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혁신의 새로운 엔진,
지방공공기관의 활용 사례 및
노후 상수도관의 균열을 미리 찾아내고, 폭우 시 댐 방류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며, 재난 대응 훈련을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한다면 어떨까.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이런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도구이다. 이미 서울시의 S-Map, 부산교통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교통, 안전, 수자원 관리에 적용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방공공기관 임직원에게 디지털 트윈은 주민 안전과 예산 효율, 행정 신뢰를 동시에 높여줄 현장의 실질적 해법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계별 도입 전략을 통해 각 기관의 특성에 맞는 모델을 찾아내고, 체계적으로 확산·정착시키는 일이다.
글. 편집실

디지털 트윈
왜 필요한가: 행정 혁신과 주민 신뢰의 열쇠
무엇보다 재난·안전 관리에서 디지털 트윈의 가치는 두드러진다. 첫째, 폭우나 화재 상황을 가상으로 재현해 대응 시나리오를 사전에 검증하면 실제 위기 시 대응 속도와 정확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둘째, 노후 기반시설 관리의 효율화다. 상수도관, 지하철 선로, 교량 등 주요 시설을 디지털 트윈으로 모델링하면 균열·누수 같은 위험을 조기에 감지해 비용과 인명 피해를 동시에 줄일 수 있다.
셋째, 주민 서비스 품질 제고다. 교통 정책의 효과를 사전 검증하거나 수질 관리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고 주민 체감도를 개선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맞춤형 발전 전략에서도 큰 강점이 있다. 항만도시는 물류 흐름, 관광도시는 관광객 동선, 농촌은 농업용수 관리처럼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디지털 트윈 모델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을 설계할 수 있다.
더딘 도입, 제약 요인과 현실의 벽
국내 지방공공기관의 디지털 트윈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부 광역 지자체와 대형 공기업을 제외하면 도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첫째, 데이터 인프라의 부족이다. 디지털 트윈의 출발점은 방대한 데이터 수집인데, 기초 지자체와 중소형 공기업은
IoT 센서, 드론, CCTV 등 인프라를 설치하는 데 예산과 기술이 부족하다. 데이터가 표준화되지 않아 부처·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것도 큰 장애 요인이다.
둘째, 재정 부담과 단기 예산 구조다. 디지털 트윈은 초기 투자비가 많고 장기적 효과가 나타나는 사업이다. 그러나 지방공공기관은 대부분 1년 단위 예산 체계로 운영돼 장기 투자가 어렵다. 국비나 특별교부세 지원 없이는 도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셋째, 전문 인력 부족이다. 대부분의 지방공공기관은 IT 담당자가 본업과 겸직으로 보안·정보화 업무까지 맡고 있다. 데이터 과학, 시뮬레이션,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전문 인력이 없기 때문에 디지털 트윈을 기획·운영·관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넷째, 기관 간 협력 부재다. 디지털 트윈은 광역 단위로 데이터를 연계해야 효과가 극대화되지만, 현재는 각 지자체와 기관이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 표준화·공유 플랫폼이 마련되지 않아 중소 지자체는 활용할 기반조차 없는 상황이다.
다섯째, 우선순위 인식의 한계다. 여전히 많은 기관에서는 디지털 트윈을 ‘미래형 선택 과제’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당장의 현안 해결(예산 집행, 시설 유지, 단기 성과)에 치중하다 보니 중장기적으로 혁신을 이끌 기술 도입은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디지털 트윈은 여전히 행정 전반의 확산이 더딘 실정이다.
국내외 확산과 구체적 우수 사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지자체와 지방공공기관은 디지털 트윈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모범적인 활용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 ― ‘S-Map’ 서울시는 2019년부터 도시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트윈 플랫폼인 ‘S-Map’을 구축했다. 행정 전반의 데이터를 3차원 가상공간에 구현해 건축·교통·환경 등 여러 분야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현재 S-Map은 실시간 교통량, 대기질, 건축물 현황을 시민에게 공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누구나 도시 문제를 확인하고 개선안을 모색할 수 있다. 특히 도시계획이나 환경정책을 수립할 때 정책 효과를 사전에 검증할 수 있어 실험적 정책 추진의 리스크를 줄이는 혁신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충청남도 ― 문화재 디지털 심의 충청남도는 전국에서 최초로 문화재 심의 과정에 디지털 트윈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문화재 보존 상태를 사진이나 문서로만 확인했지만,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면서 3차원 가상공간에서 문화재의 세부 현황을 직접 검토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보존·복원 계획을 수립할 때 판단 정확도가 향상되었으며, 문화재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충남도의 이러한 노력은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인정받았고, 문화재 행정에 디지털 전환을 접목한 혁신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인천광역시 ― 재난안전 관리 인천광역시는 재난·안전 분야에 디지털 트윈을 접목했다. 화재, 지진, 태풍 등 위기 상황을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해 대응 체계를 사전에 검증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과거에는 훈련과 시뮬레이션이 제한적이었지만,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면서 수백 가지 시나리오를 빠르게 돌려볼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취약 지점을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 매뉴얼을 보완할 수 있으며, 실제 위기 발생 시 대응 속도와 정확성을 크게 높였다. 이 사례는 재난 대응의 선제성 확보라는 점에서 지방정부 혁신의 대표 모델로 꼽힌다.
