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공기관

2025. Winter

이슈 진단

지방공공기관의
AI 도입과 활용 전략

AI 행정 혁신 시대, 공공AX의 방향과 과제

국가적 차원의 AI 전환(AX) 흐름 속에서 지방공공기관은 AI를 어떻게 도입하고 활용해야 할까? 이 글에서는 지방공공기관이 고민해야 할 핵심 방향과 전략적 고려 사항을 짚어보고자 한다. 전 지구적 AI 대전환 시대에 공공서비스 전달의 최일선에 있는 지방공공기관의 AI 활용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다. 중앙정부 주도의 혁신과 괴리되지 않으면서 지역 특수성을 반영한 효율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전략적 도입 방향: 무엇을,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지역 맞춤형 AI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공AI 도입의 대전환기, 이른바 공공AX(공공 부문 AI 전환)를 맞아 지방공공기관은 중앙정부의 공공부문 초거대 AI 도입·활용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삼되, 이를 기계적으로 따르기보다 지역의 여건과 수요를 반영한 전략적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앙-지방 간, 그리고 지방 간 AI 역량 격차를 줄이고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일이 핵심 과제로 부상한다.

AI 역량 격차 해소와 규모의 경제

공공AX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는 중앙-지방 간, 지역 간 AI 역량 차이이며, 이 격차가 향후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앙정부가 강력하게 AI 전환을 드라이브하고 있는 것과 달리 지방공공기관은 상대적으로 AI 리터러시 수준이 낮고 내부 규제나 조직 문화의 제약으로 인해 혁신에 동참하는 속도가 더딘 경우가 많다.

또한 지방공공기관은 자체적으로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하거나 막대한 인프라에 투자할 재정적·기술적 여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행정안전부가 추진 중인 범정부 AI 공통 기반 구축 사업(2025~2026년, 예산 약 100억 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민간의 우수 AI 모델을 중복 투자 없이 빠르게 도입할 수 있도록 AI 서비스 개발·운영 환경(PPP존)과 AI 공통 서비스(문서 초안 작성, 통·번역, 민원 상담 등)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지방공공기관은 기술적·재정적 제약을 극복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초기 도입 비용과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창의적인 실험과 시행착오의 지속도 중요하다. 지방공공기관 차원의 창의적이고 지엽적인 시도(국지적 실험)가 단순한 일회성 프로젝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역에 특화된 민원 데이터, 지리 정보 데이터 등을 활용해 AI 특화 서비스를 개발하되, 이를 범정부 플랫폼과 연계해 기술 표준과 우수사례를 공유·확산하는 체계 속에 두어야 한다. 혁신 사례가 개별 기관 안에 고립되지 않고, 전국적 혁신 프레임워크에 기여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다.

공공AI 활용 영역: 선택과 집중 전략

지방공공기관은 AI를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주민 삶의 질 향상과 행정 효율성 제고라는 명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적 도구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특히 다음과 같은 핵심 영역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첫째, 데이터 기반 정책 의사결정의 고도화다. 지방공공기관이 보유한 각종 데이터를 AI로 정밀하게 분석해 복지 사각지대 발굴, 취약계층 선별, 지역사회 문제 예측 등에 활용해야 한다. 특히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복지 서비스 지원 가구를 선별하고, 민원 데이터와 다양한 인프라 데이터를 연계 분석해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 수립에 반영하는 일은 이제 필수적이다.

둘째, 도시·교통·환경·재난 등 핵심 인프라 관리와 안전 대응이다.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도로 교통 상황을 자동 분석하고 교통 정체를 완화하며, 특정 지역과 시간대별 범죄 패턴을 예측해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는 등 AI를 활용한 예방적 행정이 요구된다. 또한 환경 모니터링과 재난 발생 예측 시스템을 구축해 각종 재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사회 안전과 관리 영역에 AI를 우선 적용해야 한다. 이는 주민이 체감하는 서비스 개선으로 직결된다.

셋째, 단순·반복 민원 업무의 지능형 전환이다. 단순 반복적인 민원 상담과 접수 업무를 AI 챗봇이나 음성 AI(AI Contact Center)로 전환해 시간과 장소 제약 없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행정 인력의 업무 피로도를 줄이고, 확보된 인력을 복잡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며 인간적 공감 능력이 중요한 업무에 재배치함으로써 행정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공공AX와 공공가치: 기술보다 중요한 것

지방공공기관은 AI를 도입할 때 기술적 혁신 못지않게 AI가 초래할 수 있는 윤리적·법적·사회적 위험을 관리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공공부문의 특성상 신뢰성, 책무성, 안정성, 대응성과 같은 공공가치(public values)는 민간 부문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AI 위험에 대한 사전 예방과 대응 체계 구축

AI의 위험 요소는 지방공공기관의 행정 서비스에 심각한 오류를 가져와 국민 신뢰를 저하시킬 수 있다. AI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처럼 생성하는 환각(hallucination)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공공서비스에 적용되는 AI 모델에 공공데이터 특화 학습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최종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출력물에 대해 반드시 인간 검토(human-in-the-loop) 절차를 의무화하고, AI가 생성한 결과물임을 알리는 고지 의무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학습 데이터에 내재된 편견과 차별이 행정서비스의 불공정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garbage-in-garbage-out 위험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AI 모델을 적용하기 전 데이터 수집·학습 과정에서 데이터의 편향성을 정기적으로 진단하고 조정하는 등 투명성 강화 노력이 필수적이다.

