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보다 실행,
새 정부 출범 이후 공공부문은 보여주기식 행정을 넘어 효율과 실행 중심의 성과를 요구받고 있다. 지방공공기관도 “얼마나 바빴는가”가 아니라 “어떤 성과를 만들었는가”로 평가받는 국면이다. 이번 글은 용어를 ‘워크 스마트’로 통일해 사용한다. 워크 스마트는 일하는 생각과 방식을 전환해 생산성을 높이는 접근이고, 스마트 워크는 근무 환경과 조건을 안전·편리·유연하게 만드는 방식을 뜻한다. 글의 초점은 일하는 방식 전환에 있으며, 핵심은 현장→결정→실행의 일관 흐름을 복원하는 데 있다.

일하는 방식, 무엇이 문제인가
야근과 주말 근무가 반복되는데도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개인의 태도 탓이 아니라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업무 설계와 운영 방식의 문제다. 보고와 회의는 많지만 목표–우선순위–책임–의사결정–현장 실행이 한 흐름으로 묶이지 않아 투입 대비 산출이
낮다. 필요한 해법은 더 많은 시간 투입이 아니라, 워크 스마트로 일의 방식을 성과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일이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징후는 다음과 같다.
- 목표 정렬 부족: 개인·팀 목표와 기관 목표의 연결이 불명확함
- 의사결정 지연: 책임 주체·기한·근거 기록이 없어 결정이 늦어짐
- 회의·보고 과다: 결론·후속조치 없이 문서만 늘어남
- 현장–본부 단절: 민원·고객의 목소리가 목표와 자원 배분에 반영되지 않음
이 문제의 뿌리는 정렬의 부재, 책임의 모호성, 절차의 비대화, 정보의 비대칭에 있다. 따라서 목표를 분명히 하고(무엇을·왜), 책임을 지정하며(누가), 기한을 정하고(언제까지), 결정 근거를 남기고, 현장에서 즉시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절차를 단순화해야 한다.
설문조사와 진단 결과
한 기관은 일하는 방식의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20문항 설문을 진행했다. 각 문항은 5점 척도로 응답했으며, 긍정 응답은 4점과 5점으로만 집계했다.
이 조사는 단순히 응답률 확인을 넘어 조직별 차이와 직급별 차이를 분석해 문제의 뿌리를 찾기 위한 것이었다. 어느 조직이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는지, 낮은 점수를 기록한 조직은 어떤 특징을 보였는지, 또한 팀장 이상·과장·대리 이하 간 응답의 차이가 무엇인지가 중요한 분석
지점이었다.
설문 주요 문항
•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의견을 말할 수 있는가? | • 구성원들이 목표 달성을 열정적으로 추진하는가? |
• 업무 방식 개선을 장려하는가? | • 필요한 정보·지식·기술이 조직 간 원활하게 공유되는가? |
• 나의 의견이 임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는가? | • 각 부문은 목표 대비 실적을 구성원들에게 알려주는가? |
• 의사결정은 신속하게 이루어지는가? | • 시간과 노력을 낭비시키는 요소가 없는가? |
• 회의 시 근거 있는 의견 제시가 가능한가? | • 실행력 있는 합의가 이뤄지는가? |
• 간결하고 신속한 보고가 가능한가? | • 나의 업무 목표가 조직 목표와 연계되는가? |
• 상사는 업무 수행 점검과 피드백을 정기적으로 하는가? | • 상사는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하는가? |
• 기관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최적의 해결방안을 수립하는가? | • 구성원들은 역할을 다하며 서로를 믿는가? |
• 열린 사고로 다양성을 추구하는가? | •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가? |
• 관리자와 경영진이 모범을 보이는가? | • 나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가? |
두 가지 접근 방식
조직의 일하는 방식 개선에는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하다.
첫째는 문제점과 근본 원인을 찾아 개선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많은 기관이 성과 부진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설문과 진단을 활용하고 있다. 둘째는 바람직한 미래 모습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과제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3년 후 우리
기관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가”를 먼저 규정하고, 이를 위해 매년 세부 전략과 중점 과제를 설정·추진하는 것이다. 다만 이는 실행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구호로 끝날 위험이 있다.
세 가지 근본 질문
진단 결과, 지방공공기관의 일하는 방식을 가로막는 문제는 세 가지 근본 질문으로 요약된다.
표 1. 왜 시장과 고객의 니즈가 전략에 포함되지 않는가?
구분 | 내용 |
---|---|
문제 현상 | 고객 의견 반영 부족, 연초 계획 외 과제 추진 어려움 |
근본 원인 | 내부 지향적 사고 매몰, 보고 의존, 직무 중심 처리 |
표 2. 왜 전략이 현장에서 실행되지 않는가?
구분 | 내용 |
---|---|
문제 현상 | 과다한 회의·보고, 책임 전가, 결론 없는 회의 |
근본 원인 | 상호 의존적 의사결정, 갈등 회피, 온정주의적 문화 |
표 3. 왜 실행해도 성과가 나지 않는가?
구분 | 내용 |
---|---|
문제 현상 | 낮은 목표 설정, 실패 회피, “안 되는 이유”부터 찾음 |
근본 원인 | 한계를 당연시하는 사고, 도전 부족, 안전한 선택 선호 |
전환을 위한 다섯 가지 전략
일하는 방식 전환을 위해 다음의 다섯 가지 전략이 요구된다.
