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가 다시 말을 건네는 계절 ‘글로벌 해양수도’를
부산은 쓸쓸한 가을 문턱을 넘어 찬 바람이 부는 겨울에 언제나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화려했던 여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보이는 부산의 겨울은 담백하다. 시끌벅적함 대신 담담한 여백이 있고, 불타는 태양 대신 청정한 야경, 뜨거운 백사장 대신 차분히 가라앉은 바다의 결이 있다. 맑고 평온한 겨울 바다와 함께 동백섬을 붉게 물들이는 동백꽃이 장관을 이루는 부산으로 떠나보자.
글. 고영민 사진. 한국관광공사, 부산광역시
‘글로벌 해양 허브도시’로 도약
도시마다 각각의 꿈을 품고 있는데, 부산의 비전은 ‘글로벌 해양수도’다. 해양수산부 이전은 그 비전을 실현하는 디딤판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AI 중심의 해양산업 기술 혁신, 해양 금융허브 조성, 북극항로 개척을 통한 물류 허브화 등 다방면에서 글로벌 해양수도로
발돋움하기
위한 정책들이 실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부산시는 ‘글로벌 해양 허브도시 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글로벌 해양 허브 도시(Global Maritime Hub City)’로서 핵심 전략을 본격 가동했다. 이와 관련된 세부 사업들은 문화관광 및 해양관광과도 연결된다.
글로벌 해양관광도시 기반을 구축하고 ‘복합 해양레저관광 도시’로서 변모하기 위해 해양관광 콘텐츠와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예컨대 ‘수륙양용버스’, ‘해상택시’와 같은 새로운 해양관광 수단을 도입할 계획이며, 크루즈 관광 활성화, 해양레저와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을 전략
과제로
삼고 있다.
또, 국제 관광도시로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야간 관광도시, 글로벌 미식 관광도시 등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장기 체류형 콘텐츠 개발, 지역 특화 콘텐츠도 강화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항만·해양 인프라(항만, 항만 배후단지, 해양산업 클러스터 등)와 관광
인프라(크루즈, 해양레저, 해상택시 등)를 연계해 도시 공간을 재편하려는 계획이 포함된다. 단순 관광도시가 아닌 ‘해양경제’, ‘관광’, ‘생활’이 융합된 복합 도시로 만들려는 청사진이다.
미쉐린가이드에 선정된 부산 맛집은?
부산관광공사, ‘글로벌 미식 관광도시 부산’ 브랜딩
금강산도 식후경! 볼거리, 즐길 거리 많은 부산을 둘러보기 전 허기진 배를 채워보자. 이왕 채우는 것, 부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면 금상첨화! 바로 미쉐린가이드에 선정된 맛집. 2025년 미쉐린가이드의 두 번째 에디션이 발표됐는데, 총
48곳의
부산 레스토랑이 ‘미쉐린가이드 서울&부산 2025’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선정된 3개의 1스타 레스토랑(모리, 팔레트, 피오또)은 모두 그 지위를 유지했으며, 가성비 맛집을 뜻하는 ‘빕 구르망’ 레스토랑 19곳(신규 4곳), 미쉐린이 선정한
좋은
식당을 의미하는 ‘셀렉티드’ 레스토랑 26곳(신규 2곳)이 선정됐다.
부산관광공사는 미식 콘텐츠 발굴과 홍보를 통해 ‘글로벌 미식 관광도시 부산’을 브랜딩해 나갈 예정인데, 최근 부산의 미쉐린가이드 식당과 지역 식당들이 손잡고 새로운 미식 콘텐츠를 선보이는 ‘부산 고메 셀렉션(Busan Gourmet
Selection,
11~12월)’을 진행했다. 행사는 미쉐린가이드 부산 등재 식당과 지역 식당이 각자의 대표(시그니처) 메뉴를 새롭게 재해석하거나 공동으로 메뉴를 개발해 선보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 미쉐린가이드 부산 2025 선정 레스토랑:
busan.go.kr/depart/busan-food
부산을 둘러보는 최고의 방법
부산관광공사 인기 상품 ‘부산시티투어’
2층 순환버스 ‘부산시티투어버스’ 티켓 한 장으로 야경 명소를 비롯해 부산의 주요 관광지를 편리하게 둘러볼 수 있다. 부산시티투어는 레드라인, 그린라인, 오렌지라인의 순환형 코스와 야경투어, 서부산·동부산 등의 테마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레드라인
(부산역↔해운대 순환)은 해운대, 광안리 등을 경유하는 해안 코스이며, 그린라인(부산역↔태종대)은 태종대, 흰여울 문화마을, 오륙도 스카이워크 등 영도 지역을 중심으로 운행한다. 오렌지라인(부산역↔다대포)은 다대포 해수욕장, 감천문화마을 등을
방문하는
서부산 테마 코스로 운영된다. 홈페이지 사전 예약으로 운영되는 야경투어(부산역↔부산항대교)는 오픈형 버스를 타고 주요 스팟(광안리, 송도)에서 포토타임(10분)도 즐길 수 있다.
