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에서
지방공기업의 인사·조직관리는 디지털 전환과 생성형 인공지능 확산, 인력구성 변화 등 환경 변화 속에서 ‘직원경험(Employee Experience, EX)’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기존의 규정·절차 중심 관리만으로는 우수 인재 확보와 조직몰입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서비스의 품질은 직원이 일하는 방식과 환경, 즉 업무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직원경험은 조직 운영 전반을 재설계하는 핵심 기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직원경험은 단순한 복지 확대를 넘어 인사관리와 조직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지방공공기관에 적용 가능한 직원경험 혁신의 방향과 주요 과제를 살펴본다.
직원경험(EX)의 개념
직원경험은 조직의 채용, 배치, 협업, 평가, 성장, 보상, 퇴직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직원이 겪는 상호작용의 총합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유의할 점은 ‘직원경험’은 ‘직원만족’ 혹은 ‘직무만족’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다. 또한 ‘직원경험 강화’가 반드시 ‘직원복지 강화’와 결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니다. 직원경험은 단순한 만족이나 복리 차원을 넘어 조직이 일하는 방식과 지원체계를 직원의 관점에서 전사적으로 다시
설계하는 접근이다. 즉, 직원이 조직 안에서 어떤 절차를 거치고, 누구와 상호작용하며, 어떤 시스템을 사용하고, 어떤 감정을 경험하는가를 설계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개념이다.
실무적으로 직원경험은 다음의 두 가지 차원으로 정리해 본다.
첫째, 직원의 채용-온보딩-입직-이동/승진-퇴직(전직)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 관점”에서 바라보는 관점이다. 가령, 공공조직이 임용자의 “선발부터 퇴직까지” 주기별,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을 전사적으로 설계하고
가이드를 발간하는 등 HR 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이는 <표 1>과 같이 직원여정의 각 단계에서 주요 점검 사항을 도출·검토하고, 각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주체, 우선순위,
예상효과, 소요자원, 실무적 체크리스트 등을 마련하는 관리활동을 수반한다.
둘째, 직원경험(EX)의 대표적인 다섯 가지 영역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바라보는 관점이다.
① 첫째는 업무경험이다. 이는 업무목표와 역할이 얼마나 분명한지, 보고와 결재 절차가 과도하지 않은지, 회의와 협업 방식이 실제 성과 창출에 도움이 되는지를 포함한다. 직원이 “무엇을,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때 업무 경험은 향상된다.
표 1. 직원 여정 기반 직원경험(EX) 설계의 예시
| 여정 단계 | 주요점검 사항(예시) |
|---|---|
| 채용/지원 | 채용공고·직무설명, 지원자 Q&A, 면접 안내/경험, 합격 통보, 입사 전(pre-boarding) 커뮤니케이션 등 |
| 온보딩 초기 | 첫 출근, 출입/보안, 계정/권한, 안전교육, 조직·업무 소개, 버디/멘토 배치 등 |
| 입직 후 정착기 | 초기 성과 정의, 업무마찰 제거, 팀 협업 규칙, 민원·사고 대응 후 회복방안 등 |
| 몰입·소진 변곡점 | 현재 상황 점검(웰보딩), 업무량·교대·안전부담 재평가, 역량 갭 진단, 커리어/학습 계획 등 |
| 이동·승진 (전환) | 부서 이동, 직무 전환, 승진(관리자 전환 포함), 권한 변경, 관계 재설정 등 재온보딩 관련 사항 |
| 퇴직·전직(이탈 및 전수) | 퇴직 의사 표명, 퇴직면담, 지식전수, 계정 회수, 후속 채용/대체, 동문(alumni) 혹은 기수 네트워크 관리 등 |
② 둘째는 관계경험이다. 이는 상사와 동료, 타 부서와의 상호작용에서 존중과 신뢰가 작동하는지를 의미한다. 특히 중간관리자의 피드백, 업무 배분, 갈등 조정 방식은 직원 경험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접점이라고 할
수 있다.
