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전략을 아침으로 먹는다
최근 조직 운영에서 ‘전략(Strategy)’ 못지않게 ‘조직문화(Culture)’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탁월한 전략보다도 구성원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결정하는 조직문화가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는 전략을 아침으로 먹는다 (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라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문을 의역하면 “문화는 전략을 앞선다”가 된다. 과연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이며, 지방공공기관의 조직문화에는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 또한, 공공기관이 좀 더 건강한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글. 편집실

지방공공기관 조직문화의 특성과 문제점
조직문화란 구성원의 신념과 가치관, 인습, 환경 등이 어떤 체계나 분위기로 굳어 조직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 한마디로 조직 내에서 ‘암묵적으로 공유되는 가치관·규범’이다. 지방공공기관의 조직문화는 공공성을 중시하면서도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는
조직 운영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신뢰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지만, 변화와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로 되어 있으며, 절차와 형평성을 강조하는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공정한 행정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새로운 전략 도입과 신속한 실행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조직문화에서 나타나는 주요 문제점 중 하나는 경직된 사고방식이다. 지방공공기관에서는 기존의 관행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새로운 접근 방식이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조직 내에서 쉽게 수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형식적인 혁신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변화와 혁신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보여주기식 개혁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내부 동기부여의 부족도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조직 구성원들이 전략과 변화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조직 전체의
역량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강한 문화에서는 책임 회피가 만연해지고, 이는 결국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실행 가능한 해결방안
① 현장 중심의 조직문화 개선: 단순히 관리자 중심의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주도적으로 조직문화 개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조직문화 개선 TF팀을 구성하여 직원들이 직접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실행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또한, 특정 부서나 지역에서 성공적인 변화를 이루었다면, 이를 전체 조직으로 확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② 의사결정 구조의 수평화: 기존의 복잡한 보고 체계를 간소화하고, 실무자가 더 많은 자율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원 페이지 보고’ 시스템을 도입하여 불필요한 서류 작업을 줄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정기적인 ‘타운홀 미팅(town hall meeting)’으로 리더와 직원 간의 직접적인 소통을 활성화하면 조직 내 개방성과 신뢰가 향상될 것이다.
③ 가치 중심 조직문화 조성: 공공기관의 특성상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주민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직원 평가 기준을 ‘성과 중심’에서 ‘가치 실현’ 중심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단순한 성과지표(KPI) 대신, 주민 피드백을 반영한 평가제도를 운영하면 조직 구성원들이 공공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④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업무 혁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면 반복적인 업무 부담을 줄이고, 직원들이 좀 더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스마트워크 시스템이나 비대면 협업 툴을 적극 활용하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조직의 유연성을 강화할 수 있다.
⑤ 심리적 안정감 조성을 위한 피드백 문화 구축: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창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건설적인 피드백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피드백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익명 의견 수렴 플랫폼’을 도입하면 좀 더 솔직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또한, 실수를 처벌하는 대신 이를 학습 기회로 삼는 ‘실패 공유 워크숍’을 운영하면 직원들이 도전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전략보다 문화가 먼저다
지방공공기관이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전략뿐만 아니라 조직문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전략이 있어도, 조직문화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실행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결국, 성공적인 전략 실행을 위해서는 조직문화가 전략을 지지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제 지방공공기관은 전략을 수립하기에 앞서 조직문화의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이 전략이 조직문화와 잘 맞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건강한 조직문화는 강력한 전략을 가능하게 하며, 궁극적으로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된다.
지방공공기관이 진정한 변화를 이루고자 한다면, 전략보다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