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친환경 생산으로
기후위기가 일상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특히 먹는샘물 분야 1위 브랜드 ‘제주삼다수’를 생산·판매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사장 백경훈, 이하 공사)는 공기업으로서 환경적 책임이 더욱 크다. 공사는 ‘친환경 혁신을 통한 지속가능 경영 구현’을 비전으로 삼고, 생산·판매·소비 전 단계에 ESG를 적용한 친환경 Value Chain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감축, 자원순환 확산, 재활용 산업 연계, 디지털 기반 회수 시스템 구축까지 친환경 생태계 전반을 혁신하고 있다.
글. 원준석(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경영혁신팀 과장)
추진 배경
기후위기와 제주형 친환경 패러다임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국민의 안전과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핵심 리스크가 되었다. 정부도 탄소중립을 국정의 중요한 축으로 삼으며, ESG 경영을 공공·민간 모두에 요구하고 있다.
제주삼다수는 국내 먹는샘물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브랜드다. 동시에 업계 유일의 공기업으로서 민간기업보다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과 모범을 요구받고 있다. 공사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플라스틱 제로섬 제주’ 정책과 탄소중립 목표에 부응하는 제주형 친환경
생산 패러다임을 구축하고자 했다. 이에 생산 단계의 감량, 판매 단계의 정보 제공 방식, 소비자의 참여, 자원순환 협력, 디지털 기반 회수 시스템까지 이어지는 Value Chain 전체를 점검하고 단계별 혁신 과제를 실행에 옮겼다.
표 1. 친환경 Value Chain 혁신 체계
| 단계 | 주요 내용 |
|---|---|
| 생산 혁신 | 플라스틱 절감, 용기 경량화, 친환경 소재 전환 |
| 판매 구조 변화 | 무라벨 제품 도입, 상품 정보 디지털 제공 |
| 소비자 참여 확대 | QR 기반 친환경 소비문화 확산 |
| 자원 순환 체계 구축 | 민·관·학 협업 기반 회수·재활용 모델 |
| 디지털 기반 확장 | 회수 플랫폼 구축 및 사용자 참여형 모델 운영 |
Value Chain ①
생산·판매 – 캡 QR코드로 완성한 진짜 무라벨
1995년 제정된 먹는물관리법에 따라 샘물 제품은 성분 정보 등을 반드시 표시해야 했다. 이 때문에 무라벨 제품은 낱개 판매가 어려워 사실상 묶음 포장에 한해서만 ‘반쪽짜리 무라벨’로 선보일 수 있었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규제가 친환경 전환에는 장벽이 되고
있었던 셈이다.
공사는 진정한 무라벨 제품을 구현하기 위해 환경부 등 관계기관과 논의를 거듭했다. 소비자 정보 제공과 친환경 포장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대안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끝에, 업계 최초로 캡(병뚜껑)에 QR코드를 적용한 무라벨 제주삼다수를 선보였다. 고객은 휴대전화로
뚜껑의 QR코드를 인식해 성분·원산지·안전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제도적으로 인정받아 법령 개정까지 이끌어 냈다.
캡 QR코드 무라벨 제품 도입으로 공사는 2023~2024년 생산량 기준 플라스틱 라벨 약 112톤을 절감했다. 무라벨 제품 비중도 환경부 권고 기준의 2.6배 수준까지 확대했다. 향후 업계 전반으로 확산된다면 더 많은 플라스틱 라벨이 줄어들 것이며, 음료 전반으로 확장될
경우 플라스틱 감축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공사는 QR코드를 단순 정보 제공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 확산의 매개로 활용하고 있다. 플라스틱 라벨의 작은 표기 공간을 대신해 QR코드를 통해 공익 캠페인과 연계된 영상과 콘텐츠를 제공한다. 장기실종아동의 얼굴을 AI로 복원한 영상 등을 QR코드로 노출해 고객이
물 한 병을 마시는 행위가 환경보호와 사회적 관심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러한 혁신은 정부로부터 우수 ESG 모델로 인정받아 2025년 제5회 적극행정 유공 국민훈장 석류장 수상으로 이어졌다.
Value Chain ②
친환경 R&D – 용기 경량화로 플라스틱·탄소를 동시에 줄이다
자원순환 생태계는 생산 단계에서의 감량 노력에서 출발한다. 공사는 R&D 부서를 중심으로 병의 강도와 품질을 유지하면서 플라스틱 투입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를 매년 이어왔다. 해상·육상 운송 과정에서도 병 찌그러짐이나 품질 저하가 발생하지 않아야 해 까다로운 과정을 반복해야
했지만, 2024년 마침내 제주삼다수 전 품종의 용기 경량화를 달성했다.
