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보기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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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기업 사업의
수요 추정과
인디언 기우제
합리적인 방법으로
진화가 필요한 수요 추정
지방공기업의 사업도 수요 추정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수요 추정이 잘못된다면 지방 재정을 낭비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적자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담당 연구원은 자신의 추정이 틀릴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결국 비난은 타당성 검토를 수행했던 전문기관, 나아가서는 연구를 수행했던 연구원에게 돌아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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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해상 케이블카
출처 : singiru2000
전라남도 여수와 돌산도를 잇는 여수 해상케이블카의 수요 조사에 참여했던 연구원에게 들었던 이야기다. 연구원은 이모저모로 계산해 봐도 여수 해상 케이블카가 수지타산이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연구원은 간신히 유사 사례를 찾아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계산했는데, 개장한 직후 이 시설의 반응이 시원찮았다고 한다. 연구원은 자신의 수요 추정이 틀릴까봐 두려웠다. 그런데 이게 웬 걸? 2012년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 노래가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여수 해양 케이블카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방문했고, 지금은 여수 여행을 가면 꼭 한 번씩 타보는 명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만약 연구원이 보수적인 추정 근거에만 입각했다면, 우리는 여수 해상 케이블카를 즐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여수 밤바다’가 유쾌하게 수요를 맞춘 사례라면, 그 반대로 비용 예측의 실패 사례도 즐비하다. 덴마크 학자인 벤트 플리뷔아는 전 세계 교통 시설 사업의 90%는 비용이 과소 예측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비용 초과현상은 지난 7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았으며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고 데이터를 통해 주장했다.
플뤼비아는 한 발 더 나아가 과소 추정된 원인은 실수나 어쩔 수 없는 오류(error)가 아니라 의도적인 조작과 왜곡, 즉 사업의 성사를 위한 거짓 예측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1) 비용 추정의 오류와 유사하게 우리나라에서도 특히 교통 기반 시설을 둘러싼 수요 추정 부실에 대한 사회적 질타가 끊이지 않았다. 김해 경전철과 용인 경전철, 그리고 우면산 터널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수요 예측이란 그만큼 만만치 않은 영역이다.
지방공기업의 ‘야누스적’ 속성
지방공기업의 사업도 엄밀한 수요 추정이 필요하다. 수요가 과대 추정되면 지방 재정을 낭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자는 지방공기업의 ‘공공’이란 성격 때문에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주장의 이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방공기업의 이중성을 잠깐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방공기업은 약간은 모순되어 보이는 두 단어가 조합된 개념이다. ‘소리 없는 메아리’처럼, 공공(公共, public)과 기업(enterprise, 企業)이라는 서로 다른 목적을 추구할 것만 같은 두 단어의 조합처럼 느껴진다. 지방공기업은 말 그대로 공공의 목적을 위해서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기업이다. 목적상 이윤추구를 하는 지방공사도 있지만, 이윤추구를 본질적 목적으로 하지 않는 지방공단도 지방공기업에 해당된다.
지방공기업의 야누스적 성격 때문에 지방 공기업법에서는 지자체가 지방공기업을 설립하고자 할 때 전문기관의 타당성 검토를 받도록 하고 있다(지방공기업법 49조 3항). 설립 타당성 검토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지방공기업법 제2조제2항의 ‘경상수지50%’ 이상 충족이라는 타당성 판단 기준이다. 이 조항은 수입이 지나치게 부족한 공공시설을 무차별적으로 공기업으로 이관하여 지방재정이 부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하지만 일부는 이 조항의 실효성에 대해서 의심하고 있으며, 공익사업에서는 경상수지를 보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예컨대 생활폐기물 수거 사업의 경우 공공의 목적을 위해서 하는 사업이지만 사업을 통해서 수입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공익사업이다.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목적의 사업이지만 사업 수입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조항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지방공기업의 대상사업이 되지 못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지방공기업은 생활폐기물 수거 사업을 대상사업으로 채택해 운영하고 있다.
경상수지 50%는 만병통치약?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경상수지 50% 기준이 과하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좀 더 본질적인 문제는 경상수지 50%라는 기준 중에서 ‘사업수익’이라는 항목이 생각보다 쉽게 예상(forecast)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미 운영되고 있는 사업의 경우에는 추정(estimate)할 근거라도 있다. 통상 5년간 평균 수익을 계산해 일정한 비율로 수입이 증가하는 것으로 미래 수익을 계산한다. 그런데 소규모의 신규 사업인 경우에는 더욱 난감하다.
여수 해양 케이블카가 그 단적인 예다. 소규모의 특정 시설의 수요가 얼마나 될지는 엄밀한 의미에서 ‘측정(measure)’보다는 ‘예측(predict)’의 영역이다. 지방공기업의 설립을 간절히 원하는 지자체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수요를 과다 추정(overestimation)하고 ‘여수 밤바다’를 기다리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수요 추정은 필연적으로 논란을 야기한다. 경상남도에 있는 어떤 시설에서 매출이 이만큼 발생한다고 해서 똑같은 시설을 전라남도에 설치하였을 때 똑같은 매출이 발생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통계적 방법을 동원하면 동원할수록 더 많은 허점에 노출된다. ‘왜 여기랑 비교하지 않고 저기랑 했느냐’, ‘왜 이 기준으로 계산하지 않고 저 기준으로 했느냐’라는 등 얼마든지 시비 거리를 낳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예측이다.
