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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재산(일반재산)
양도를 금지한 조례의 적법성
서울고등법원 2020.9.9. 선고 2020누31066 판결
종래 지하도상가 임차인은 관리인(서울특별시장 또는 서울시설공단)의 허가를 받아 임차권을 양도할 수 있었는데, 2018년 개정 조항으로 인해 임차권 양도가 전면금지되었다. 이번 호에서는 공유재산 양도를 금지한 조례의 적법성에 대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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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의 경위
(1) 원고 회사들은 피고(서울특별시장)로부터 지하도상가의 관리·임대 권한을 수탁받기 위해 설립된 주식회사다. 나머지 원고들인 원고 임차인들은 피고로부터 지하도상가 점포를 임차한 자들이다. 서울특별시는 지하도상가의 관리·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하여 서울특별시 지하도상가 관리조례(이하 ‘이 사건 조례’라 한다)를 제정했는데, 2018년 7월 19일 이 사건 조례 제11조 제1항을 다음 표의 기재와 같이 개정하였다(이하, 개정 후 제11조 제1항을 가리켜 ‘이 사건 개정 조항’이라 한다).
개정 전 개정 후
제11조(임차권의 양도 등)
① 이 조례에 따라 발생한 권리나 의무를 양도하고자 하는 자는 미리 관리인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수탁자, 임차인, 그리고 양수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임대보증금 이외의 어떠한 보상이나 권리를 시장 또는 관리인에게 청구 또는 주장할 수 없다.
제11조(임차권의 양도 등)
① 임차인은 이 조례에 따라 발생한 권리나 의무를 타인에게 양도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종래 지하도상가 임차인은 관리인(서울특별시장 또는 서울시설공단)의 허가를 받아 임차권을 양도할 수 있었는데, 이 사건 개정조항으로 인해 임차권 양도가 전면금지되었다. 원고들은 이 사건 개정조항은 ① 법률 위임 없이 원고들의 권리를 제한하여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 ② 재량권 불행사, ③ 신뢰보호의 원칙 등에 반하는 위법이 있으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법원 판단의 요약
1심(서울행정법원 2019. 12. 19. 선고 2018구합81196 판결)과 원심(서울고등법원 2020. 9. 9. 선고 2020누31066 판결)은 원고 회사들의 청구에 대하여 원고 적격이 없다고 각하하였고, 원고 임차인들의 청구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본안 판단을 이유로 기각하였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두49423 판결) 심리불속행기각으로 확정되었다.
(1) 이 사건 개정조항은 본래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이하, ‘공유재산법’이라 한다) 등에 의하여 허용되지 않는 일반재산에 대한 임차권 양도 금지를 선언하고 확인하는 것일 뿐 주민들의 권리를 새롭게 제한하거나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개정조항이 지방자치법 제22조에 반하는 무효라고 할 수 없다.
(2) 이 사건 개정조항은 불법권리금을 근절하고 일반재산의 사유화로 인하여 사회적 형평에 배치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반재산에 대한 임차권의 양도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며, 임차권양도는 공유재산법령 등에 의하여 허용되지 않는 것이므로 이 사건 개정조항이 임차권의 양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거기에 재량권을 행사할 여지도 없다.
(3) 이 사건 개정조항이 제정되기 전까지 임차권의 양도를 허용한 서울특별시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의 규정 내용은 공유재산법령 등에 반하는 위법한 것으로서 그러한 위법한 상태의 존속에 대한 신뢰가 보호 가치가 있는 신뢰라고 보기 어려운 점, 지하도상가 개별 점포의 임차권 양도가 사실상 허용되어 온 관행이 존재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더 나아가 피고가 불법한 권리금 수수까지 용인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원고 임차인들이 권리금 수수를 통하여 투하자본을 회수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 하였더라도 그러한 신뢰가 피고에 의하여 유발된 신뢰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 그밖에 이 사건 개정조항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으로 정당화하기 어려울 만큼 원고 임차인들에게 극심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개정조항이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검토
(1) 공유재산의 양도 및 전대 금지
서울특별시의 지하도상가는 공유재산 중 일반재산에 해당하고, 일반재산을 대부하는 행위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경제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행하는 사법상의 계약이다(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3다207941 판결 등 참조). 현행 공유재산법은 행정재산에 대한 사용·수익허가를 받은 자가 그 행정재산을 다른 자에게 사용·수익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지만(제20조 제3항), 일반재산에 대하여는 그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하지만 공유재산법은 동의 여부를 불문하고 일반재산이 전대되기만 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대부계약을 해지 또는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제35조 제1항 제3호). 또한 일반재산 대부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공유재산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일반입찰에 부쳐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공유재산법 제29조 제1항).
