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의 젖줄 ‘태화강’이 흐르는 곳 여행하기 좋은 가을,
‘한강’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듯 ‘태화강’은 울산을 키워낸 ‘젖줄’이라 할 수 있다.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를 거치며 오염됐던 태화강은 2000년대 이후 회복의 노력을 거치며 ‘생명의 강’, ‘문화의 강’으로 재탄생했다. 죽음의 강에서 생태하천으로 환골탈태한 태화강은 울산시 도시재생의 상징이 됐다. 산업뿐 아니라 문화·관광이 생동하며 ‘매력 넘치는 도시’로 변화하고 있는 울산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보자.
글. 고영민 사진. 한국관광공사, 울산광역시

죽음의 강에서 도시 활력의 원천으로
울산 서부 산지에서 발원해 울산만을 거쳐 동해로 흐르는 태화강(太和江)은 울산 시민에게는 포근한 어머니의 품과 같은 강이다. 울산 인구 절반 이상인 60여만 명이 유역에 거주하며, 울산의 산업·경제·문화가 전통적으로 태화강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공업용수의 풍부함과
울산만 항구의 입지는 국내 최대 공업도시로 성장하는 기반이 되었으며, 강 주변에는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등 국가 기간산업이 집중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무분별한 개발과 산업화가 이어지면서 태화강은 극심한 오염에 시달리며 한때 ‘죽음의 강’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를 되살리기 위해 울산시는 2004년 ‘에코폴리스 울산선언’을 발표하고, 2005년 ‘태화강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며 본격적인 복원 사업에 착수했다. 10여 년간 진행된 대규모 사업에는 국비와 시비가 투입되었고, 수질 개선과 친수 공간 조성을 동시에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민·관의 지속적인 참여와 협력이 더해져 태화강은 연어가 돌아오는 1급수로 회복되었으며, 울산은 공해 배출 규제를 강화하며 친환경 도시로의 전환을 앞당기고 있다.
맑은 생태하천으로 거듭난 강변에는 2019년 7월 ‘태화강 국가정원’이 조성돼 순천에 이어 두 번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약 84ha 규모의 국가정원은 생태, 대나무, 수생 등 6가지 주제와 29개 정원, 그리고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관람시설을 갖추고 있다.
울산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한 국가정원은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해 규모와 위상을 더욱 확장할 예정이다. 태화강은 이제 하천에서 울산의 생태와 문화, 도시재생을 이끄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자~ 떠나자!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만나러
산업도시로 자리 잡기 전 울산은 본디 ‘고래의 고장’이었다. 울산만 서쪽 해안 장생포는 한때 포경업의 중심지로, 80년대 중반까지 고래잡이배와 포경선으로 활기를 띠었다.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는 국내 유일의 고래 테마 지역특구로, 2008년 7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처음 지정됐다. 현재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바다여행선, 장생포 문화창고, 고래마을, 장생포 모노레일 등 고래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광 시설이 모여 있다. 2028년까지 지정 기간을 연장하고, 지역 관광지를 넘어 글로벌 해양문화 관광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로 새로운 관광 개발사업에 나서고 있다.
울산 남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래관광을 즐길 수 있는 ‘고래바다여행선’을 운항 중인데 방문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고래바다여행선은 장생포항에서 출발해 왕복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정기운항은 4~10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진행되는 고래탐사(3시간)와
연안투어(1시간 30분)가 있다. 고래문화특구 홈페이지(www.whalecity.kr)를 통한 온라인 예약이 가능하고, 정원 미달 시
선착장 매표소에서 현장 판매도 하고
있다. 고래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은 어린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고래생태체험관은 국내 최초로 돌고래의 일상을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조성된 전시형 수족관으로, 돌고래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중생물을 만나볼 수 있다.
울산항만공사 바로 옆에 자리한 ‘고래문화마을’(남구 장생포고래로 271-1)은 1960~1970년대 포경 전성기 장생포 어민들의 실제 생활상을 재현한 옛 마을이다. 책방, 다방, 중국집, 문방구·체육사, 사진관, 교복점, 국민학교 등 22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옛 교복
체험, 흑백사진 촬영, 달고나 만들기 등을 통해 노년 세대에게는 옛 시절의 향수를, MZ세대에게는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