③ 셋째는 디지털경험이다. 이는 인사시스템, 전자결재, 협업도구, 내부 포털과 같은 디지털 환경이 일을 더 쉽게 만드는지, 혹은 더 번거롭게 만드는지를 의미한다. 디지털 전환이 곧바로 직원경험의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는 업무 마찰을 줄일 때 비로소 긍정적 경험이 형성된다.
④ 넷째는 성장경험이다. 이는 교육훈련, 경력개발, 직무이동, 승진, 직무학습의 경로가 얼마나 분명하게 설계되어 있는가와 관련된다. 조직 안에서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가”가 보일 때 직원은 조직에 머무를
이유를 더 분명히 느끼게 된다.
⑤ 다섯째는 회복경험이다. 이는 유연근무, 건강관리, 심리적 안전, 휴식과 회복의 지원 등을 포함한다. 공공조직에서 회복경험은 단지 복지 차원의 부가요소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과를 위한 기반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요컨대, 직원경험은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더 잘 일하게 만드는 환경’을 설계하는 것과 관련된다. 이러한 점에서 직원경험은 조직문화와 복무관리, 교육훈련, 디지털 전환, 리더십,
노사관계 등과 분리된 단일 제도가 아니라, 이들을 관통하는 운영원리로 보아야 한다. 이때 핵심은 “복지제도의 추가”가 아니라, 각 여정단계 및 영역별로 “마찰을 줄이는 운영개선”을 꾀하는 데에 있다.
표 2. 직원경험(EX)의 다섯 가지 영역 매트릭스
| 영역 | 대표 현장마찰 지점(예시) | 개선방안(예시) |
|---|---|---|
| 업무 | 보고·결재 중복, 회의 과다, 업무범위 불명확(규정 간 혼선) 등 | 업무범위 1페이지 표준화 반복보고 폐지 또는 통합(프로세스 정리) |
| 관계 | 위계적 소통, 피드백 부재, 파벌(조직정치), 신규/전입 고립 등 | 버디/멘토 제도 팀장 주간 15분 체크인 표준화 |
| 디지털 | 시스템 불편·중복 입력, 권한 발급 지연 등 | 디지털 자동화(RPA) 구축 중복 입력 요소 분석 및 효율화 |
| 성장 | 경력경로 불명확, 교육 단절, 이동 시 재학습 부담 등 | 직무-역량-교육 맵 구축 이동/승진 재온보딩(Re-onboarding) 메뉴얼 구축 |
| 회복 | 교대 피로·소진, 민원/사고 후유, 연차 사용 장벽 등 | 팀내 상호정서 지원 및 고충관리 체계 고도화 등 |
공기업(공공기관)에서 직원경험(EX) 혁신의 난점 및 제안
공공기관은 민간기업과 달리 조직 운영에서 법·제도와 예산, 감사, 경영평가, 노사관계, 대외적 책무성 등 다층적인 제약을 받는다. 특히 지방공기업의 경우에는 이에 더하여 현장직과 사무직의 혼재,
교대·당직·민원대응 업무, 안전책임, 지역사회와의 이해관계, 상대적으로 제한된 인사전문 인력 등의 현실적 조건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민간 부문에서 주목받아 왔던 직원경험 혁신 기법을
그대로 원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본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지방공공기관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을 중심으로 직원경험 혁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첫째, 직원의 ‘여정(journey)’을 기준으로 인사관리 체계를 전사적 혹은 통합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많은 기관이 채용, 임용, 교육, 평가, 보상, 퇴직을 각각의 제도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으나, 직원
입장에서 조직은 이러한 제도의 묶음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된 경험으로 인식된다. 가령, 신규직원은 채용공고 단계에서 기관의 이미지를 경험하고, 임용 직후에는 온보딩을 통해 조직의 첫인상을 형성하며, 입직 후
3개월과 6개월 사이에는 실질적인 적응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지방공공기관은 최소한 ‘채용 이전-입직 직후-90일-6개월-이동·승진-퇴직’으로 이어지는 직원 여정을 기준으로 핵심 접점을 설계해야 한다.
