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공기관

2025. Autumn

법률 강좌

도급인으로서
지방공공기관 임직원의 형사책임

지방공공기관의 사업 현장은 공공성을 지니지만 안전사고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도급·용역·위탁 관계에서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피해자가 되는 사례가 늘면서 도급인으로서 임직원이 부담할 형사책임의 범위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경영책임자뿐 아니라 현장 관리·감독자에게도 안전 확보의무를 부과하며, 과실이 인정되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단순히 “발주자”라는 이유로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 만큼, 지방공공기관 임직원은 도급관계에서의 법적 의무와 책임을 명확히 이해하고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지방공공기관 사업장에서도 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의 안전사고는 지방공공기관이 직접 고용한 근로자가 아니라 도급·용역·위탁 등(이하 ‘도급관계’라 한다)에 따라 용역업체 등 수급인 종사자가 피해자가 된 경우다.

2020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과 2022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라 한다) 시행에 따라 도급인의 의무와 책임이 확대되었다. 수급인이 도급인보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경우가 많다는 현실을 고려하여, 전문성과 자본력을 갖춘 도급인에게 자신의 사업 영역에 대해 안전보건 책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부과한 취지로 볼 수 있다. 이에 지방공공기관 또한 도급인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지방공공기관 임직원은 수급인 종사자의 안전사고에 대해 자신들의 책임이 없다고 인식하기도 한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는 이사장, 사장, 원장 등 경영책임자만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일반 직원은 별도의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잘못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아래에서는 수급인 종사자가 피해자가 된 중대재해 발생 시, 도급인 소속 임직원의 형사책임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본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

경영책임자는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과한다(제4조). 또한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는 제3자의 종사자에 대해서도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한다(제5조). 이를 위반하여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는 형사처벌을 받고(제6조), 법인 역시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형을 부과받을 수 있다(제7조).

고용노동부는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을 하나의 사업 목적하에 조직, 인력, 예산 등에 대한 결정을 총괄해 행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보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시설, 장비, 장소 등’은 해당 시설·장비·장소에 관한 소유권, 임차권 기타 사실상의 지배력을 가지고 있어 위험 제어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고 설명한다.

그간 다수의 판결은 도급인에게 수급인 종사자에 대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인정하였다(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3도12316 판결 등). 다만, 최근 하급심에서는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발생한 중대재해와 관련해 수급인과 도급인의 죄책을 달리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다(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25. 5. 16. 선고 2023고단1699 판결). 수급인 소속 현장소장에 대해서는 잘못된 방식의 작업을 방치하였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성립을 인정하였지만, 도급인 소속 현장소장에게는 그와 같은 잘못된 방식의 작업을 지시하거나 방치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하여 무죄로 판결하였고, 도급인 대표자도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평가기준 마련 및 반기점검 여부와 관련하여 위반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위험성평가 절차를 마련하고 그에 따라 위험성평가를 실시하고 그 실시 결과를 보고받았으며 잘못된 방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치한 사실 등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

형법은 원칙적으로 고의범만 처벌하고, 과실범은 법률의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처벌한다(제13조, 제14조). 하지만, 사람의 생명과 신체는 가장 중요한 법익이므로 고의뿐만 아니라 과실로 사람의 생명, 신체를 침해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이에 업무자들에 대하여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268조)라고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하고 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업무상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죄로서, 업무상과실이 존재하여야 함은 물론, 그 업무상과실과 사망 또는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성립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1도12218 판결 등 참조).

일견 수급인이 공사 등을 시공함에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 도급인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책임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사를 발주한 구청 소속의 현장감독 공무원인 피고인이 甲 회사가 전문 건설업 면허를 소지한 乙 회사의 명의를 빌려 원수급인인 丙 회사로부터 콘크리트 타설공사를 하도급받아 전문 건설업 면허나 건설기술 자격이 없는 개인인 丁에게 재하도급 주어 공사를 시공하도록 한 사실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직무를 유기 또는 태만히 하여 丁의 시공방법상의 오류와 그 밖의 안전상의 잘못으로 인하여 콘크리트 타설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도 이를 적발하지 아니하였거나 적발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직무상의 의무위반 행위는 이 사건 붕괴사고로 인한 치사상의 결과에 대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하면서 업무상과실치사죄 등을 인정하였다(대법원 1995. 9. 15. 선고 95도906 판결). 즉, 무자격자에 의하여 시공되고 있음을 묵인하거나 적발하지 않은 공사감독관을 업무상과실치사죄로 형사처벌한 것으로, 도급인 직원에게 형사책임을 부과한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도급의 내용이나 범위를 묻지 아니하고, 도급인에게 자신의 사업장(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를 포함)에서 작업을 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게 하되,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제63조).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며(제167조 등), 법인 역시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형을 부과받을 수 있다(제173조).

여기서 도급이란 명칭에 관계없이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을 말하며(제2조 제6호), 도급인이란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를 말한다(다만, 건설공사발주자는 제외)(제2조 제7호).

도급인의 책임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상의 도급에 해당하여야 한다. 도급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적·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기계장치, 전기·전산설비 등 생산설비에 대한 정기적·일상적인 정비·유지·보수, 경비·조경·청소 등 용역서비스, 통근버스·구내식당 등 복리후생시설 운영 등을 대표적인 도급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지방자치단체 또는 환경공단이 하수처리시설의 운영을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것은 자신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이므로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하였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건설공사(건설공사,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 소방시설공사, 국가유산 수리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인 건설공사 발주자와 도급인의 책임을 달리 정하고 있다. 즉,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경우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한다면 도급인의 책임을, 그렇지 않다면 건설공사 발주자의 책임을 부담한다.

대법원은 인천항만공사 사건에서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사망한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와 관련하여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의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하는지는, 위와 같은 사항과 함께 도급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도급 사업주가 해당 건설공사에 대하여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도급 사업주의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시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별 기준에 관한 법리를 제시하였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특히, 대상판결에서는 건설공사와 관련한 전문성이 없더라도 건설공사의 시행·관리 주체라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하였다. 즉,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는 사실상 의미에서 실제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였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규범적으로 평가하여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자에 해당하는지에 의해 판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급관계에 따라 수급인 종사자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도급인 측이 부담하는 형사책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여전히 불명확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도급관계라는 이유로 도급인 측의 책임이 항상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은 고의범을 처벌하지만,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주의의무 위반이라는 과실을 이유로 처벌하므로 적용 범위가 넓다는 점도 유의하여야 한다.

따라서 지방공공기관이 도급인의 지위에 있는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경영책임자이자 도급인 등에 해당하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 예컨대, 수급인 관계자들이 시방서와 안전관리계획서상의 안전한 작업방법으로 진행되도록 충실히 교육·안내하고, 수급인의 작업반장 등으로 하여금 해당 작업을 원칙대로 적절하게 시행하도록 하고 이를 확인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수급인의 무자격업자 등에게 작업을 실시하게 하거나 승인 없이 재하도급을 묵인하는 경우 등 그 직무를 태만히 한다면 기관장뿐만 아니라 임직원도 그에 따른 형사책임을 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여야 할 것이다.

장호진

지방공기업평가원
연구위원·법학박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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