지역적 한계를 극복할 인재 결핍, 법·제도적 준비 부재라는 구조적 제약들에 직면해 있다.
AI와 데이터 기반 공공서비스 가능성
이러한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 및 지방공공기관의 AI 도입은 점차 증가하고 있고, 추후에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물론 사회 전반적인 AI 확산 분위기가 견인한 바 크지만, AI 도입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차별화된 지방정부·지방공공기관의 특성을 고려한 AI도입 확산 전략이 필요하다. 그것은 아마도 비교적 열세인 자원(예산·인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함과 동시에 생활밀착
접점이라는 특성을 고려한 지방정부만의 AI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이 될 것이다.
실제로 연구조사에서 이러한 점을 나타내는 각 기관들의 노력들이 드러나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의 ‘2024년 공공기관 AI 도입현황 연구’에 따르면, 중앙정부 및 국가기관은 정보화계획 수립부터 모델
개발, 보유데이터에 특화된 AI서비스 개발 등을 추진하는 반면, 지방정부는 교통, 교육, 육아, 보건, 의료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단위 시스템 개발 위주 사업이 상대적으로 많은 양상을 보였다. 또한,
특정 지자체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시도가 많았는데, 적은 예산으로 국민 체감이 높은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서울시도 국민 생활 밀접 분야의 AI서비스 개발이 늘어나고 있다. 2026년 기준
총 61개의 AI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주로 민원, 안전, 건축 등의 분야가 많다. 주목할 점은 이미 살펴본 여러 구조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지방공공기관이 꼭 담당해야 할 민생, 생활 밀접 분야 AI
도입 시도는 계속해서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AI 전환 촉진을 위한 협력
여기에서 짚을 점은 지방정부·지방공공기관 간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AI 사업은 자원, 데이터, 예산 등에서 양적 규모가 매우 중요한 사업이기도 하고, 도입 초기인 관계로 전략적·규범적 프레임워크도 확립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민간 부문에서는 이미 현대차가 보스톤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콘텐츠 기업인 소니가 자동차 기업인 혼다와 협력하여 자율주행 사업을 추진하는 등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협력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공공행정 부문에서도 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매개를 통해 기관 간 규모의 한계를 보완하고, 각자의 우수사례를 공유하여 벤치마킹하는 등 협력의 노력들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AI재단은 협력을 위한 2개의 플랫폼을 운영 중에 있다. 서울 상암동에 있는 서울AI스마트시티센터는 서울시의 AI행정 추진 사례와 서울시 소재 스타트업의 우수한 AI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지방정부·공공기관과 해외 공무원들이 다녀가 벤치마킹 및 협력의 기반이 되어가고 있다. 매년 개최하고 있는 AI행정혁신포럼은 우리나라 지방정부 및 지방공공기관의 우수한 AI정책 및 사례를 공유하는 포럼이며, 정책적 협력 및 네트워킹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향후 공공 AI 혁신 전략
아직까지 공공행정 부문에서 AI 혁신을 위해 최종 합의된 프레임워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예산, 데이터, 인재 등의 구조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생활밀착 분야 AI서비스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공공행정
부문만의 AI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 다행히 이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여러 정책적 논의와 연구들이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마지막 장에서는 이러한 논의와 연구들을 바탕으로 공공행정 부문에서 고려해야 할
AI 혁신 전략을 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적·윤리적 측면을 포함한 다섯 개 단계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AI시스템 개발을 위한 사전 기획(Planning)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떠밀리듯이 유행처럼 도입하는 AI시스템이 아니라 무엇을 해결해야 할지 문제 탐색을 통해 적합한 기획을 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시스템 사용자인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과정을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다음 발굴해 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AI시스템이 적합한 수단인지를 판단하는 운영 적합성 평가가 필요하다. 이어 해결해야 할 문제의 성격에
맞게 목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또한, 설계된 AI시스템이 실제로 잘 운영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 기술·조직 준비 수준을 진단해야 한다. 보유 데이터, 보유 인프라 등이 기술적 준비도의 판단기준이고, 전문
인력, 조직 구성, 제도 등이 조직적 준비도의 판단기준이 될 것이다.
둘째, AI 시스템 구축(Implementation)이다. AI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학습데이터를 준비하고, AI 모델을 채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특히, AI 모델 채택에 있어서 우리만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내부 시스템에 자체 구축할 것인지, 상용 AI 모델을 활용해 서비스를 연계·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은 예산, 데이터 준비상황, 시스템의 지속가능성, 서비스 유형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해야
한다.
셋째, 실험과 파일럿테스트(Test)이다. 실험과 파일럿테스트는 AI시스템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인 절차이다. 특히, AI시스템은 기존 ICT와 달리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실험과
파일럿테스트를 통해 정확성, 완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생활밀착 분야 대민서비스 중심의 지방 공공행정 부문의 서비스는 국민들의 반응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실험과 파일럿테스트 과정을 보다 중요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혁신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윈윈하는 것도 중요한데, 지방정부 및 지방공공기관은 행정현장을 혁신기업에 제공하여 기술 고도화를 도모할 수 있고, 혁신기업들은 최신의 AI솔루션을
행정현장에 제공하여 공공서비스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인프라(Infra)는 공공 AI시스템 개발 과정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차원으로 인프라 준비도가 높을수록 AI시스템 구축과 운영이 활성화될 수 있다. 인프라는 단순히 하드웨어나 기술 관련 인프라뿐만 아니라
AI 도입 수용성과 관련 있는 조직 문화, 제도 등의 비기술적 요인들도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위험 예방(Risk)은 공공 AI시스템 개발 및 활용으로 인해 비롯될 사회적·윤리적 위험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처방안을 포함한다. 특히, 생성형AI가 급속하게 확산됨에 따라 위험의 범위와 파급효과가
예상보다 훨씬 커진 상황이어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개인정보 침해, 학습데이터 편향성, 저작권 침해, 데이터 보안, 사이버공격, AI모델의 빅테크 독점 등 공공 AI시스템 개발·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러한 위험들을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

주성환
서울AI재단
AI혁신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