첫째, 경영층이 현장에서 직접 파악한다. 보고서 위주의 의사결정에서 벗어나 현장 중심 판단 체계를 갖춘다. 매월 ‘현장 동행의 날’을 운영해 본부장·실장이 민원창구, 사업 현장, 협력기관을 순환 방문한다. 방문 직후 ‘현장 인사이트 요약’(문제·근거·개선안·담당·기한)을
작성해 공유하고, 분기 전략회의에서 이를 성과목표 체계에 연결해 목표와 핵심 지표를 조정한다. 연초 계획에 없던 과제라도 신속 승인 절차로 시급성과 영향도를 평가해 2주 안에 승인·착수한다.
둘째, 현장 중심 경영을 체질화한다. 회의실 중심 운영을 줄이고 현장·실행 중심으로 전환한다. 모든 부서는 매일 아침 15분 점검회의로 현장 상황·전날 성과·오늘의 장애요인·즉시 조치를 공유한다. 발생한 문제는 업무요청 목록에 등록해 담당자·기한·진행 상태를 공개한다.
2주 단위 개선 주기를 운영해 절차 간소화, 중복 보고 제거, 고객 여정의 병목 해소 등 작은 성과를 빠르게 누적한다. 회의·보고는 시간 제한(30~45분), ‘결정 요약’(무엇을·왜·누가·언제까지), 필수 인원만 참석 원칙으로 재설계하고, 조직 전체 주간 회의시간 30%
감축을 목표로 한다.
셋째, 관리자·경영자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한다. 리더는 지시자가 아니라 코치이자 문제 해결 촉진자여야 한다. 팀별 역할·책임 구분표를 문서화해 경계를 명확히 하고, 1대1 코칭을 월 2회(각 30분) 정례화해 목표 설정–중간 점검–피드백을 한 흐름으로 만든다. 목표 체계는
상·하위 목표가 맞물리도록 정렬하고, 평가는 결과 70~80%, 실행 품질 20~30% 비중으로 단순·명료화한다. 경영층은 리더십 현황판(목표 정렬도, 피드백 적시성, 인재 유지율, 팀 성과)으로 책임 이행을 상시 점검하고, 부족한 역량은 코칭·피드백·문제 해결 훈련으로
보완하며, 우수사례는 내부 교육과 공유로 빠르게 확산한다.
넷째, 심리적 안전감을 바탕으로 열린 소통을 정착시킨다. 갈등 회피 문화는 의사결정의 속도와 품질을 떨어뜨린다. 발언 보호 원칙(사실과 근거에 따른 반대 의견 보호)을 명문화하고, 익명 제안 창구와 이의 제기 회의를 도입해 결정 전에 대안을 충분히 검토한다. 모든 회의는
의제·목표·결정 항목을 사전 공유한 뒤 시작하며, 종료 즉시 결정 기록(무엇을·왜·누가·언제까지)을 남긴다. 진행자는 발언 편중을 막고, 시간지기·기록 담당을 지정해 논의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한다.
다섯째, 조직 목표는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잡고, 분기 점검에서 성과와 학습에 따라 과감히 재조정한다. ‘작게 빨리 실패하고 크게 배우자’는 원칙으로 작은 실험 10건을 10주 동안 운영해 핵심 지표 10% 개선을 노린다. 실패가 발생하면 책임 추궁 없는 사후분석으로
원인·학습·재발 방지책을 문서화해 전사 공유하고, 성과가 나오면 성과 공유의 날 등으로 공개 인정과 팀 보상을 연계한다. 성과 공유 자료는 수치와 시민·고객 효익 중심의 성과 요약본으로 표준화한다.
실행을 위한 세 가지 제언
워크 스마트는 단순한 캠페인이나 일시적 개선 활동이 아니다. 기관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다. 이를 제도와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다음 세 가지를 권한다.
첫째, 경영진이 먼저 행동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기준을 보인다. 경영 일정에 현장 확인을 고정 편성하고, 의사결정·피드백·우선순위 조정을 경영진부터 간결하게 실천한다. 리더의 방식이 곧 조직의 표준이 된다.
둘째, 점검과 피드백을 규칙으로 만든다. 월·분기 정기 리뷰를 통해 목표–실행–결과를 확인하고, 결정 로그와 후속조치 완료율을 점검한다. 동료 간 피드백을 상시화해 “나만 앞서간다”는 불안을 없애고, 학습→개선의 선순환을 유지한다.
셋째, 제도화와 성과 확산을 병행한다. 회의·보고 원칙, 책임·기한, 성과평가 기준(결과 중심)을 제도로 고정한다. 우수 조직·개인 시상과 성공 사례집으로 좋은 방식을 퍼뜨리고, 실행이 낮은 조직에는 개선 기간→재점검을 거쳐 필요한 경우 엄정 조치까지 일관되게 적용한다.
워크 스마트는 유행이 아니라 기관 운영의 기본 규칙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사실이 목표에 반영되고, 개선 과제가 기한 내 완료되며, 회의·보고가 결정과 행동으로 이어질 때 전환은 비로소 문화가 된다. 지방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현장에서 확인하고, 바로 고치고,
끝까지 책임지는 조직이 되는 것. 그 순간 시민의 신뢰와 성과는 동시에 따라온다.

홍석환
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