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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택트 시대
온라인 과몰입을 주의하라!
뭉치면 죽고 떨어지면 산다. 코로나 시대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그러나 사회라는 건 결국 사람이 모인 곳.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사람들은 연결(contact)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밖이 아닌 집에서 근무를 하고, 쇼핑을 하고 유튜브와 카카오톡을 들락거리는 시간이 훨씬 많아진 지금. 과몰입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할 때다. 온택트(ontact)시대,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건강하게 지키며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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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에 여성가족부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과몰입 문제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이러한 현상은 비단 청소년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와 온라인을 통한 '연결(On)'이 결합된 ‘온택트’ 시대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과몰입 중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온라인 게임 과몰입이다. 비록 여가활동으로서 온라인 게임의 역사는 짧은 편이지만, 그 영향력은 그 어떤 여가활동에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스마트폰 등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전자기기의 발전으로 이제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 게임은 사용자들에게 많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먼저, 온라인 게임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한 연구에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하루 중 게임 사용시간이 3.3시간 정도일 때 스트레스의 감소 효과가 가장 컸다. 또 온라인 게임은 사람들에게 친밀감 등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기회를 제공해 준다. 더불어 온라인 게임은 인지적으로 즐거운 경험을 선사해 준다.
한편, 온라인 게임은 사용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먼저, 폭력적인 온라인 게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폭력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져 공격적인 사고와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온라인 게임은 현실 도피적인 수단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온라인 게임에 과도하게 몰두할 경우, 게임중독의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온택트 시대에 온라인 과몰입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긍정적 중독과 부정적 중독을 지혜롭게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신과 의사인 윌리암 글래써(William Glasser)는 중독을 두 가지로 구분했다. ‘부정적 중독’은 일상생활에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약물 중독 혹은 알코올 중독 같은 것을 말한다. 반면에 ‘긍정적 중독(positive addiction)’은 취미 활동이나 운동처럼 도파민과 엔도르핀을 매개로 한 활동을 온전하게 즐기는 것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온라인 게임에 대한 과몰입은 ‘중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온라인 게임을 하는 동안 중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뇌의 보상추구 체계가 관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게이머들이 게임을 하는 동안 도파민이 분비된다. 놀라운 점은 이 때 분비되는 도파민의 양이 필로폰의 주성분인 암페타민(amphetamine)을 주사할 때만큼이나 많다는 것이다.
부정적 중독 현상의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욕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주체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부정적 중독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중독자가 실제로는 스스로 좋아하지도 않고 즐거워하지도 않는 활동에 맹목적으로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독에 관한 한 실험에서 마약중독자들이 스스로 원하는 만큼 주사를 맞을 수 있도록 했다. 단, 이 때 그들이 어떤 주사를 맞는 지에 대해서는 정보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주사를 맞은 후 어떤 기분이 드는 지를 말하도록 했다. 그 결과, 적당한 수준의 모르핀을 주사 맞는 경우 마약중독자들은 쾌감을 느낀다고 보고했으며 주사를 계속 맞고 싶어했다. 대조적으로 식염수 주사를 맞은 경우, 마약중독자들은 주사액이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놓았으며 더 이상 맞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모르핀을 극소량만 주사 맞았던 마약중독자들은 그 주사가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불평하면서도 스스로 즐기지 못하는 주사를 계속해서 맞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특히 세 번째 실험조건은 마약중독자들이 보이는 양상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마약중독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초기에 마약을 통해 경험했던 쾌락을 재경험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약물을 계속 사용하고 싶어 하는 욕망은 지속된다. 이처럼, 부정적 중독은 쾌감을 동반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지속될 수 있으며 당사자는 자신이 왜 특정 대상에 집착하게 되는 지 그 이유를 깨닫지 못할 수 있다.
대조적으로 긍정적 중독의 대표적인 예로는 하루라도 조깅을 하지 않거나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디게 되는 것을 들 수 있다. 긍정적 중독은 두 가지 형태로 우리가 행복감을 경험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첫째, 중독이 긍정적 효과를 낳는 측면이다. 긍정적 중독은 우리에게 ‘놀듯이 일하고 일하듯이 놀 줄 아는 몰입의 경험’을 선사해 줄 수 있다. 발달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사실 이러한 특성은 만 3세부터 7세 무렵 사이에 터득하게 되는 삶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유년기에 이러한 덕목을 터득하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그 이후의 단계에서도 얼마든지 인생이라는 학교에서 배움으로써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행복감을 경험하는 데 이처럼 놀듯이 일하고 또 일하듯이 놀 줄 아는 몰입의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긍정적 중독 과정을 통해 일과 여가활동이 하나의 활동으로 통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긍정적 중독은 우리에게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선물해 준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긍정적 중독 상태에 있는 동안 세상의 모든 근심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긍정적 중독 활동을 하는 순간에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사건이 머릿속에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건이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 상태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긍정적 중독은 백일몽에 잠기거나 술에 취함으로써 문제 상황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도피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이러한 일시적인 현실도피에서는 문제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 있다 하더라도 평생 해당 문제는 마치 유령처럼 당사자를 쫓아 다니게 된다. 시험기간에 공부하기가 싫어서 TV를 보는 학생은 시청하는 동안 머릿속이 시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 들어차 있기 때문에 온전하게 집중하기 어렵다. 대조적으로 긍정적 중독은 스트레스가 주는 고통과 불안으로부터 당사자를 온전하게 보호해 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온라인 과몰입을 특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부정적 중독이 아니라 긍정적 중독을 적극 활용하는 심리학적인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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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건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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