공공AI 영향평가제와 윤리 가이드라인

행정안전부가 도입을 검토 중인 공공AI 영향평가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공공기관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더불어 기관 차원에서 자체적인 사전 검증 절차를 철저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AI기본법은 위험성이 있는 AI에 대해 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지방공공기관은 프라이버시, 신뢰성 등 공공부문의 특성을 반영한 복잡하고 역동적인 공공가치를 AI 모델에 담고 이를 해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 ‘사회의 공공선’, ‘기술의 합목적성’과 같은 주요 원칙을 포함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공공AI 윤리 가이드라인도 수립해야 한다. 이때 가이드라인은 선언적 헌장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적용 기준과 위험 관리 체계를 담아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 가능한 형태로 구체화해야 한다. 향후 ‘인공지능 및 데이터 기반 행정법’으로 개정될 법안에 포함된 ‘AI책임관’ 제도에 적합한 인재를 발굴하는 일도 중요하다.

인재 양성과 조직 문화 혁신: AX 성공의 관건

AI 기술을 도입했다고 해서 지방공공기관의 AX가 자동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의 역량 강화와 조직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공공부문 직무 역량의 재정의를 요구한다.

AI 리터러시 강화와 내부 전문가 육성

AI 리터러시 수준이 높지 않다는 현실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지방공공기관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단계적인 AI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먼저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AI 기술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AI 기초 교육을 실시해 AI 활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직무 특성상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직원의 비율이 많지 않더라도 AI 활용에 대한 이해도 제고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나아가 실제 업무에서 AI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을 집중하고, 조직 내 AI 챔피언을 양성해 노하우를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해커톤 방식의 AI 특화 경진대회를 통해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AI 학습을 일상화하는 기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AI 활용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에는 향후 감사·징계 과정에서 면책 규정을 명문화해 직원들의 적극적인 활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단계적·입체적인 AI 업무 성과 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그 성과에 대해 승진·승급, 업무 시간 혜택 등 적절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파격적인 인사 제도로 AI 전문 인력 확보

민간과의 경쟁에서 AI 인재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지만, 지방공공기관도 자체적인 파격적 인사 제도 혁신을 통해 AI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AI 관련 직위에 전문 직위를 적극 지정하고, AI 직렬을 신설하거나 기존 전산 직렬 담당자의 직무 역량을 AI 중심으로 개편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개방형 직위 임용 기간 제한을 완화하거나 폐지하고, 우수 인재 추천제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임기제 직원의 일반직 전환을 도입·활성화하고, 연봉 상한을 유연하게 조정하며, 업무 시간 유연화를 확대하는 등 혁신적인 인사·보상 제도를 통해 민간의 우수 AI 인재를 공공부문으로 유입시킬 필요가 있다.

AI와 상생하는 업무 문화

AI 도입의 성공 여부는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활용하는 업무 문화에 달려 있다. 문서주의, 형식주의, 절차주의 등 오랜 기간 축적되어 온 경로의존적(path dependence) 행정 관행을 혁신해야 한다. 현재 한글 문서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같은 비효율적 업무 방식을 개선하고, AI가 연계된 지능형 업무관리 플랫폼과 이메일·메신저·영상회의 등 협업 도구를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대면 소통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고 데이터 기반의 효율적 업무 방식을 정착시켜야 한다.

AI Agent에서 Agentic AI로: 미래를 내다보는 시야

지방공공기관의 AX는 단기적인 효율성 증대를 넘어 업무 방식의 근본적 혁신을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AI Agent(미리 정의된 목표를 수행하는 AI)를 넘어 향후 Agentic AI(보다 독립적으로 인지·추론·행동이 가능한 AI)로의 기술 발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앞으로 등장할 수 있는 AI 행정대리인이나 AI 직원과 같은 존재의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인정하고, 이에 따른 법적·제도적·시스템적 보완점을 중장기적으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지방공공기관의 AX는 공공가치를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환경 변화에 대한 애자일(agile)한 대응력을 높임으로써 지역 주민의 신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AI 도입 체크리스트
  • 기관 데이터 품질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가?
  • 개인정보 영향평가 기준을 충족하는가?
  • 민간 AI 도입 시 법적·보안 안정성 확보 가능한가?
  • Human-in-the-loop 검증 체계가 있는가?
  • AI 사용 결과에 대한 기록·로그 관리가 가능한가?
  • 직원 AI 교육 이수율은 70% 이상인가?
  • 기관별 특수 업무에 대한 AI 활용 계획이 존재하는가?
남태우

성균관대학교
국정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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