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공기관

2025. Autumn

이슈 진단 2

대행사업 부가가치세
부과 취소 결정

지방공기업에 주는 함의와 과제

2023년 3월 관할 세무서의 부가가치세 과세예고 통지로 시작된 2년 6개월간의 긴 조세불복 여정은 지난 8월 21일 추징세액 전액 환급으로 마무리되었다. 우리 공사는 처음부터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했으며, 과세처분으로 인한 지방정부의 재정 위기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번 부가가치세 부과 취소 결정은 단순한 위기 극복 사례를 넘어, 전국 지방공기업이 동일한 과세 위험에서 벗어나 재정 운영과 사업 추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본 고에서는 대행사업비 과세가 지자체와 지방공기업의 재정·사업 운영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이번 부과 취소 결정의 의미를 되짚고, 향후 지방공공기관의 과제와 대응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방공사 대행사업 부가세 과세의 부정적 영향

대행사업비 과세 논란, 다시 불거지다

부천도시공사(舊 부천시시설관리공단)는 1999년 설립 이후 25년간 부천시로부터 다양한 대행사업을 위탁받아 운영·관리해 왔다. 이 과정에서 공사는 대행사업비를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으로 인식해 매출 신고를 하지 않았으며, 관할 세무서 역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일부 지방공사에서 유사한 과세 문제가 제기되었으나, 2017년 2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106조 개정으로 지방공사에 대한 면세 규정이 소급 적용되면서 공사의 추징세액 전액이 환급된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전례로 우리 공사 역시 이번 과세처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2023년 3월, 관할 세무서가 갑작스럽게 거액의 과세 통지를 해왔고, 우리 공사는 사업의 실질적 주체가 공사가 아닌 부천시임을 주장하며 과세의 부당성을 소명했으나, 세무서는 정식 불복 절차 외에는 구제 수단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과세 논리의 오류

과세당국은 이번 과세처분의 근거로 여러 항목을 제시했지만, 핵심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106조 제8항의 단서 조항이었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06조 제1항 제6호는 정부 업무를 대행하는 단체가 공급하는 재화나 용역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동법 시행령 제106조 제8항은 소매업, 부동산임대업, 골프장·스키장·운동시설 운영업, 유원지·테마파크 운영업, 주차장 운영업 등 민간과 경합이 발생하는 일부 사업을 면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는 공공부문에 면세 혜택을 인정할 경우 민간사업자가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져 공정성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이 조항에 따라 지방공기업이 해당 사업을 수행하며 지자체로부터 교부받는 ‘대행사업비’ 또한 과세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법령을 면밀히 분석하면, 이 규정은 지방공기업이 ‘자기 책임과 계산으로 해당 사업을 직접 영위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수입금’에 적용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방공기업은 실질적으로 ‘부동산임대업·운동시설 운영업·주차장 운영업’ 자체를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를 대신해 해당 사업을 대행하는 ‘사업 지원 서비스업(대행 용역업)’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실질을 고려하면 단서 조항에 열거된 사업의 주체는 지자체이며, 지방공기업은 단순 대행자에 불과하다.

우리 공사는 이번 과세 논란의 핵심을 ‘대행사업비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가 과세 형평에 반하는지 여부’라고 판단했다. 시행령 제106조 제8항 단서 조항의 입법 취지가 민간사업자와의 과세 형평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로부터 교부받는 대행사업비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더라도 민간과의 과세 형평에 문제가 없다면 해당 과세처분은 불필요하다.

실제로 지방공기업은 시민에게 서비스 요금과 함께 부가가치세를 징수해 지자체에 납부하고, 지자체는 부가가치세를 국세청에 신고·납부한다. 즉, 최종 담세자는 시민이며, 이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와의 과세 형평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과세당국은 법령을 잘못 해석해 단서 조항을 무리하게 확대 적용한 것이다.

과세당국의 논리대로라면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한다. 지방공기업이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 자체가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과정이므로 시민에게 부가가치세를 이미 징수·납부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의 기초재원(Source)인 대행사업비에 다시 부가가치세를 과세한다면 이는 명백한 이중과세가 된다. 이는 부가가치의 창출 원천인 토지, 노동, 자본에 부가가치세를 과세하지 않는다는 부가가치세 면세 규정의 입법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反)한다.

막대한 재정 압박

과세당국은 2021년도에 대해 약 33억 원의 부가가치세를 최초로 과세 통지하였다. 그러나 국세 부과의 제척기간1)이 만료되지 않은 회계연도 전체를 추산하면, 총추징 규모는 약 213억 원에 달한다. 이는 우리 공사 연간 대행사업 예산의 약 26%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었다.

현재 우리 공사는 대행사업 예산의 대부분을 부천시로부터 교부받고 있다. 그러나 부천시는 최근 재정자립도 악화로 대규모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재정 압박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우리 공사 예산 역시 감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런 여건에서 공사 대행사업비 교부금에 부가가치세까지 과세된다면 최종 담세자는 결국 부천시가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지방정부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더 나아가 동일한 과세 논리가 전국적으로 적용된다면, 우리 공사와 유사한 전국 190여 개 지방공기업 모두가 과세 대상이 된다. 단순 추산만으로도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대의 부가가치세 부담이 지방정부로 전가되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악화를 가속화하고 막대한 지방세가 국세로 이전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1)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정 기한, 일반적으로 신고 의무 기한 다음 날부터 5년
지방공기업의 존속 위기

과세당국의 논리를 따른다면, 지자체가 지방공기업에 사업을 위탁할 경우 매년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부가가치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는 지자체가 직접 수행할 때는 발생하지 않는 비용으로, 결국 지자체는 해당 사업을 지방공기업에 위탁할 유인(Incentive)이 사라지게 된다. 그 결과 지자체는 사업을 직영할 수밖에 없고, 대행사업을 주요 기능으로 하는 다수의 지방공기업은 존립 근거 자체가 흔들릴 위험에 처하게 된다.