부산교통공사 ― 지하철 안전 점검 부산교통공사는 국내 도시철도 기관 가운데 가장 먼저 지하철 역사와 선로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했다. 지하철 노선과 시설물 전반을 가상공간에 구축해 안전 점검과 유지보수를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사고 위험이 큰 구간을 사전에 파악하고 보수 일정을 최적화하여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면서도 안전성을 높일 수 있었다. 특히 지하철 역사 내 화재·정전 상황을 가상으로 실험해 대응 절차를 개선함으로써 시민 안전과 운영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 ― 수자원 관리 혁신 한국수자원공사는 주요 댐과 상수도 관망을 디지털 트윈으로 모델링해 홍수 예측과 물 공급 안정성 확보에 활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위와 강우량 데이터를 개별적으로 분석했다면, 이제는 디지털 트윈으로 댐, 하천, 관망을 하나의 가상 시스템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그 결과 홍수 위험을 정밀 예측하며, 용수 공급 안정성이 크게 강화되었다. 또한 시설물의 노후도와 취약 지점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어 선제적인 유지보수와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이 사례는 국가 물 관리 효율성을 높인 디지털 트윈 성공 모델로 꼽힌다.
대구환경공단 ― 하수처리장 효율화 대구환경공단은 하수처리장 시설에 디지털 트윈을 도입했다. 처리 과정을 가상공간에 재현하여 에너지 사용량과 처리 효율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처리 공정을 최적화해 친환경적 운영을 달성했다. 특히 전력 사용량 절감과 온실가스 배출 감소 효과가 입증되어 저비용·친환경 하수처리의 선도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구환경공단의 사례는 환경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이 가지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다른 지자체와 공기업에도 확산될 수 있는 파급력을 지닌다.
단계별 도입 전략: 구체적 실행 방안
지방공공기관이 디지털 트윈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단계별 로드맵에 따라 차근차근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첫 번째 단계는 데이터 기반 구축이다. 디지털 트윈의 출발점은 현실 세계를 가상공간에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다. 이를 위해 IoT 센서, 드론, CCTV 등 다양한 수집 장치를 통해 기초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표준화해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 보안과 품질 관리 기준을 명확히 정립하고,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을 활용하여 구축·운영 비용을 줄이는 방안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시범사업 운영이다. 초기에는 모든 분야에 적용하기보다는 교통 혼잡 구간, 상수도 관망, 재난 취약 지역 등 시급성이 높고 효과를 검증하기 쉬운 분야에 한정해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협력해 국비 지원을 확보하고, 주민이
직접 모니터링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기술 도입의 실효성을 높이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세 번째 단계는 행정 전반으로의 확산이다. 시범사업을 통해 얻은 성과와 교훈을 바탕으로 디지털 트윈을 도시계획이나 환경정책, 복지 서비스 등 행정 전반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특히 광역 단위에서 공동 플랫폼을 구축하면 중소 규모 지자체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어 기술
격차를 줄이고 비용 부담도 분산시킬 수 있다. 이러한 확산 과정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행정 시스템 자체를 혁신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지역 맞춤형 고도화다. 모든 지역에 동일한 모델을 적용할 수 없으므로, 각 지역의 특성과 수요에 맞는 맞춤형 디지털 트윈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항만도시는 물류와 해양 안전 관리, 관광도시는 관광 인프라와 방문객 동선 관리, 농촌 지역은
농업용수 관리와 농업 생산 최적화와 같이 특화된 활용 방안을 설계할 수 있다. 민간기업·대학·연구기관과 협력해 지속 가능한 지역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표 1. 지방공공기관 분야별 디지털 트윈 도입 현황(2023년 기준)
적용 분야 | 도입 기관 수 | 주요 활용 사례 | 주민 체감 가치 |
---|---|---|---|
도시계획·교통 | 15 | 서울시 S-Map, 부산교통공사 지하철 안전 관리 | 이동 시간 단축, 안전한 교통환경 |
재난·안전 관리 | 12 | 인천광역시 재난 대응 시뮬레이션, 광주 재난안전 플랫폼 | 생명·재산 보호, 신속한 복구 |
수자원·환경 관리 | 10 | K-water 댐·관망 관리, 대구환경공단 하수처리장 효율화 | 깨끗한 물 공급, 친환경 도시환경 |
문화재·관광 | 8 | 충청남도 문화재 심의, 전주 한옥마을 관광 관리 | 지역 자부심 고취, 관광 활성화 |
기타 | 5 | 스마트 건축 심의, 공공시설 유지보수 관리 등 | 안전한 생활공간, 효율적 예산 집행 |
표 2. 지방공공기관 디지털 트윈 도입 단계별 주요 과제(2023년)
도입 단계 | 주요 과제 | 개선 필요 사항 |
---|---|---|
데이터 기반 구축 | 센서·드론 설치 미흡, 데이터 표준화 부족 | 통합 관리 체계 마련, 데이터 품질 관리 강화 |
시범사업 운영 | 단기 과제 중심, 국비 지원 한정 | 장기 재원 확보, 주민 참여 확대 |
행정 전반 확산 | 부처·기관 간 협업 부족, 기술 격차 존재 | 광역 단위 공동 플랫폼 운영, 인력 재교육 |
지역 맞춤형 고도화 | 특화 모델 부족(항만·농업 등), 민간 연계 한계 | 대학·기업 협력 강화, 전문 인재 양성 |