만약 일반재산에 대한 임차권 양도가 허용된다고 볼 경우에는 일반재산 대부에 있어 일반입찰의 방법을 이용하도록 정한 공유재산법의 취지가 몰각될 수 있다. 즉, ‘임차권 양도’와 ‘임차물의 전대’는 ‘임차인이 아닌 사람이 임차인의 뜻에 따라 임차물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므로 임차물의 전대를 금지하면서 임차권 양도를 허용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것이다. 특히 2022년 4월 21일에 시행하는 개정 공유재산법에서는 “대부를 받은 자는 그 일반재산을 다른 자에게 사용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29조 제3항)라고 하고, “대부받은 일반재산의 권리를 양도하거나 그 일반재산을 전대하는 경우”에는 대부계약을 해지하거나 해제할 수 있다(제35조 제1항 제3호)고 하여 일반재산의 권리 양도를 명확히 금지하였다.
이에 더하여 「지방자치법」 제22조에서는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률 우위의 원칙에 따라 공유재산법이 일반재산 임차권의 양도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조례를 통하여 일반재산의 임차권의 양도를 금지하는 것은 법률의 내용을 재차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주민의 권리를 제한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2) 권리금 수수의 금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여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하고 있다(제10조의4). 하지만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이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른 공유재산인 경우에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조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제10조의5 제2호). 즉, 공유재산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대법원은 학교법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경쟁 입찰의 방법으로 임차인을 선정해야 할 법령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되는 경우,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학교법인이 그러한 사정을 들어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 “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9다296172(본소), 2019다 296189(반소) 판결). 즉, 공유재산의 사용허가 또는 대부계약에 있어서도 일반입찰이 원칙이므로(제20조, 제29조), 공유재산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예외라고 명시적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상가건물인 공유재산의 임차인이 권리금 회수를 이유로 신규임차인을 주선할 시에는 임대차계약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지하도상가의 임차인이 임차권을 양도하는 것은 권리금을 수수하고자 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이에 임차권 양도를 허용하는 것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위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공유재산의 사유화를 묵인, 방조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허용할 수 없는 것이다.
(3) 공유재산 관리·처분의 원칙 준수
지방자치단체가 공유재산을 관리·처분하는 경우에 ① 해당 지방자치단체 전체의 이익에 맞도록 할 것, ② 취득과 처분이 균형을 이룰 것, ③ 공공가치와 활용가치를 고려할 것, ④ 투명하고 효율적인 절차를 따를 것이라는 기본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제3조의2). 지방자치단체의 공용·공공용건축물의 관리 등의 수탁 또는 대행사업을 주된 사업으로 수행하는 지방공공기관 역시 이 기본 원칙을 준수하여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지방공기업법 제2조 제1항 제9호 등).
종전부터 일부 임차인들이 지하도상가 등 입지조건이 유리한 공유재산을 사유화하여 불법적인 권리금을 수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물며, 지방자치단체 또는 지방공공기관은 대부기간 또는 사용 허가기간이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공유재산 인도를 거부하고 반발하는 임차인들과의 분쟁을 회피하고자 관행적으로 사용허가 또는 대부계약을 연장하거나 갱신하여 묵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공유재산은 주민 전체의 재산으로 사유화될 수 없다. 이에 지방공공기관이 앞장 서서 공유재산의 무단 양도 또는 전대를 근절하여 불법적인 권리금 수수를 금지하고, 지역 주민 누구든지 공정하고 투명한 입찰 절차에 참여하여 공유재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하여 공유재산의 기본원칙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것이 시설물 관리를 수행하는 지방공공공기관의 설립 이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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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진
지방공기업평가원 연구위원
법학박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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