최근 인사혁신처가 온보딩 가이드북을 발간하고, 고양시가 신규자 온보딩과 6개월차 웰보딩, 승진자·팀장·퇴직예정자 교육을 포함한 생애주기형 체계를 운영하는 것1)은 이러한 관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실무적으로는 입직 초기의 체크리스트, 버디·멘토 제도, 관리자 1:1 면담, 입직 후 90일 적응점검, 6개월 후속면담 등을 제도화하는 방식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직원의 상사(관리자)에 대한 경험과 디지털 업무환경을 직원경험(EX) 혁신의 핵심적인 접점으로 보아야 한다. 직원이 조직을 떠올릴 때 가장 자주 마주하는 것은 추상적인 ‘기관’이 아니라 자신의 상사와 매일
사용하는 업무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관련하여 영국의 공무원제(civil service)는 “직원경험 개선 = 효과적인 직속 선임자(관리자)”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외부에서 검증된 관리역량 기준을 도입해 우선 관리자
집단의 상당수를 2025년까지 인증 또는 인증 과정에 두겠다는 내용을 공무원 혁신계획에 명시하고 있다.2) 지방공기업에서도 관리자 교육을 단순한 리더십 강의 수준에 머물게 하지 말고,
업무배분, 피드백, 갈등조정, 심리적 안전, 유연근무 운영, 신규직원 적응지원과 같은 구체적 관리행동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지표 등과 연계하여 관리해야 한다. 또한 더하여 동시에 디지털 전환 역시 시스템 도입
자체가 아니라 업무상 마찰 제거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가령, 캐나다 정부가 인사·급여 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단일 플랫폼과 단계적 도입, 위험 최소화를 중시하고 있는 점, 서울시가 반복 행정업무를 AI와
RPA로 자동화하여 직원이 보다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도록 한 점 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방공기업도 거창한 디지털 전환 계획에 앞서 인사·복무·승인 절차의 간소화, 반복 민원·보고업무의 자동화, 내부 포털의
사용자 중심 개편 등 작지만 직원경험 관점에서 체감도 높은 개선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직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상향적 운영방식을 조직운영의 상시체계로 제도화해야 한다. 공기업에서의 직원경험은 연
1회의 상시적인 만족도 조사만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실제 문제는 입직 초기, 관리자 교체 시점, 부서이동 직후, 과도한 업무집중 시기, 민원·안전사고 이후와 같은 특정 접점에서 비상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공기업은 정기 설문조사에 더해 소규모 펄스(pulse) 조사3), 퇴직면담, 익명 제안채널, 리버스 멘토링, 라운드테이블, 관리자 체크인 미팅 등 소규모의 다각적인
운영방식으로 상시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관련하여, 가령 NHS England가 직원이 직접 체감하는 문제를 바탕으로 ‘People Promise’(직원대상 가치·약속 체계)를 운영하고,
유연근무, 건강지원, 경청 전략, 팀 경험 개선 등을 묶음으로 추진하여 이직률 개선 성과를 낸 사례나 뉴사우스웨일스(NSW) 정부가 ‘People Matter Employee Survey’를 통해 현재의 관리,
리더십, 참여, 포용, 부당행위 등 직원의 조직경험 전반을 매년 점검하는 사례는 좋은 참고가 된다고 본다. 국내에서도 여수시도시관리공단은 디지털 기반 익명 의견수렴과 리버스 멘토링을 통해 개선과제를 관리하고
있고, 양천구시설관리공단은 혁신 주니어보드를 공식화하여 직원 주도형 소통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큰 예산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어 벤치마킹의 실익이 있다고 본다.
요컨대 지방공공기관의 직원경험(EX) 혁신은 화려한 복지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이 조직과 만나는 주요 접점의 마찰을 줄이고, 필요한 지원을 제때 제공하며,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일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에 완성되기 어렵지만, 채용경쟁력 제고, 조기이탈 방지, 조직몰입 향상, 협업 활성화, 대민서비스 품질 개선 등 다양한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시민이 체감하는
공공서비스의 경험은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권향원
아주대학교 행정학과
과학기술 정책대학원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