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등의 증거 확보를 위한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이 일상화되며 지방공공기관에서도 대화 녹음과 관련된 분쟁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증거 확보 목적의 녹음부터 감사·인사 관리 과정에서의 녹음까지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녹음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잘못된 방식의 녹음은 형사처벌뿐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본 글에서는 대화 녹음의 법적 쟁점과 지방공공기관의 대응 방향을 정리한다.
문제의 소재
지방공공기관에서 대화 녹음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을 활용하여 업무 등과 관련한 모든 통화를 녹음하기도 하며, 자신이 참여하는 각종 회의에서도 대화 일체를 녹음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등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나 그와 같은 혐의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대화를 녹음하는 상황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편, 감사 또는 인사노무 담당부서에서는 소속 직원의 비위행위를 밝히거나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직원들의 대화 등을 몰래 녹음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대화의 녹음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녹음 그 자체를 이유로 민·형사상의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그와 같이 녹음된 자료 역시 모두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하에서는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형사처벌의 문제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통신비밀보호법, 형사소송법,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한 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 대화의 녹음을 금지하고 있고, 같은 법 제4조는 제3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제4조의 규정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녹음에 관하여 이를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3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와 그에 의하여 지득한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대법원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그 대화를 하는 타인들 간의 발언을 녹음 또는 청취해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이다. 따라서 3인 간의 대화에서 그중 한 사람이 그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경우에 다른 두 사람의 발언은 그 녹음자 또는 청취자에 대한 관계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타인 간의 대화’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녹음 또는 청취하는 행위 및 그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도16404 판결)라고 하였으며,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고,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인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 8. 31. 선고 2020도1007 판결).
구체적인 사안에서 회사가 노조위원장과 성명불상자와의 대화를 녹음한 것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에 해당하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하였으며(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7두22344 판결), 9명이 있는 교회 사무실에서 3명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한 대화 내용을 휴대전화로 녹음하여 교회 장로에게 카카오톡으로 전송한 것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고 누설한 것으로 보았다(대법원 2022. 8. 31. 선고 2020도1007 판결).
반면, 회의실 내부에 있던 사람이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사안에서, 녹음자와 발언자가 대화를 나누었고, 발언자가 회의실의 전체 인원이 자신의 발언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발언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타인 간의 대화’라고 할 수 없다고 보았으며(춘천지방법원
2020. 8. 18. 선고 2020구합50520 판결), 공공기관 사무실에서 실장이 부하직원 2명과 대화를 나누며 욕설을 하자 이를 녹음하여 인사팀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한 사안에서, 가로 7.4m, 세로 6.4m의 사무실 규모로 봤을 때 다른 직원들도 그 대화를
들을 수 있는 상황이므로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거나 누설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구지방법원 2024. 4. 2. 선고 2024고합3 판결).
요컨대, 녹음자가 대화의 당사자로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경우에 그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경우에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또한, 그 녹음된 자료는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설령, 정당행위 등 위법성 조각사유가 인정되어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25. 6. 5. 선고 2025도4144 판결).
반면, 녹음자가 대화의 당사자로 대화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그 대화를 몰래 녹음하더라도 그 녹음 행위만으로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자신이 당사자로 참여해 나누는 대화는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니기 때문에 몰래 녹음을 하더라도 그 녹음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처벌되지
않는 것이다. 전화 통화를 녹음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녹취한 자료를 제3자에게 배포하거나 공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구체적·개별적 사안에 따라 살펴보아야겠지만, 녹음된 자료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이 들어있는
등의 경우에는 명예훼손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민사책임의 문제
「민법」 제750조에 따라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한 행위를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 가해자는 손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 대법원은 “사람은 자신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사항을 함부로 타인에게 공개당하지 아니할 법적 이익을 가지므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사항은 비밀로서 보호되어야 하고, 이를 부당하게 공개하는 것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다36725 판결 등). 그리고 하급심 법원에서는 “피녹음자의 동의 없이 전화통화 상대방의 통화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여 녹취서를 작성하는 것은 피녹음자의 승낙이 추정되거나 정당방위 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헌법 제10조 제1문과 제17조에서 보장하는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위
침해는 그것이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녹음하였다는 사유만으로는 정당화되지 아니한다.”라고 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13. 8. 22. 선고 2013나8981 판결 등).
다만, “녹음자에게 비밀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 또는 이익이 있고 녹음자의 비밀녹음이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녹음자의 비밀녹음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처럼 녹음자의 비밀녹음이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비밀녹음으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그 중대성, 비밀녹음의 필요성과 효과성, 비밀녹음의 보충성과 긴급성, 녹음 방법의 상당성,
비밀녹음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의 내용과 그 중대성, 침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하였다(대구지방법원 2022. 1. 13. 선고 2021나316060 판결 등).
해당 사건은 고등학교 행정실 직원인 피고가 행정실장의 직장 내 괴롭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같은 학교 연구부장인 원고와 통화하면서 원고의 발언 내용을 동의 없이 녹취했고 이를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이를 증거로 제출하자, 반대로 원고가
피고는 원고와의 통화내용을 몰래 녹음한 뒤 그 녹취록을 관련 민사소송에 증거로 제출함으로써 원고의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였지만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요컨대,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동의 없는 녹음이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되어야 하지 않으며, 동의 없이 실시한 녹음을 해야 할 필요성과 긴급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해당 녹음 내용이 피녹음자의 내밀한 사생활이나 비밀영역을 침해하지 않아야 하며, 이를
소송이나 수사 등을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여야 할 것이다.
지방공공기관의 대응
현실적으로 직원들의 녹음 행위를 원천적으로 통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공공기관은 직원 사이에 비밀녹음 등을 둘러싸고 민·형사상의 분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안내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직원들 간의 대화를 비밀로 녹음하는 경우에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직원 상호 간에 불신을 야기해 직장 내 화합을 해치는 것으로써 상호인격존중의무, 품위유지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징계사유가 될 수 있음을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대구고등법원 2021. 1. 22. 선고 2020누2562 판결 등).
그리고 지방공공기관이 당사자가 되어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을 이유로 해당 비밀녹음 자료를 제출하거나 수집하는 경우에도 유의가 필요하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비밀 녹음 자료 이외에 비위행위를 증명할 수 있는 다른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해당 비위행위를 이유로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을 것이다. 하물며, 그와 같은 자료를 징계 등의 자료로 활용하는 경우에는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할 수 있다.
지방공공기관은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을 신고를 접수하거나 그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2항). 그 외의 비위행위 접수 시에도 기업 질서 유지를 위하여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이에 감사 또는 인사노무 담당자들은 녹음자료가 증거로 제출되거나 이를 별도로 수집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증거를 사용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을 고려하여 비위행위를 증명할 수 있는 다른
증거들을 수집하여야 할 것이다.

장호진
지방공기업평가원
연구위원·법학박사·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