수요 추정이 잘못되어 개장 이후에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시설이 많기 때문에 담당 연구원은 자신의 추정이 틀릴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왜냐하면 지자체에서는 수요가 충분하다고 강변하고, 연구원에게는 그 주장을 믿을 만한 데이터가 대체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행여나 어떠한 이유 때문에 수요가 과다 추정되어 시설에 파리가 날리고 있다면, 그 비난은 결국 타당성 검토를 수행했던 전문기관, 나아가서는 연구를 수행했던 연구원에게 돌아갈지도 모른다.

1) 강현수. 2013. 대형 공공사업에서 수요 및 비용 예측 실패 원인 및 해결 방안 벤트 플뤼비아(Bent Flyvbjerg)의 주장과 우리나라에 대한 시사점. 공간과 사회, 44(0) : 229-283. Flyvbjerg, B.. 2007. “Cost Overruns and Demand Shortfalls in Urban Rail and Other Infrastructure.” Transportation Planning and Technology, 30(1), pp.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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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P, 수요는 Q
수영장이나 박물관과 같은 문화·체육 시설의 수요를 추정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간단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수요를 추정하는 이유는 향후 매출을 추정하기 위한 것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매출은 P(가격) × Q(수량)으로 표현된다. 몇 명이 방문해서 가격(P)에 상품을 몇 개(Q) 구매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며, 관광 체육 시설의 경우 주로 P는 이용료, Q는 입장객으로 생각할 수 있다. 수요를 계산한다는 것은 입장객(Q)의 수를 계산한다는 의미다. 입장객을 계산하기 위한 방법론은 크게 중력 모형, 설문 조사, 그리고 공급 면적에 의한 방법이 대표적이다.
먼저 중력 모형은 아이작 뉴튼의 중력 법칙을 응용한 것으로 수요가 지역의 인구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모형이다. 이 방법의 장점은 인구가 많은 지역과 가까울수록 관광객이 많아지고, 인구가 많은 지역과 멀어지면 관광객이 줄어드는 지리적 효과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거리를 자동차 주행거리로 할 것인지 직선거리로 할 것인지, 또 인구가 넓게 지리적으로 분포하는데 특정 지점과의 거리를 어디로 설정할 것인지 등 실제로 적용할 때 보면 논란의 여지가 많이 생길 수 있다.
둘째, 설문 조사에 의한 방법으로 잠재 고객에게 방문 의사를 묻는 방법이다. 이것은 지리적 효과나 방문 의사가 모두 설문 응답자의 대답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가정하는 방식으로 예측력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설문 조사에 자주 간다고 응답해놓고 한 번도 안 가는 경우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공급 면적에 의한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연면적 8,000㎡의 체육시설이라면 유사시설의 연면적과 총 방문객을 평균으로 계산하고 연면적에 비례해 방문객이 방문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방법이다. 공급면적에 의한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추정방법이긴 하지만 이 역시 수요가 공급 면적에만 비례할 뿐 지역의 특성이나 시설 특성에 따른 효과는 전혀 반영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의외로 이 방법은 간단하지만 직관적으로 수요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종종 사용된다.
[그림 1] 중력 모형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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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방법론을 종합해보면, 수요 예측이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된다. 좀 더 근본적으로 2020년에 전 세계를 강타하고 아직까지 그 여파가 남아 있는 팬데믹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팬데믹이 사실상 종결 되었을 때, 국내의 관광 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것인지, 혹은 폭발적으로 늘어날지, 아니면 해외 여행만 폭발적으로 늘어날지 가늠하기 힘들다. 수요 추정은 위의 세 가지 방법이 사실상 모두 동원되며 그 안에서 가장 현실적인 안을 채택한다. 수요 예측은 미래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지뢰밭 사이를 걷는 것처럼 항상 아슬아슬하다.
수요를 추정했다 하더라도 또 하나의 복병은 가격이다.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가격은 가급적 저렴하게 책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공공요금이 지나치게 저렴하면 경상수지에 악영향을 주고, 경상수지가 낮으면 설립 타당성 검토 시에 불리하게 된다.
지방공기업의 사업이 경상수지 50%를 넘어서 타당성 검토의 법적 기준을 통과했다고 해서 지방공기업을 설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상수지 50%를 넘기게 되면 그 다음에는 경제적 타당성 검토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수요 추정이 어렵고 힘든 작업이기 때문에 그만큼 가치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예측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도 수요가 틀릴 수 있는데, 이와 같은 고통스러운 타당성 검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공기업이 난립하게 되면 지방재정의 악화로 이어질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요 추정은 비 올 때까지 인디언 기우제를 지내면서 기다리는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어렵더라도 점점 더 합리적인 방법으로 진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수요 측정과 전문기관의 독립성·전문성
다행히 AI 시대가 열리면서 향후 수요 추정이 조금 더 과학화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공공데이터 포털에는 구득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깊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수요 추정은 급속도로 과학화되고 있다. 수요추정의 품질이 올라가면 경상수지 50%를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더 많아질지 적어질지도 미지수다. 오히려 지방공기업 설립을 목적으로 하는 지자체 입장에서 울상을 지을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연구원으로서 필자도 AI가 수요 추정 방법론을 개선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나 디지털이 아무리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공기업 설립을 둘러싼 사람들의 속마음은 대변해줄 수가 없다. 객관적으로 공기업 설립이 득이 된다 하더라도 자신의 밥그릇을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마련이다. 그래서 연구원은 숫자로 수요를 재단하는 작업과 함께 그 숫자 이면에 숨겨진 민의(民意)를 해석해내려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전문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에 대한 보장 없이는 수요 추정 수치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 해석이 불가능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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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현
지방공기업평가원
투자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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