부과취소 결정이 갖는 의미

세무 위험에 대한 경각심

우리 공사를 비롯한 전국 지방공기업은 지자체로부터 교부받는 대행사업비를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으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법률 조항의 모호함 속에서 기존 비과세 관행을 뒤집는 과세처분이 내려지면서 신뢰하던 제도가 언제든 과세로 바뀔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되었다. 이는 향후 유사한 과세처분이 반복될 가능성을 시사하며, 그동안 간과된 지방공기업의 세무 위험을 재인식하고 체계적 관리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지방행정 불확실성 해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쟁점 사업을 지방자치단체가 직영하지 않고 지방공기업이 대행한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조세 부담을 지우는 것은 지방공기업의 경영 합리성과 존립 기반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이러한 구조적 불합리는 대행 기능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고, 나아가 지방행정의 연속성과 안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번 부가가치세 부과 취소 결정은 이러한 위험 요인을 제거해 지방공기업의 존폐 위기와 지방행정 운영의 불확실성을 완화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동시에 지방공기업이 본연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법적 정당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향후 지방재정과 공공서비스 제공 체계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지방공공기관의 과제와 대응 방안

관련 법령 개정 검토

이번 과세처분의 근거가 되었던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106조의 모호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국도시공사협의회 등과 협력해 관련 법령의 명확한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유사한 과세처분의 재발을 막고, 지방공기업의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할 수 있다.

또한 과세당국은 지자체와 체결한 ‘위·수탁’ 계약서를 근거로 공사의 사업을 법률상 ‘위탁’으로 해석하며 과세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현행 「지방공기업법」(시행령 제63조 제1항)은 지방공사가 지자체와의 대행사업을 ‘위탁’ 계약의 형태로 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지방공기업은 대행사업 계약 시 일률적으로 ‘위·수탁’ 계약서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형식이 불필요한 세무 리스크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법령 개정을 통해 지방공기업이 지자체와의 대행사업 계약을 ‘대행 용역’ 계약 등으로 체결할 수 있도록 하고, 계약서상 불필요한 책임 조항을 축소·삭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방공기업 결산기준 검토

지방공기업이 지자체로부터 수취한 대행사업비는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결산기준에 따라 손익계산서상의 수익(매출)으로 회계 처리하고 있다. 이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이나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에는 없는 특수한 회계처리 방식으로, 지방공기업 회계에만 적용된다. 이 기준은 대행사업비의 수취액과 집행액을 각각 수익과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회계정보 이용자에게 목적에 부합하는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그러나 과세당국이 해당 회계처리를 이번 대행사업비 과세근거로 적극 원용한 만큼 그 득과 실을 면밀히 재검토하여 행정안전부 차원에서 대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세무처리의 일관성 확보

이번 조세불복 과정을 거치며 타 지방공기업 세무 담당자들과 정보를 교류한 결과, 기관별로 대행사업 관련 세무처리 방식이 상이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컨대 우리 공사를 포함한 일부 지방공기업은 대행사업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출·매입 세금계산서를 지자체 명의로 발급·수취했으나, 다른 일부 지방공기업은 이를 공사(공단) 자체 명의로 처리하고 있었다.

지자체와의 구체적인 계약관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위·수탁 계약관계에서 수탁자가 발급(수취)하는 세금계산서는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69조 제1항·제2항의 ‘위탁판매 등에 대한 세금계산서 발급’에 해당하므로, 대행사업으로 발생하는 세금계산서는 지자체 명의로 처리되는 것이 타당하다.

문제는 현행처럼 기관별로 상이한 세무처리 관행이 유지될 경우, 향후 과세당국과의 분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행정안전부 차원에서 세무처리 기준의 일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표준 지침을 마련해 전국 지방공기업에 공통 적용할 필요가 있다.

내부 역량 강화 및 세무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

최근 지방공기업은 기존 대행사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체 개발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계·세무 업무의 난이도와 복잡성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으며, 세무 리스크 발생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지방공기업은 회계·세무 전문인력 채용과 내부 직원의 세무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확대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 세무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방공기업 공동 대응 및 협력 강화

우리 공사는 이번 불복 과정에서 지방공기업평가원, 경기도 도시공사협의회, 전국 도시공사 사장단 토론회 등 다양한 협의체에 참여해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정보를 공유하였다. 앞으로도 각 지방공기업은 불합리한 과세처분이나 세무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이를 전국 지자체 및 지방공기업과 적극 공유해 전체 지방공기업의 세무 대응 역량을 높여야 한다. 또한 협의체를 중심으로 부당한 과세처분에 대한 법령 해석과 대응 전략을 공동으로 마련하고, 세무 이슈에 대한 관심을 제고해 사전 대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우리 공사의 조세불복 성공 사례는 약 200억 원의 재정 손실을 막는 데 그치지 않고, 전국 지방공기업의 존립 근거와 역할을 재확인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앞으로 지방공기업은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법령 및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내부 세무 역량을 강화하며, 기관 간 긴밀히 협력해 미래 세무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지방공기업은 시민 행복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신뢰받는 지속 가능한 공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신지훈

부천도시공사
경영지원부 회계계약팀 대리

< 이전글
이슈 진단 2
다음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