※ 부산시티투어:
https://citytourbusan.com
어둠이 내리면 더욱 빛나는 부산
청량한 바람에 더욱 선명해진 야경은 겨울에만 경험할 수 있는 부산의 매력 포인트. 동백섬에서 바라보는 광안대교와 누리마루, 해운대 엘시티 야경과 마린시티 마천루, 북항 친수공원에서 바라보는 부산항대교 등 야경 스팟은 다양하지만 역시 ‘광안리–마린시티’ 라인이 가장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야경 맛집이다. 특히, 광안리 해수욕장은 광안대교를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대표적인 명소로, 해변을 거닐며 야경을 즐기거나 근처 카페나 식당에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도 있다.
‘더베이101’은 동백섬 입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화려한 ‘마린시티’ 야경을 만날 수 있다. 야외 테라스에서 식사나 음료를 즐기며 야경을 만끽할 수 있고, 요트 투어업체도 있어 요트 체험도 가능하다. ‘동백공원’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마린시티와 광안대교가 어우러진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누리마루 주변과 동백섬 지하 주차장을 지나면 물에 비친 야경을 사진으로 남기기 좋다. 이외에도 해상 케이블카와 색다른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송도 구름산책로’, 알록달록한 마을 불빛이 마치 동화 속 장면을 연상케 하는 ‘감천문화마을’, 낙동강 하구
낙조와
서부산권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아미산 전망대’도 부산을 대표하는 야경 명소다.
골목과 시장, 도시재생이 만든 겨울 산책길
눈부신 화려함도 좋지만, 부산의 역사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감천·흰여울·산복도로·국제시장을 잇는 원도심 여행을 추천한다. 즐거움이 넘치는 해변과 탄성이 절로 나오는 마천루 뒤편에는 오랜 시간 도시를 지탱해 온 골목과 시장, 언덕배기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계단
위
겹겹이 쌓인 시간 속에 다양한 벽화와 예술적 감성이 어우러진 ‘감천문화마을’은 해외까지 널리 알려진 산책 코스다. 언덕 위 층층이 쌓인 집들, 좁은 골목길, 곳곳에 놓인 각양각색의 예술 작품들이 ‘조화롭지만 똑같진 않은’ 화이부동(和而不同)
의 미학을 느끼게 한다. 바다를 향해 열린 전망 포인트, 작은 갤러리, 작업실과 공방, 커피 향이 진한 카페 등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영도 ‘흰여울문화마을’은 해안 절벽을 따라 형성된 마을로, 좁다란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집과 집 사이로 바다가 보이고 소라껍데기에서 들리는 듯한 파도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오션뷰가 돋보이는 카페 창가에 앉아 있으면 멀리 지나가는 배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아늑한
수평선이 한
장의 풍경으로 겹친다.
중구 대청동 메리놀병원 앞에서 동구 초량동 입구까지 1,820m 구간에 걸친 망양로가 그 유명한 ‘산복도로’다. 산복도로 일대는 국제시장, 자갈치, 부평깡통시장 등이 시장벨트를 형성하고 있으며, 부산의 어제와 오늘을 오감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야간에 찾으면
도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로 변한다. 이곳에서 겨울 부산의 또 다른 얼굴, 사람과 음식, 상인의 활기를 느낄 수 있다. 따뜻한 국물과 해산물 요리, 튀김과 어묵, 시장 특유의 활기찬 언어들이 겨울밤 공기를 채운다. 부산관광공사는 이 구간을 잇는 야간 시장투어, 미식
스탬프
투어, 청년상인 특화 메뉴 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원도심과 시장이 관광의 이익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겨울날 부산 앞 바다는 차갑지만, 도시의 온기는 따뜻하다. 찬 바람 사이로 스며든 불빛과 사람들, 시장과 골목의 기운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산업도시에서 해양관광도시로, 관람형 관광에서 해양레저 등 체험·체류형 관광으로, K-관광의 무대로 주목받는 부산은 “겨울이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