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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Spring

이슈 진단

지방행정 환경변화에 따른 미래지향적
지방행정체제 개편 방향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지향점과 성과를 얻기 위한 조건들

지방행정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미 총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했고, 수도권 인구는 비수도권을 넘어섰으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농촌에서 대도시로의 이동은 공간적 인구 편차를 심화시키고 있고, 인구소멸위험 지역이 전체 지방자치단체의 거의 절반에 달하고 있다. 이로 인해 행정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자치단체가 양산되고 있고, 인구 유지를 위한 지역 간 제로섬 게임 양상의 경쟁을 야기하고 있으며, 행정서비스 제공의 비효율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러한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현재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단기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다. 향후 20년은 인구적 측면에서 이미 정해진 미래로 볼 수 있기에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적어도 20년 이상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구상해야 한다. 이에 미래지향적인 지방행정체제 개편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지방행정 환경변화의 세 가지 흐름

첫째, 국가 전체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으로 지방소멸의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2020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고, 2041년에는 5천만 명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20년부터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초과했으며, 이러한 변화는 향후 20년간 지속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구구조 또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초고령화사회로의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어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초과하게 되고, 20년 뒤에는 고령인구 비중이 무려 3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저출산 문제로 인해 20년 뒤에는 0~14세 인구 비율이 8%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국가 전체의 인구구조 변화보다 더 심각한 것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 농촌지역에서 대도시로의 지속적인 인구 이동으로 인한 공간적 인구 편차의 심화다. 이미 2020년에 인구소멸지수에 따른 소멸위험 지역이 시군구 기준으로 45.9%, 읍면동 기준으로 48.3%에 달했는데, 소멸위험 지역은 향후 2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인구 측면에서의 대변화는 지역 주민에게 기본적인 행정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하기 어려운 지방자치단체를 양산하게 될 것이고, 지역 내 인구 유지를 위해 지역 간에 불필요한 제로섬 게임 양상의 무한경쟁을 부추길 것이다. 인구감소 지역의 증가는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저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한 공무원과 예산의 고정적 비용 지출로 인해 행정적 비효율을 증가시켜서 궁극적으로는 고도성장기를 지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국가 경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둘째, 분절적 행정구역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비용의 증가다. 인구가 집중되고 있는 수도권과 대도시에서는 생활권이 확장되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구역은 경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거비용이 상승하고 광역교통 연결망의 미비로 이동에 있어서 주민들의 불편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동일 생활권임에도 불구하고 환경기초시설 입지 관련 지역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고, 문화, 의료, 관광 시설 등에서는 오히려 지역 간에 불필요한 중복 투자가 발생하고 있다. 국가정책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고, 새만금개발사업에서와 같이 관할권 분쟁이 격화되어 정책 실행이 지연되고 있어 이로 인해 정책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셋째, 산업 및 교통의 발달로 주민의 실질생활권의 범위가 대폭 확대되었지만, 지방행정체제는 배타적인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실제 행정수요를 반영하고 있지 못한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행정서비스 제공의 단위도 단순히 보충성의 원칙을 전통적 의미로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되었다. 전통적 의미의 보충성의 원칙은, 행정서비스의 제공은 공간적으로 주민과 좀 더 밀착해 있는 기초자치단체의 권한으로 보는 것이 우선이고, 광역자치단체는 기초자치단체가 수행할 수 없는 사무에 대하여, 그리고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만 예외적인 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보충성 원칙의 새로운 해석은 공간적 밀착성이 아니라 주민의 입장에서 편익이 큰 경우라면 중앙정부가 직접 혹은 민관협력을 통해 행정서비스를 먼저 제공하고 오히려 광역자치단체나 기초자치단체는 보충적으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때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지향점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과정은 지방행정 환경변화에 따라 현재 그리고 닥쳐올 미래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서 궁극적으로 이루어내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적의 대안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즉,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 있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 상황이 어떠한지, 문제가 왜 발생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한 추진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되도록 명확한 근거를 통해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정체제 개편안은 오직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목표와 개편안이 일대일이 아니라 다대다로 연계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이 현재와 미래의 어떠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을지 논거 기반으로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지방행정 환경변화는 결국 우리 국토와 삶에 있어 시공간의 축소를 가져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전국적으로 고르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적으로 편향되게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현행 지방행정체제는 초광역화되어 가는 삶의 패턴을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으며 절대적 인구감소라는 상황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의 기존 중심지는 그 중심성을 조금씩 상실해 가면서 수도권으로 쏠림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농촌지역은 인구의 급감으로 행정의 비효율이 발생하고 인프라는 노후화되어 행정서비스의 양적·질적 저하로 귀결되고 있다. 결국, 미래 환경변화를 고려한 문제 해결 방향은 초광역권에 부합하는 행정체제 구축, 개별도시가 아닌 (대)도시권 단위의 연계 협력 거버넌스 형성, 효율적인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한 행정계층구조 개편으로 요약된다.