울산·포항·경주가 뭉쳤다··· ‘해오름동맹’ 메가시티



울산·포항·경주는 2016년 고속도로 개통을 계기로 ‘해오름동맹’을 결성한 후 경제·관광·문화 등 다방면 협력으로 인구 200만 명 규모의 메가시티를 지향하고 있다. 세 도시는 ‘2025년 도시발전 계획’에 따라 경제·산업, 인프라, 문화·관광, 안전, 제도 등
5대 분야 43개 사업을 추진하며, 태화강·형산강 연계와 자전거길 네트워크, 기술교육·광역교통·물 부족 대응 등 협력 과제를 확대 중이다.
홍보영상에는 울산 태화강국가정원·간절곶, 포항 호미곶·스페이스워크, 경주 첨성대·불국사 등 명소가 담겼다. 울산문화관광재단의 스마트 관광 앱 ‘왔어울산’은 숙박·교통·식사·일정 등 여행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고, 생성형 AI가 맞춤형 정보를 추천하며 포항·경주 관광
정보도 함께 지원한다.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여행 후기, 짧은 영상, 소모임 참여 등 소통형 관광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해변의 기암괴석이 속삭이는 전설 ‘대왕암공원’
우리나라 동남단에서 동해 쪽으로 가장 뾰족하게 나온 부분의 끝 지점에 자리 잡은 ‘대왕암공원’은 대왕암, 용굴, 탕건암 같은 기암괴석과 아름드리 해송 1만 5천 그루가 어우러져 있어서 도심 속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귀한 쉼터이다. 용추암 또는 댕바위, 대양바위 등으로
불리는 ‘대왕암’에는 신라시대 문무왕의 왕비가 죽어서도 호국룡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 하여 바위섬 아래에 묻혔다는 전설이 깃들여 있다. 대왕암 외에도 남근바위, 탕건바위, 자살바위, 처녀봉, 용굴 등 각각의 사연을 품은 기암들을 만나볼 수 있다. 경주의 문무대왕릉과 달리
바위를 기둥 삼아 지어진 철교(대왕교)를 건너면 대왕암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다.
대왕암공원에는 주인공 대왕암 외에도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울기등대, 출렁다리 등을 만날 수 있다. 마치 대왕암을 수호하듯 늠름하게 서 있는 울기등대는 원래 1906년 러·일전쟁 이후 일본이 등대를 설치하면서 ‘울산의 끝’이란 의미로 ‘울기(蔚埼)’라고 불렸다. 이후 등대
주변의 해송들이 자라나서 등대불이 보이지 않게 되자 1987년 12월 기존 위치에서 50m가량 이동하여 촛대모양 등대를 새로 건립하고, 기존의 등대는 등대문화유산 제9호 및 등록문화재 제106호로 보존하고 있다. 2006년 등대 건립 10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인
울기(蔚埼)라는 명칭 대신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해 울기(蔚氣)로 변경했다.
간절곶과 함께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장소로 알려진 대왕암을 방문한다면, 대왕암공원 산책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출렁다리’를 꼭 체험해야 한다. 2021년 완공된 울산 최초의 출렁다리는 길이 303m, 높이 42.55m로, 지지대 없이 한 번에 연결된 무주탑 현수교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강풍을 불 때는 출입이 금지되지만, 내진 1등급에 최대 이용 가능 인원이 성인 1,280명이 넘을 정도로 견고하다. 무상무념으로 건너다보면 두려움은 금세 사라지고 넓은 일산해수욕장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게 된다. 조만간 유료
입장으로 전환한다는 소문도 있어 올 가을엔 대왕암공원의 솔잎 향기를 맡으며 울산 곳곳의 다양한 매력에 흠뻑 빠져 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친절한 스마트관광 앱 “왔어울산”
울산문화관광재단이 운영하는 ‘왔어울산’은 온라인 통합 관광 플랫폼으로, 울산을 즐기고자 하는 관광객이 숙박, 교통, 식사, 여행 일정 설정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 이용할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한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통해 개인 성향과 이용자 질문에 맞춰 여행 정보를 추천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해오름동맹 도시인 포항, 경주 지역의 관광 정보도 함께 제공해 이용자들의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아울러 사용자 간 소통 강화를 위해 커뮤니티가 대폭 개선됐는데, ‘울산 TALK’에서 생동감 넘치는 여행 후기를 공유하며 다양한 여행 팁을 활용할 수 있다. 짧은 영상 기반의 여행 공유, 참여형 대화방·소모임 등을 통해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왔어울산’은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하거나 모바일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