그 결과 공사는 연간 플라스틱 3,400톤, 탄소배출량 23,341tCO₂eq 감축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기존에 종이와 PP(폴리프로필렌) 복합재질로 제작되던 제품 손잡이를 PP 단일 재질로 개선해 분리배출 편의성을 높였다. 소비자가 보다 쉽게 분리배출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서 자원순환 가치 확산에 기여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공사는 한국환경공단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획득하며 친환경 패키징 선도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Value Chain ③
자원순환 – 민·관·학 ‘그린서클’로 재탄생까지 연결
재활용을 의미하는 리사이클과 재탄생을 뜻하는 업사이클은 자원순환의 가장 높은 단계다. 공사는 분리배출–수거–재탄생까지 전 과정을 개별 노력에 맡기지 않고 민·관·학 협력 기반의 ‘그린서클’로 구축했다.
육상에서는 도내 주요 관광지·공항·호텔 등이 장소를 제공하면 공사와 협업한 업체가 폐페트병 자동수거보상기를 설치해 방문객의 분리배출을 유도한다. 해양에서는 2020년부터 어선·수협·해양경찰과 협력해 조업 활동 중 사용한 페트병을 되가져오는 캠페인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렇게 수거된 폐페트병은 노스페이스·디스커버리 등의 의류 브랜드와 협업해 재생 섬유 의류로 재탄생했다. 2024년에는 국내 최대 패션 행사인 서울패션위크와 협업해 수거 페트병으로 제작한 재생 섬유 컬렉션을 선보였고, ‘돌고돌아 제주삼다수’ 참여형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자원순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공사의 활동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수거와 재활용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자원순환 생태계의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
이러한 해양환경 보호 노력을 인정받아 공사는 2025년 제72주년 해양경찰의 날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더불어 바다로 유입되기 전 플라스틱을 수거·재활용하는 과정을 검증하는 국제 친환경 인증인 OBP(Ocean Bound Plastic) 인증을 2023년부터 국내 식음료
업계에서 유일하게 취득·유지하고 있다.
Value Chain ④
디지털 – 사용자 중심 회수 플랫폼과 플로깅 생태계
자원순환이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공사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사용자 친화적인 회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공사가 운영 중인 ‘제주삼다수 가정배송 플랫폼’은 재구매율이 약 78%에 이르는 충성 고객 기반을 갖추고 있다. 공사는 판매사인 광동제약, 운송사 CJ대한통운, 재생소재 전문업체 수퍼빈과 협업해 추가 배송 시 기존에 사용한 폐페트병을 함께 회수하는 ‘RE:PLAY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앱을 통한 회수량은 2022년 약 8톤에서 2024년 약 14톤으로 꾸준히 증가하며, 제주삼다수 유통망을 활용한 전국 단위 확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공사는 제주도·제주자원봉사센터와 협력해 전국 최초로 플로깅 통합관리 플랫폼을 구축했다. 사용자는 앱을 통해 원하는 날짜와 지역을 선택해 조깅과 쓰레기 줍기를 병행하는 플로깅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활동 실적은 1365 자원봉사포털과 연동되어 자동으로 봉사시간으로
인정된다.
플랫폼은 2025년 6월 출시 이후 11월 6일 기준 약 5개월 동안 3,075명 참여, 약 16톤의 쓰레기 수거를 기록했다. 공사는 사용자가 입력한 수거량·위치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쓰레기 수거 정책에 데이터 행정을 접목해 보다 체계적인 환경정책 수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제주형 친환경 패러다임, 미래를 향한 약속
공사의 친환경 Value Chain 혁신은 공기업이 앞장서 생산·유통·소비·회수 전 과정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플라스틱 감량, 탄소배출 저감,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 디지털 기반 시민참여 플랫폼 구축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제주에서 시작된 친환경 경영 패러다임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백경훈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사장
우리 공사는 지금의 기후위기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제주삼다수를 비롯한 모든 제품과 경영활동에 친환경 철학을 반영해 ‘탄소를 덜 배출하는 공장, 자원을 다시 순환시키는 사회,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사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실천적 ESG 경영기관으로서 제주의 자연 가치를 지키고, 미래 세대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줄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