행정체제 개편에서 검토해야 하는 대안들

첫째, 권역별 성장 거점 육성 및 강화를 통한 다극체계 형성이 필요하다. 광역시·도간 대한민국이라는 운동장을 넓게 쓰기 위해서는 비수도권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도권 일극체계와 경쟁하는 다극체계를 형성해야 한다. 정부정책과 지역시책들이 광역시·도의 경계를 넘기 어려운 상황에서 광역시는 권역의 성장거점으로서의 기능이 점점 약화되어 가고 있다. 또한, 새로 성장하는 대도시가 있더라도 충분한 권한과 기능이 부여되지 않아 권역 내 신성장거점으로 육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전국을 몇 개의 초광역권으로 나누기 위해 광역시·도를 통합하거나 초광역 특별지방자치단체를 활성화하고, 비수도권 거점 대도시(특례시)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정책이 검토되어야 한다.

둘째, 자치단체 간 통합 및 연계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비수도권은 인구감소·초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예상되고 경제구조 전환과 교통·통신의 발달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재정상태가 열악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괴리도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행정 환경변화에 자치단체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어렵고 비효율적이다. 그럼에도 경직되고 분절적인 현행 행정구역 체계로 인해 각 자치단체는 독자적인 이해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법적 지위가 보장된 자치단체의 행정·재정적 비효율을 중앙정부가 직접적으로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비효율성이 높아지는 과소 시군구의 통합을 촉진하고, 생활권이 확장된 특·광역시 중심으로 연접 시군 간 구역 변경을 추진하며,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특별지방자치단체를 활성화하는 정책이 검토되어야 한다.

셋째, 자치단체 간 계층 및 기능 고도화를 통한 행정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기능 조성, 자치계층의 재검토, 하부행정기구(읍면동)의 효율화가 필요하다. 대도시와 인구과소지역이 처해 있는 주민 삶의 문제는 같지 않을 것이기에 당연히 행정체제 개편 방식도 달라야 할 것이다. 대도시 행정은 많은 인구에 대한 행정서비스의 제공이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대도시 주변 지역으로 생활권이 확장되는 사회경제적 생활패턴의 변화를 담아낼 수 있도록 지방행정체계가 개편되어야 한다. 반면 과소지역의 행정은 적은 인구에 대해서 기본적인 생활행정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광역자치계층과 기초자치계층 간에 획일적으로 설정된 수행 기능 배분 구조를 대도시와 과소지역 간에 차별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행정체제 개편의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지방행정 개편을 위한 중요한 고려 사항

과거에 정부가 추진했던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행정구역의 통합에 국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을 세우고 여기에 맞춰서 일괄적인 구역통합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행정통합은 단순히 복수의 지방자치단체를 하나로 합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구의 조정, 지방의원 수의 감소, 지방자치단체 조직의 대대적인 개편, 공무원 인사 체계의 변화 등 매우 다양한 이해관계가 걸려있고, 주민의 관점에서도 각종 사회단체의 변화는 물론 청사 위치의 변화로 인한 관련 상권에의 영향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큰 변화를 주게 되어 향후 지역개발 방향의 변화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방행정체제의 개편 대안들은 획일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되고, 지역별 문제를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방안이 강구되도록 지역맞춤형으로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개편과제들은 개별적, 배타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체계화되어 지역에 최적인 개편안을 도출해야 한다. 심지어 동일 광역 권역 내에서도 다양한 방식이 지역맞춤형으로 구상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상황의 문제점이 무엇인지와 이러한 문제점이 향후 어떻게 더 악화될 수 있을지, 그리고 현 행정체제가 이러한 문제점에 대응하는 데 왜 취약한지에 대해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모두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에 다수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하여 복수의 대안을 검토하고, 이를 공론화 과정을 통해 주민과 함께 논의·결정해 나가는 것이 지역사회의 수용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사실 어떠한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을 설계해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완벽한 방안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지역 내에서도 지역 전체에 큰 편익을 가져다준다 해도 그 안에서는 손해를 보는 구성원도 있을 수 있다.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되는 방안이 모든 지역에 동일하게 편익을 가져다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현재의 지방행정체제가 지속될 때 미래에 지역 주민의 삶의 질 제고와 국가 경쟁력 향상에 걸림돌이 된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궁극적으로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관련 법률이 제정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대한 고려가 우선시되어 합리적인 선택이 왜곡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홍준현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
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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